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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쪽배축제장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 서울 중랑구에 사는 황채운 어린이는 노란 신호등 앞에서 정지선을 지키고 있다.
 화천 쪽배축제장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 서울 중랑구에 사는 황채운 어린이는 노란 신호등 앞에서 정지선을 지키고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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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건널목 쪽 신호등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서야 해요."

쪽배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 붕어섬엔 색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꼬마 자동차 붕붕'이란 이름이 붙은 코너. 어린이들에게 교통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축제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기로 구동되는 꼬마 자동차의 구조는 일반 자동차와 흡사하다. 50m 원형구간의 도로에는 건널목을 비롯한 신호등도 설치되어 있다. 미니 운전 면허시험장을 보는 듯하다.

하루 평균 이용 어린이는 200여 명. 쪽배축제 16일간 3200명이 이용하는 셈이다. 건널목에서의 잠시 멈춤 등 신호를 위반하지 않고 운행한 어린이에게는 조직위원회에서 제작한 운전면허증도 준다. 쪽배축제 11년간 3만5200명의 어린이들이 면허증을 받아갔다.

어린이 교통안전 면허증. 50m 코스에서 교통질서를 지킨 아이들에게 준다.
 어린이 교통안전 면허증. 50m 코스에서 교통질서를 지킨 아이들에게 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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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곳에서 취득한 면허증을 쓸 일은 없겠지만, 운전실습을 통해 교통법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올바른 운전습관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를 담당하는 지진구 주무관의 설명이다.

교통질서를 지키려는 아이, 융통성이 없다?

"이 융통성 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요령껏 건너면 되지, 얘가 누굴 닮아서 고집이 이렇게 세."

서울 어느 시내의 한 건널목. 차량이 많지 않은 대체로 한적한 곳이었다. 부모와 함께 길을 건너려던 아이가 건널목 건너편에 켜진 빨간불을 보고 멈추자, 그 아이의 부모는 차도 오지 않는데 건너면 어떠냐는 투다. 오히려 교통질서를 지키려는 아이에게 융통성이 없다고 야단을 친다.

아이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부모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해 씁쓸해 했던 기억이 난다.

교통 선진국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2004년 영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여행 일정에도 없는 것을 동행자들의 동의를 얻어 런던에 있는 옥스퍼드 대학에 들어섰다.

고풍스런 건물, 내가 살고 있는 화천읍내보다 넓은 면적이 학교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학교를 빠르게 돌아보는 데 만도 족히 세 시간은 걸렸다.

"시간이 많으니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식사를 하세요."

우리 일행은 학교밖에 위치한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분명 가이드가 천천히 식사를 즐기라고 말했는데, 우리는 한국인 특유의 스피디한 식사습관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빨리 올라오세요."

가이드는 큰 소리로 나무라듯 말하며 달려온다. 식사를 빨리 마친 우리 일행은 건너편 마트로 가기 위해 건널목에 서 있었다. 분명히 건널목 건너편은 빨간 불이었고, 보다 빨리 건너기 위해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건널목 경계라인 아래에 내려가 있었다. 그런데 차들이 왜 일제히 멈추는 걸까.

"여러분들이 건널목 경계라인 아래에 내려가 있기 때문에 차들이 멈추는 겁니다."

그랬구나. 교통선진국에서 제대로 촌티를 낸 수치로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았다.

중국의 택시운전사, 그를 달인이라 불러야 하나

중국과 일본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은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의 가운데쯤 위치해서 그런지 몰라도 교통질서 의식도 딱 중간이라는 거다. 2004년 일주일간의 동경 출장. 자동차 경적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10년 중국 북경 출장에서는 달랐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교통질서 선진국이라는 망상(?)을 하게 했으니 말이다.

"서울에서 날고 긴다는 운전자도 북경에서는 운전을 못합니다."

가이드의 말을 다음날 실감했다. 북경 어디 변두리쯤에 위치한 세미나장. 숙소에서 꽤 먼 거리인 듯했다.

"△△건물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몇 시까지 도착하면 되는데요?"

행사장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물었는데, 택시기사는 언제까지 도착하기를 원하느냐고 되묻는다. 40분까지만 가면 된다고 말하자. 기사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달리기 시작하는데 차선위반은 기본이고 역주행도 보통이다. 순간 '이곳 중국 땅에서 오늘 내가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다른 차량과 충돌할 뻔하길 수차례. 정확히 40분 뒤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리의 후들거림은 한동안 멈출 줄 몰랐다. 손잡이를 얼마나 꽉 잡고 있었던지 한동안 어깨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한손으로 운전을 고집하는 아이

화천 쪽배축제장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에서 만난 지진구 주무관
 화천 쪽배축제장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에서 만난 지진구 주무관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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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에서 '착한 운전 마일리지제'를 실시한다고 법석이다. 법질서 확립을 위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무사고·무위반을 서약한 사람이 1년간 이를 실천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란다. 바람직하다고 봐야 할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교통질서 준수 의식이 실종되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꼬마자동차 붕붕' 코너에서 노란 신호등인데 자연스럽게 차량을 멈춘 5살 남짓한 아이를 보며 노란 신호등 앞에서 빠르게 내달리는 대도시의 풍경이 겹쳐진다.

지진구 주무관의 말이 더 재미있다. 어떤 아이는 자꾸 한손으로 운전을 하더란다. 처음해보는 운전일 텐데, 신기하다는 생각에 아빠의 이름을 물었더니 '아뿔싸' 친구의 아들이다. 지 주무관이 당황했던 건 그 친구는 습관처럼 늘 한손으로 운전을 했기 때문이었다고. 그러니 애들이 똑같이 따라할 수밖에. 사전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음에도 빨간불인데 신호를 무시하는 아이들 또한 부모를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란다.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아이들 앞에서는 교통질서는 물론이고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 주무관은 어린이 교통 코너를 운영하면서 느낀 교훈이란 말을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꼬마자동차, #쪽배축제, #지진구, #황채운,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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