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수차례에 걸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매각되었다.
세계적인 온라인쇼핑몰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베조스(49)는 5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를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2천785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포스트, 베조스에게 팔린다(Post to be sold to Bezo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하여 이 같은 매각 사실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기사에서 "<워싱턴포스트> 회사는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제프리 베조스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데 동의했으며 이로써 미국 유력 신문 조직으로 그레이엄 집안의 4세대(136년)에 걸친 책무를 끝내게 되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이사회 의장 겸 CEO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이번 매각에 관해 "수년간의 신문 산업 도전에 직면하면서 다른 소유주가 포스트를 더 잘 경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매각을 결심했다"며 "베조스의 검증된 기술과 경영에 있어서의 천재성,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개인적 품격(decency)은 그를 포스트의 유례없는 좋은 소유주가 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예고 없는 매각 발표... 베조스 "포스트 가치 그대로 남아 있을 것"<워싱턴포스트>는 자사 매각 사실 기사에서 "이번 매각은 지난 수십 년간 주류 신문으로 미국의 정치와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워싱턴포스트>에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러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거의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전해 이번 매각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전했다.
또한, "지난 10여 년간 금융 위기로 인해 신문 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종이 신문 또한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부상으로 전통적인 언론사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해 그동안 경영난이 심화하였음을 밝혔다.
한편, 이번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베조스는 이번 인수가 아마존닷컴 차원에서의 인수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인수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번 인수에도 "워싱턴DC와 전체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해하며 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에 대한 우리의 의무는 여전히 포스트의 핵심가치로 남아 있을 것이며, 포스트의 미래를 낙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광고 매출의 하락과 구독자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왔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은 물론 온라인 유로화와 사업 다각화 등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맞게 되었다.
136년 전통의 미국 유력 일간지... 거듭된 경영난 끝에 결국 새 주인 손에1877년 창간되어 13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워싱턴포스트>는 1973년 이른바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을 특종 보도함으로써 닉슨 전 대통령 하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그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 감청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을 영국의 <가디언>지와 함께 특종 보도하는 등 미국 내 유력 일간지로 특히 정치와 행정, 정책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왔다.
창간 직후에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1933년에 금융 업자인 유진 마이어가 인수하면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1946년부터 마이어의 사위인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그레이엄 집안이 소유해왔다.
특히 2001년 타계한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는 1963년 <워싱턴포스트>의 새 경영자로 취임한 이후 숱한 특종과 함께 신문 경영에도 수완을 보여 일개 지방지에 불과하던 <워싱턴포스트>를 오늘날 미국의 유력 일간지로 세계적인 언론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