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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에 있는 황칠나무 재배단지. 수십 년씩 자란 황칠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전남 장흥에 있는 황칠나무 재배단지. 수십 년씩 자란 황칠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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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는 한 선배는 황칠나무 예찬론자다. 그는 암으로 고생을 했다. 항암치료도 여러 차례 받았다. 입안이 말라붙는 증세가 나타났다. 침도 제대로 생기지 않았다. 그때 주변에서 권한 게 황칠나무즙이었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그 선배는 황칠나무의 뿌리와 가지를 구해 즙을 내 마셨다. 마신 뒤부터 몸 상태가 달라졌단다. 거짓말처럼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물론 적당한 운동도 병행했다.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몸도 전반적으로 활발해졌다. 지금도 꾸준히 황칠나무의 즙을 복용하고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황칠나무의 효능에 대해 검색해봤다.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로 온대 남부, 난대에 속하는 남서해안에서 주로 자란단다. 이 나무에서 채취한 황칠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황금색의 전통 도료다. 향과 가치도 인정받았다. 최근 천연물질인 황칠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속·목재·섬유 등 다양한 재료에 응용될 수 있는 도료로서의 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

'나무 인삼'으로 불린다는 황칠나무

황칠나무 이파리.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황칠나무 이파리.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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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최근 유용한 물질이 추출되면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황칠나무. 최근 유용한 물질이 추출되면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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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에서 유용한 물질이 추출 분리되면서 약리 활성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단다. 연구 결과 황칠나무에 당뇨·고혈압·동맥경화·중풍·간·생리불순 개선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성분도 많았다. 신경 안정과 우울증·스트레스 개선에도 효능이 크다고.

이 정도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암과 당뇨·비만 등 현대인의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고 간기능 보호·면역력 증진·숙취 해소에도 특효가 있단다. '나무 인삼'으로 불린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극찬했단다.

건강의학은 물론 식품과 음료·화장품·미술공예·건축장식 등에도 적용된다. '옻칠 천 년, 황칠 만년'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 번 막을 형성하면 만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칠나무 심기. 천성현 씨가 전남 강진에 조성하고 있는 황칠나무 재배단지 모습이다.
 황칠나무 심기. 천성현 씨가 전남 강진에 조성하고 있는 황칠나무 재배단지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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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에 반해 인생을 바꾼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천성현씨. 그는 전남 강진과 해남·완도·장흥에 대규모 재배단지를 가꾸고 있었다. 그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봤다. 황칠나무 재배단지 구경을 한 번 하고 싶다고.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지난 7월 중순, 이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전남 강진군 마량면의 산간지역이었다. 2만여 평에 새로 조성하고 있는 황칠나무 재배단지였다. 거기에는 수만 그루의 어린 황칠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지금도 황칠나무가 심어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본 황칠나무의 잎사귀 모양새는 오리발 같았다. 겉으로 보기에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 나무였다. 그러나 큰 나무의 표피에서 묻어나는 노란 진액이 도료로 쓰이는 황칠이라고 했다. 뿌리에서부터 줄기·잎까지 버릴 것 하나도 없다.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

제주서부터 무인도까지 뒤져 찾고자 한 것

황칠나무 재배단지. 천성현 씨가 전남 강진에 조성하고 있다.
 황칠나무 재배단지. 천성현 씨가 전남 강진에 조성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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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묵은 황칠나무가 자라고 있는 재배단지. 천성현 씨가 조성한 황칠숲이다.
 수십 년 묵은 황칠나무가 자라고 있는 재배단지. 천성현 씨가 조성한 황칠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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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황칠나무를 보니 이 나무의 효능이 실감 나지 않았다. 다 자란 나무는 없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다른 곳으로 안내해준다. 장흥군 관산읍으로 이동했다. 천관산 자락 터 좋은 곳에 성목이 된 황칠나무가 빼곡했다. 황칠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의 표피에서 진노란색의 황칠이 묻어나는 것도 보인다.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잖아요. <목민심서>가 제 인생을 바꿔 놨습니다. <목민심서> 산림 편에서 다산 선생이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예찬했던 황칠에 '필'(Feel)이 꽂혔죠. 지금까지도 황칠에 천착(穿鑿)하면서 살고 있고요."

천씨는 그때부터 황칠나무를 찾아다녔다고 했다. 대체 얼마나 좋은 나무이기에 다산 선생이 그토록 극찬을 했는지 궁금해서였다. 여러 문헌에서 언급한 황칠의 효능도 그를 유혹했다.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그의 황칠나무 찾기는 보폭을 넓혀갔다. 제주도에서부터 전남의 무인도를 탐사하다시피 했다.

약재로 쓰일 황칠나무 뿌리. 황칠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이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약재로 쓰일 황칠나무 뿌리. 황칠나무는 뿌리에서부터 이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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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의 새순. 황칠나무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황칠나무의 새순. 황칠나무의 미래를 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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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그는 중견건설업체 대표 자리도 내려놨다. 시쳇말로 황칠나무에 미쳐 올인을 한 것. 그렇게 그는 황칠나무를 만났다. 벌써 25년이나 됐다. 그가 황칠나무 재배에 나선 것도 그 무렵이다. 주변에 황칠나무의 가치를 알리는 일도 병행하면서 영농법인도 만들었다.

"황칠은 단순한 건강식품이 아닙니다. 역사성과 기능성을 갖추고 있어요. 금빛 찬란한 예술품이기도 하고요. 황칠에 제 인생을 걸었습니다.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황칠나무의 메카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천씨의 확신 가득한 말에서 황칠나무의 미래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황칠나무의 가치와 효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태그:#황칠나무, #황칠, #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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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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