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암 두곡리 피해 논으로 조사를 나온 충남도청, 예산군청 공무원들이 누렇게 마른 벼 잎을 살펴보고 있다.
 신암 두곡리 피해 논으로 조사를 나온 충남도청, 예산군청 공무원들이 누렇게 마른 벼 잎을 살펴보고 있다.
ⓒ 이재형

관련사진보기


곧 이삭이 나올 논 5㏊(1만5000평)의 벼 잎이 노랗게 시들어 농민 속도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벼 잎이 말라죽는 원인을 "인근 타일공장에서 배출하는 유해가스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단속기관에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한 지역은 예산군 신암면 두곡리 군도 20호선(옛 국도 32호) 인근 논이다. 피해발생 논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타일을 생산하는 공장이 위치해 있다. 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타일공장이 들어선 이래 크고 작은 공해유출로 말미암아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

농민들은 "13년 전인 지난 2000년에도 심각한 농작물피해가 발생해 관계기관이 조사에 나서 유해가스(불화수소) 때문임을 밝혔으나, 항구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며 "이번만큼은 철저히 조사해 피해보상과 함께 공장에서 대책을 세우게 해야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민 박아무개씨는 "그동안은 피해 정도가 작아 매년 그냥 넘겼는데 올해는 한 달 전부터 벼가 잎마름병에 걸린 것같이 잎 가장자리부터 노랗게 타죽기 시작했다. 기압이 낮은 날 분명히 공장으로부터 뭔가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벼 뿐만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도 시들고 있다. 식물이 이렇게 죽어가는데 사람은 괜찮다는 보장이 있냐. 어떤 날은 새벽에 논에 나오면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공장 주변과 도로변에 심어진 나무들을 살펴보니 잎이 생기를 잃었고, 특히 은행나무 한 그루는 잎이 완전히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또 다른 농민 이아무개씨도 "지금 봐도 벼 잎 가장자리가 노란데 그나마 이삭거름을 줘서 많이 좋아진 거다. 거름내기 전만 해도 형편없었다. 농업기술원으로 벼 잎을 가져갔더니 대번에 '병해가 아니고 공해피해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저 공장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 도랑에 미꾸라지며 물고기가 엄청 많았는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8일 충남도청과 예산군 환경 담당 공무원들은 피해를 입은 논을 둘러본 뒤 해당 공장을 방문했다.

군청 담당 공무원은 "배출 시설 가동 여부와 사업자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 등을 점검했다. 회사 측은 논에서 발생한 피해가 공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피해를 입은 벼를 농업기관에 검사 의뢰해 원인 파악을 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0년 7월에도 이 지역 논과 밭 6㏊(1만8000여평)에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해 농업과학기술원에서 조사를 나왔다. 당시 현지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벼와 옥수수 등 농작물 피해발생 원인을 인근 요업공장에서 배출한 불화수소가스로 추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요업공장의 배출 시설을 측정한 결과 불화수소(HF)가 13.152ppm으로 허용기준 5ppm의 3배 가까이 초과 배출한 자료를 제시했다. 이어 그 해 8월 충남도에 문제의 요업공장의 배출방지시설 개선 명령을 접수했다.

농업과학기술원에 따르면 타일·벽돌 도자기·공장에서 배출하는 불화수소(HF)가스는 농작물의 세포에 흡수돼 조직을 괴사시켜 잎의 끝부분부터 말라죽게 하는 성분이다. 특히 불화수소 가스의 농도가 법적 허용기준 이하더라도 기상조건과 작물의 생육상태에 따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지역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예산군, #신암면, #두곡리, #벼피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