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3년 현재 세계분쟁지도(한국국방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그림작가 유시연이 그림)
 2013년 현재 세계분쟁지도(한국국방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그림작가 유시연이 그림)
ⓒ 유시연&우리교육

관련사진보기


2012년 현재 충돌하거나 대립하고 있는, 즉 분쟁 지역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표시한 세계분쟁지도(한국국방연구원 제작)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지역이 분쟁 지역, 지도 아래의 글씨는 분쟁 지역(국가) 이름이다.

<하나의 평화>(우리교육 펴냄)란 책에서 이 지도를 보는 순간 좀 많이 놀랐다. (최근 보도된) 내전으로 10만 명이 죽었다는 시리아나 55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내전으로 22만 명이 죽었다는 콜롬비아, 2001년부터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 중국 접경 지역, 이라크와 미얀마, 소말리아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무척 많은 나라가 현재 크고 작은 분쟁 중에 있다. 그리고 이 분쟁들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지뢰 등과 같은 무기에 의해 불구가 된다. 또,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한다. 2007년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된 난민은 1000만 명. 그러나 국제연합은 국가가 없는 난민을 1500만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쟁은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더욱 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그동안 수많은 어린이들이 전쟁에 희생되었고, 여전히 희생되고 있다.

어린이들은 보통 강제로 병사가 돼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다가 납치되거나 가족과 함께 밭에서 일하는데 병사들이 와서 강제로 데려가기도 해요. 어린이 스스로 병사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내전이 일어나면 정치, 경제, 사회 기반이 무너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해져요. 가족과 헤어지거나 고아가 된 어린이들은 안전하고 밥을 먹을 수 있으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끼려고 무장 단체에 들어가는 거예요. 부족을 지키기 위해 입대를 권유받거나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이미 입대한 친구의 말을 듣고 입대하기도 해요.

하지만 군대 생활은 비참해요. 도망치다 붙잡히면  다른 어린이 병사에게 쏘라고 해요. 겁을 주어 도망가는 아이가 없게 하려는 거예요. 음식이나 물품이 부족한 비정부군 어린이 병사는 마을을 공격해 식량, 옷, 생활도구를 빼앗아 와야 해요. 부상을 당하면 치료는커녕 길바닥에 버려져요. 여자 아이들은 빨래나 식사준비를 하고, 결혼을 강요받거나 성폭행을 당해서 임신을 하기도 해요. 갓난아기를 업고 전쟁터에 나가기도 하지요.

- <하나의 평화>에서

국제법은 만 18세 미만의 어린이가 군대에 입대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내전 중이거나 다른 나라와 전쟁 중인 우간다나 콩고 민주공화국, 콜롬비아, 미얀마(버마) 등 세계 60여 개국에는 어린이 병사가 존재한다. 그것도 정부에 반대하여 총을 들고 싸우는 반정부군만이 아닌 합법적이라는 정부군에까지 말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세뇌당하기도 쉽다.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권리를 찾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때문에 약간의 위협과 폭력만으로도 위험한 일에 써 먹는 등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가 있다.

게다가 쉽게 데려갈 수 있는 데다가 기술 발달로 총이 가벼워 병사수를 늘리기에도 좋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제법이 금지하고 있음에도 '21세기 초 전 세계 어린이 병사수가 25만 명(www.childsoldiersglobalreport.org)에 이를 정도로 수많은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전쟁에 희생되는 것이다.

-전 세계 2억 1800만 명 어린이가 노동자입니다.
-이 어린이 중 1억 2600만 명은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어린이 중 7300만 명은 열 살도 되지 않았습니다.
-매년 2만 2200만 명의 어린이가 일과 관련된 사고로 죽습니다.
-1억 2200만 명이라는 가장 많은 어린이 노동자가 있는 곳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입니다.
(자료 도움: 국제 연합 아동 기금)

- <하나의 평화>에서

<하나의 평화>
 <하나의 평화>
ⓒ 우리교육

관련사진보기

전쟁이나 내전, 즉 분쟁은 수많은 어린이 노동자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어린이 노동자들은 어린이 병사들처럼 납치되거나 꼬임에 빠져, 그리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노동자가 되기도 한다. 또 전쟁 중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먹고 잘 곳이 없어 스스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이 병사들의 경우처럼 판단력 부족과 힘이 약한 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험한 일에 내몰린다. 그리하여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장애를 입기도 하고 죽어 소리 소문없이 처리되기도 한다. 또, 어른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고, 현저하게 낮은 임금을 받거나 노동력의 대가를 한 끼를 해결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의 평화>는 이처럼 어른들의 무모한 전쟁이나 욕심 등으로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 어린이 활동가들의 이야기와 그 관련 이야기들이다. 동시에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린이들에게 자유를'은 지금까지
- 매일 5만 명의 어린이가 다닐 수 있는 학교를 500개 이상 지었습니다.
- 20만 2500개 이상의 학용품과 구급상자를 보냈습니다.
- 50만 5000 가정 이상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2만 2500명 이상 여성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 어린 자녀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왔습니다.(자료 도움: 국제 연합 아동 기금)
- <하나의 평화>에서

'어린이들에게 자유를(Free the Children)'은 캐나다의 12세 소년 '크레이그 킬버거(1995년 당시)'에 의해 시작됐다. 볼 만한 만화를 찾고자 신문을 뒤적이던 소년은 자신과 같은 나이인 12세 소년 이크발 마시가 네 살 때 빚 때문에 팔려 하루 열두 시간씩, 일주일에 6일을 일한다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크발 마시처럼 착취당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충격을 받게 된다.

소년은 세계 2억 5000만 명의 어린이 노예들을 학대와 착취로부터 구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데 자신과 친구들이 그리 어린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열한  명의 친구들과 '어린이에게 자유를'이란 단체를 조직해 기금 마련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법원에 진정서를 내고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어린이의 권리에 대해 말하는 등의 활동들을 한다.

소년들의 이런 노력으로 2년이 채 안 되어 어린이 노동 피해자들을 위한 학교와 재활센터를 열기에 충분한 기금이 모이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어린이를 돕는 세계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인 '어린이에게 자유를'은 이렇게 시작, 지금까지 45개국 이상에서 100만 명이 넘는 어린이들을 도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관심하게 지나치거나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눈감고 마는 와중에, 12세 소년의 누군가에 대한 관심과 행동이 커다란 불씨가 되어 수많은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가치 있는 행동으로 이끌고, 그 가치 있는 행동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얻게 된 것이다.

책 속 어린이 활동가들은 크레이그 킬버거처럼 우연히 활동을 하게 된 경우도 있지만, 전쟁으로 상처를 입은 자신처럼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어린이 활동가들도 있다. 전쟁의 현장에 있었거나, 그 와중에 누군가를 잃었거나, 지뢰 때문에 다리를 잃었거나, 어린 나이에 노동자가 되어야만 했거나 등. 때문에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훨씬 강하다.

어린이 책이다. 그런데 어른들에게도 세계 각지의 분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국제연합이나 국제아동기금과 같은 수많은 국제기구들은 언제 어떤 계기로 생겼으며 어떤 일들을 하는지, 이런저런 나라들에서 내전은 왜 일어나고, 콜롬비아 내전은 왜 50년이 넘도록 지속되는지, 국제기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어린이 병사와 어린이 노동자는 계속 양산되는 것인지, 보도에 자주 등장했던 탈레반은 무엇이며,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왜 그리 싸우는지 등 분쟁과 관련된 다양한 상식들을 주제로 한 짧고 명확하나 깊이 있는 설명들을 여러 꼭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자유를'과 크레이그 킬버거는...

크레이그 킬버거 형제가 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 <나에서 우리로>와 <세상은 당신의 아이를 원한다>
 크레이그 킬버거 형제가 쓴,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 <나에서 우리로>와 <세상은 당신의 아이를 원한다>
ⓒ 해냄출판사&에이지 21

관련사진보기


'어린이에게 자유를(Free the Children)'은 그동안 '아동 권리를 위한 세계 어린이상'을 포함해 여러 상을 받았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3번이나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단체를 시작한 '크레이그 킬버거'는 '캐나다 훈장'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하다.

크레이그 킬버거는 형 마크 킬버거와 함께 세계경제 포럼이 정한 '내일의 세계 지도자'로 지명되었고, 넬슨 만델라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크레이그 킬버거 혹은 형제는 현재 인권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관련 책에 자주 언급되는 전세계적인 유명 인사다.

크레이그 킬버거와 그의 형 마크 킬버거는 그간 어린이 인권이나 활동 관련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중 국내에서도 출간된 책은 <나에서 우리로>(해냄 출판사 펴냄. 2005년 10월)와 셀리 페이지와 함께 쓴 <세상은 당신의 아이를 원한다>(에이지 21 펴냄. 2011년 6월)이다.

이중 나 자신보다 '우리'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이자는 내용의 <나에서 우리로>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재닛 윌슨'과 '옮긴이 평화네트워크'다. 이에 대해 출판사에 물어보니 '본문 대부분은 재닛 윌슨이 썼으나 '더 알고 싶어요'는 평화네트워크가 옮기는 과정에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덧붙여 쓴 것이다'란다. '더 알고 싶어요' 글 중엔 우리의 지뢰 문제 관련 글도 있다.
* <하나의 평화> | 재닛 윌슨 (지은이) | 유시연 (그림) | 평화네트워크 (옮긴이) | 우리교육 | 2013-06-10 |10,500원



하나의 평화 - 어린 활동가들 이야기

재닛 윌슨 지음, 평화네트워크 옮김, 유시연 그림, 우리교육(2013)


태그:#전쟁, #난민, #어린이에게 자유를, #크레이그 킬버거, #나에서 우리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