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경남 밀양에서 한국전력공사가 봉사활동과 궐기대회를 열자 반대측 주민들은 "이간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전력공사(사장 조환익)는 12일 오전 밀양 송전탑 민원해결을 위한 가두 홍보전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력 직원과 시공업체 관계자 1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밀양관아 앞에서 송전선로 건설 관련 경과 등을 들은 뒤, 밀양5일장 주변에서 홍보활동을 벌였다. 밀양관아에서 밀양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1시간 동안 거리 행진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전력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의 당위성과 시급성, 공사 재개의 불가피성을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에게 호소함으로써 밀양 주민에게 알 권리를 제공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력은 봉사활동 등으로 밀양 민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 8일에는 '사랑의 에너지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도배·장판 교체, 옥내 전기 설비 점검과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 등의 활동을 벌였고 무료 영화관을 열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밀양 765kV 송전선로 경과지 5개면(단장, 산외, 상동, 부북, 청도) 30개 마을의 시각장애 어르신들에게 개안 치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대대책위 "어안이 벙벙... 악랄한 주민 분열책"이같은 한국전력의 궐기대회와 봉사활동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반대대책위)는 "주민 이간질"이라며 분노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오후에 낸 논평에서 "밀양 지역에는 다시 곳곳에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관변단체들이 한편으로는 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 대책위를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시내 곳곳에 어지럽게 내걸려 있다"며 "한국전력 직원들은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고, 수상구조를 한다, 개안수술을 도와준다, 관광을 보내준다는 등 전례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어안이 벙벙하다"며 "지난 8년간 한국전력이 주민들에게 이렇게 친절한 적이 있었던가? 현장에서 자식 같은 인부들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듣고, 성폭력을 당하고 끝내 용역에 의해 분신 자결까지 있었는데, 이제는 천사같은 얼굴로 어르신들에게 쓸개라도 떼줄 것처럼 친절한 이들의 행태를 보며 어안이 벙벙하다"고 지적했다.
또 반대대책위는 "다른 한편으로 한국전력은 직원들을 동원하여 궐기대회와 홍보전을 벌이고, 공사 강행이 불가피하다면서 밀양 민심을 잡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전력의 궐기대회에 맞서 주민들은 침묵시위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누차 이야기해 왔지만, 밀양 송전탑 문제의 당사자는 경과지 피해 주민들이다"며 "밀양 시민들을 향해서 '한전의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이야기하는 저의는 다름 아니라 경과지 주민들을 고립시키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한국전력은 악랄한 주민 분열책을 저지르고 있다"며 "전문가협의체는 이미 결론이 났고, 대안이 없다는 날조된 사실들을 여전히 유포하고 있고, 송전탑을 열심히 막고 있는 부북면 위양 마을과 평밭 마을은 제쳐둔 채로 송전탑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도방마을과 장동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19일 관광버스로 여행을 시켜주는 치졸한 방식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한국전력은 이런 방식으로 밀양 시민들과 경과지 주민들을 분열시키지 말고, 공기업답게 떳떳하게 공론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대책위가 수없이 제안한 공개 TV 토론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