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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9차 방위비 분담(주한미군주둔비 부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해 지난 7월 24일 2차 협상을 열었다. 여기서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돼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 강화가 필요하다며 시작연도(2014년도)의 방위비 분담금이 1조 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1차 협상(7월 2일) 당시에도 "북한의 핵 위협 속에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합동 군사훈련 등으로 연합방위력의 증강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늘어"(7월 4일 KBS 9시 뉴스 보도)났다고 하면서, 방위비분담의 증액(한미연합훈련비의 방위비 분담 항목 추가)을 요구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자국군의 비용을 각자 부담해 왔다. 

전략폭격기들의 출격, 미 패권 전략에 따른 것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지난 3월 28일 오후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이날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지난 3월 28일 오후 평택 오산미공군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이날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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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4월에 걸쳐 치러진 한미연합연습(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매년 실시되는 연례연합 연습이다. 그리고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한미연합연습에 처음 참가한 것도 아니다. 또 북한이 2012년 12월 인공위성 발사에 이어 올해 1월 3차 핵실험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핵이 남한이나 미국에게 '위협'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북한 핵은 남한을 겨냥해 개발된 게 아니다. 북의 재래식 전력은 남한에 열세이긴 하나 남한의 재래식 전력에 대해 억지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북한 핵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대북핵 선제공격 전략)에 대항해 개발된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핵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B-2 전략폭격기·미 핵잠수함 등의 참가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까지 대 북한 압박공세를 크게 고조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변함없는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략 목표는 대북 군사적 위협과 공격을 통해서 대북 봉쇄 및 붕괴·대중 봉쇄를 실현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미국의 패권적인 안보목표가 북한 핵의 억지력의 발전으로 그 실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와 초조감이 발로된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을 '실재적 위협'(미 국방부장관이나 미 정보국)이라고 부르면서 이전보다 북핵 위협 평가의 수위를 높인 것은 북한의 핵이 괌·오키나와 등지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보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패권 전략(핵 선제공격 전략)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즉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이나 한미연합훈련 참가는 북의 핵 억지력이 향상돼 대북선제 핵공격 전략의 이행이 불가능해지고 그럼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 나아가 이를 발판으로 하는 대중국 패권 구상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과시다. 또 북핵이 미국은 물론 남한에 위협이 되지 않음에도 굳이 B-52 전략폭격기의 훈련계획까지 언론에 공개한 것은 한국 내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을 견제하는 목적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국방어 아닌 대북공격 훈련

B-52나 B-2스텔스폭격기 등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치 이번 전략폭격기의 출격이 한국의 요구에 따른 것인 양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B-52 전략폭격기나 스텔스폭격기(전투기)는 1976년부터 시작된 팀스피릿 훈련에 참가했는데, 그때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오래 전이었다.

팀스피릿 훈련은 대북핵 선제 공격 훈련으로 이 훈련에서 B-52 전략폭격기가 대북핵 선제 공격 임무를 맡았던 것처럼 이번 키리졸브훈련에서도 대북핵 선제 공격이 임무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 핵 공격은 전략사령부의 핵 공격 계획인 'OPLAN8010' 및 '대 WMD전 작전계획'(CONPLAN8099) 그리고 한미연합사령부의 '작전계획 5026'과 '작전계획 5029'에 따라 시행되는데 이들 작전계획은 모두 '대북선제공격교리'에 입각해 있다.

한미연합훈련도 겉으로는 중국 등을 의식해 대북 방어훈련을 표방하나 사실은 중국 봉쇄 등 미국의 지역 및 세계 패권 전략 수행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주한미군도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그 주된 기능이 한국방어 임무에서 대 중국 봉쇄 및 세계지역 분쟁 개입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북한 군사력을 압도하는 핵 전력이 동원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 그것을 단순히 대북 방어훈련으로 보지 않는다.

2010년 11월 한미연합서해 해상훈련에 대해 중국은 "서로 주장이 다른 남북 간 문제에 미국이 끼어서 중국을 겨냥한 항공모함 훈련을 한다"(<매경뉴스>, 2010년 11월 25일 보도)고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중국은 2012년 4월 말에 러시아와 서해에서 연합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군사훈련은 물론 미국태평양함대의 서해훈련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KBS 뉴스> 보도, 2012년 3월 31일)임을 명확히 했다.

지난 2~4월의 한미연합훈련은 남한과 북한의 연합훈련을 비교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과잉대응인가를 알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년 만에 동해상에서 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기로 하였다"(<경향신문>, 2011년 9월 2일)는 보도처럼 북한은 수십 년간 연합훈련 자체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 북러합동군사연습은 전투기조종사의 해상조난에 대비한 수색구조가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이 연습이 실시됐다는 보도는 아직 없었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사실상 연중 내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12 국방백서>를 보면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과 같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합동연습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 실시하는 것 외에도 각 군별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그 종류가 연합상륙전훈련, 연합대잠전훈련, 연합비정규전훈련 등 모두 아홉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미연합해상훈련만 연간 15회 이상 실시되고 그 중 연합대잠훈련은 연간 10회 실시된다. 또 한국·미국·일본 등 다국적군이 실시하는 연합훈련(한일 수색 및 구조훈련 포함)도 코브라골드·림팩 등 일곱 가지가 된다.

미국 훈련계획 공개, 방위비 분담 증액 위한 '노림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월 22일 '불법부당한 방위비분담금(미군주둔경비)를 위해 미군에게 국민혈세 갖다 바치는 한국 정부당국을 풍자' 퍼포먼스를 펼쳤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난 5월 22일 '불법부당한 방위비분담금(미군주둔경비)를 위해 미군에게 국민혈세 갖다 바치는 한국 정부당국을 풍자' 퍼포먼스를 펼쳤다.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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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52나 B-2 전략폭격기의 한미연합훈련 참가가 미국 자신의 대 중국 봉쇄 및 세계 패권 전략에 따른 것인데도 그것이 마치 한국의 요구인 듯이 포장하는 배경에는 시퀘스터(자동예산삭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국방부·군부는 시퀘스터에 의해 국방비를 2021년까지 향후 9년간 약 6000억 달러를 줄여야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침해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예산 삭감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2012년 8월 23일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미군은 잠재 적국에 뒤질 수밖에 없는 종이 호랑이 신세로 전락될 것"이라며 "사실상 시퀘스터는 침략을 부른다"고 겁을 주었다. 로클리어 미태평양사령관은 2013년 3월 5일 하원군사위 청문회에서 "시퀘스터 및 운영 부문 예산 부족의 영향으로 전략적인 재균형사업이 약화되고 기존의 자원제약이 악화되고, 또 위험의 상승이 초래되기 시작할 수 있다"며 "각군 자금의 감축 때문에 미 태평양 사령부의 구성군의 훈련속도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와 군부는 이처럼 미 의회를 압박함과 동시에 동맹국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국방예산삭감 때문에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음을 내비치며 은근히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 및 한미연합훈련비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3월 키리졸브연습 때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의 폭탄 투하 훈련 계획을 언론에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 이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의 명분을 얻기 위한 사전 포석의 하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 국방부의 겁주기나 엄살과 달리 시퀘스터에도 미국의 군사력 수준은 크게 변화가 없으며, 또 국방예산의 감축도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2014회계연도 국방예산(정부안)은 5266억 달러로 2013회계연도보다 1% 줄어드는 데 그쳤다.

피터 싱어는 '자동예산삭감과 그것이 미군사력과 아시아 및 한국에 주는 의미'라는 <타임> 기고글(2012년 9월 23일)에 다음과 같이 적어놨다.

"미국은 세계의 어느 국가도 필적할 수 없을 만큼 대규모의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중략) 지금은 전 세계 군사비의 4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시퀘스터는 이 수치를 대략 2% 정도 감소시키겠지만 이는 어떤 우발적 상황이나 전쟁에 의한 지출을 배제할 경우 전 세계 군사비의 약 38%에 해당하는 수치다." 

"어떻게 계산을 해봐도 국방비 감축이 미국을 북한과 같은 적성국에 맞설 힘조차 없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시킬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앞으로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주둔 미군의 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미국이 그래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퀘스터가 적의 침공을 유발할 것으로 단정 짓기 곤란하다."

연합훈련비 지원 허용? 분담금, 걷잡을 수 없어진다

 지난 2009년 3월 10일 오후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09년 3월 10일 오후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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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미군 측 병력이나 장비의 투입 및 수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미국이, 한국 측 병력의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고 관행이었다. 이런 원칙이나 관행은 한미 소파 5조(주한미군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미군의 연합훈련비를 미국의 요구대로 방위비 분담의 항목에 새로 추가하게 되면 한국과 미국 각자가 한미연합훈련비를 책임지는 그동안의 원칙이나 관행은 무너지게 된다. 그리고 기존의 '인건비' '군사건설지원' '군수지원'에 더해 '연합훈련비'가 한 항목으로 추가되게 되므로 방위비분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연합연습에는 한미연합군의 3군이 참가하는 연합합동연습(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뿐만이 아니라 한미의 각군들이 벌이는 군별 연합훈련이 수없이 많다. 일단 주한미군의 연합합동훈련비 지원이 시작되면 지금까지 설정된 금지선이 허물어져 주한미군의 각군별 연합훈련비 나아가 괌이나 오키나와·미 본토에 주둔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는 해외주둔 미군의 훈련비까지를 차차로 지원하게 돼 그렇지 않아도 한해 9000억 원에 육박하는 방위비 분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 뻔히 예견된다.

한미 소파 5조는 '시설과 구역'을 제외한 모든 주한미군의 유지비는 미국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연합훈련비 또한 한미소파에서 규정한 바의 미국이 책임져야 할 '주한미군의 유지비'에 속한다. 이 점에서 주한미군의 연합훈련비를 한국에게 떠넘기는 것은 한미 소파를 위반한 불법이다.

또 '한미연합사 주요 연합연습에 관한 양해각서'(1998년) 제4조 2항을 보면 "양 당사자는 자국의 연습 참가부대 및 기관에 대한 자체 군수지원의 책임이 있고"고 해 기본적으로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미군병력의 군수에 대해서는 미국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주한미군의 훈련비 가령 연료비나 소모품비·장비정비비 등을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위 '양해각서'를 위배하게 된다.

연합훈련비를 방위비 분담의 항목으로 추가하게 되면 전시에 증원되는 미군의 평상시 연합훈련비도 한국이 부담하게 된다. 한미연합훈련에는 평시에 한국 영역 밖에 주둔하지만 전시에 증원되는 미군병력 가령 오키나와나 괌·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병력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연합사 주요연합연습에 관한 양해각서'(제4조 2항)는 주한미군이든 한국 영역 밖에 주둔하는 미군병력이든 관계없이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미군의 비용은 미국이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즉 한국 영역밖에 주둔하는 미군병력에 대해서 한국이 훈련비를 부담해야 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방위비 분담, 이제는 끝내자

주한미군이 2002년부터 군사건설비에서 전용해 축적한 돈이 1조1193억 원이고 거기서 쓰지 않고 남아 있는 돈이 7611억 원이다. 또 2007〜2011년 연평균 방위비 분담액(집행액)은 7170억 원이다. 이 점에서 보더라도 시작연도(2014년)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 원 이상을 요구하는 미국이나 8000억 원선에서 출발하자는 한국의 입장이나 모두 문제가 있다.

정부는 설사 9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1~2년의 적용에 그쳐야 하며 그 뒤에는 방위비 분담을 종결한다는 입장(이번 9차 특별협정 이후 더 이상 특별협정을 맺지 않는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밝혀야 한다.

이는 1991년부터 23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막대한 부담을 해온 우리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방위비 분담을 하는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협상 시한을 굳이 올해 10월로 정해둘 필요가 없다. 방위비 분담금을 2014년 한해 지급하지 않고 거른다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남아있는 7170억 원은 한 해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기학님은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입니다.



#방위비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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