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도이체방크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한국인 유령회사 설립에 적극 협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9일 오후 한국인 페이퍼 컴퍼니 설립을 자문하고 중개한 '마스터 클라이언트(설립 중개업체나 중개인)'를 분석해 발표했다. ICIJ 조세피난처 데이터에 등록된 한국인 설립 유령회사 369개를 분석한 결과, 은행과 로펌, 전문업체, 개인 등이 175건으로 집계됐고 대형 투자은행이 57개로 가장 많았다. (관련 영상:
뉴스타파S - 검은돈의 협력자들 )
대형 투자은행이 '차명 이사' 내세워 유령회사 설립 도와이 가운데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 홍콩지점과 싱가포르 지점이 중개한 곳이 31개로 가장 많았고 홍콩 역외법인 설립 전문업체인 '컴퍼니 킷'이 29개로 뒤를 이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수영 OCI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 대표 등 재계 인사들이 대표적인 UBS 고객이었고 오정현 전 SSCP 대표는 컴퍼니 킷을 이용했다. 이밖에 독일 도이체방크와 동남아 최대 은행인 DBS가 중개한 곳도 각각 8개와 7개로 나타났다.
이들 대형 투자은행들은 고객 존재를 숨기려고 '차명 이사'를 내세워 유령회사 비밀계좌를 만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차명 이사를 내세우는 대신 계좌 인출권은 자신들만 독점 행사한다는 이면 결의서를 작성해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설립한 유령회사가 전체 15%인 50개에 달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동남아 최대 은행인 DBS를 찾아 직접 PB(프라이빗 뱅킹)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차명 사용을 권유하기도 했다. 차명으로 비밀 계좌를 만들고 DBS 이름의 차명 이사와 주주를 내세우면 고객 존재를 숨기고 한국에서 주식 투자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인 셈이다.
이에 대해 UBS 홍콩지점은 <뉴스타파>를 통해 "영업 지역의 모든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고 있고 고객에게 세금자문을 제공하지 않으며 어떠한 위반 행위도 저지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체 방크 홍콩지점 역시 이메일을 통해 "도이체 방크는 세금 관련 법규와 보고 의무를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존 크리스텐슨 조세정의네트워크 대표는 "대형 은행은 정교한 방식으로 부자들에게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 회피 등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이들 대형 은행들은 탈세 등 범죄 환경을 야기하는 데 있어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