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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광화문에서 열린 제5차 촛불집회를 찾았다. 이렇게 대규모로 열린 집회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인턴기자로서 주어진 임무도 수행해야 했다. 잔뜩 긴장한 채 광화문으로 입성했다. 집회는 오후 7시 시작이었지만 2시간 전부터 광화문으로 가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휴가철임에도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게 어렵진 않았지만 좀 더 편안하게 말을 걸고 싶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연습하는데 아무리 봐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말을 잘 끌어낼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다 결국 부딪혀보고 멘트를 수정하기로 결정.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집회장소로 나섰다.

"어디 기자야!"
"오… <오마이뉴스> 인턴이요."
"그래? <오마이뉴스>는 괜찮아 열심히해 수고가 많아 허허."

수첩과 펜을 들고 다녀서인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어디 소속 기자인가를 묻는 분들이 많았다. 30여분 전 몇몇 집회 참가자들이 "왜 촛불집회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느냐"며 공중파 언론사 기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을 봤기 때문에 신분(?)을 밝히기가 조금 무서웠다. 우려와는 달리 <오마이뉴스>라고 밝히자 대부분의 시민들이 응원해주셨다.

피켓에 쓰여진 이야기가 눈에 띄던 사람들. 그들은 1인 피켓 시위참가자들이었다. 아무래도 피켓을 따로 챙길 정도로 할 말씀이 많으셔서 그런지 좀전 화장실에서 멘트를 따로 연습한 게 무색할 정도로 먼저 말을 잘 꺼내주셨다.

"안녕하세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오! 저번에 뵜었는데… 반갑습니다. 버스킹 공연 그 때 인터뷰 하셨었잖아요. 황민석씨? 성함이 맞나요?"
"반갑습니다. 또 뵙네요."

황민석(42)씨가 청계광장에서 1인 시위 중이다.
▲ 나는 부정선거 싫어요! 황민석(42)씨가 청계광장에서 1인 시위 중이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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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자 "노래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항의합니다" 기사를 쓰며 만난 시민을 광화문에서 다시 만났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박근혜가 책임져라'라는 가방을 메고 계셔서 사진을 찍고 인터뷰한 기억이 났다. 이번에도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하고 계셨다. 한손엔 태극기를 들고 모자에는 '나는 부정선거 싫어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매주 토요일이면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왔다는 황민석(42)씨는 "대한민국의 기본적인 주권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며 "나중엔 박정희 정권의 과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개입이 밝혀지고 이는 곧 부정선거로 이어지는데 정확히 수사를 지휘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야당의원들이 단상에 서서 연설을 하는 동안 시위 참가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때로는 박수를 치고 환호하기도 했다. 마치 좋은 날 여는 축제 같아 보였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홀로 침통한 표정으로 피켓을 들고 있는 분이 눈에 띄었다.

그가 든 피켓에는 '바른말을 하고도 사과, 사퇴 웬 말이냐! 가짜 야당, 귀태 야당 민주당은 새누리에 귀속하라! 손수교체! 야당교체!'라고 쓰여 있었다. 강한(?) 단어들이 보여 혹시 여당 지지자가 아닐까 생각하며 조심스레 인터뷰를 요청했다.

정한동(60)씨가 1인 피켓시위 중이다.
▲ 선수교체! 야당교체! 정한동(60)씨가 1인 피켓시위 중이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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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 뒤로 쓰인 피켓을 돌려가며 "이것도 찍고 앞 뒤로 잘 찍어가라"고 말했다. 뒤쪽에는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게 개와 말처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혈서로 일왕에게 맹세하다'라고 적혀있었다.

정한동(60)씨는 "민주당은 하는 척만 한다"며 "야당이 왜 야당다운 역할을 하지 못하냐"고 답답함을 표편했다. 그는"국정원 대선개입이 가장 큰 문제인데 NLL물타기 당했다가 시민들이 움직이니까 이제야 나왔다"며 민주당에 불만을 표시했다. 야당지지자인 그는 "시원치 못한 야당이야!"라며 소리쳤다. 무대 위 발언자들은 더 큰 소리로 연설을 이어갔고 주위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청계광장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집회에 참가한 모든 시민은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했다. 그들은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광화문에 모인 3만여명의 시민들. 그들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집회로 직접 보여줬다. 1인 피켓시위 참가자들은 대부분 2008년부터 시위에 참가해왔으며 시위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서 더 잘 보이라고 피켓으로 질문하는 듯 보였다.

힐링캠프에 나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기억난다. "현장에서 귀담아 듣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국민들과 공감하는 그런 희망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는 말. 국민들은 크게 소리쳤고 질문했다. 이제는 그 대답을 들을 차례다.

덧붙이는 글 | 이정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광화문 촛불집회, #청계광장, #촛불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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