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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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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과 사랑에 빠졌다."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이다. 크루즈는 NBC와 CNN이 각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소재로 한 미니시리즈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와 같이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의 관심은 차기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쏠려있다. AP 통신은 12일(이하 현지시간) 힐러리가 대통령 선거를 3년 앞두고 "원치 않는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힐러리의 삶을 다룬 방송제작과 관련, 공화당은 연일 방송국을 압박하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라인스 프리버스는 지난 5일 NBC와 CNN에 힐러리를 홍보하는 방송제작을 철회하지 않으면, 2016년 공화당 대통령 프라이머리 (예비경선) 토론중계에서 두 방송사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2016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 유력 후보인 힐러리에 대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방송국의 '힐러리 띄우기'이며, 이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공화당 측의 주장이다. 방송국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NBC 백악관 선임 기자인 척 토드는 지난 8일 MSNBC에 출연해 미니시리즈 제작은 NBC 뉴스에 "완전한 악몽"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9일 극우성향 방송사 '폭스뉴스'의 계열사인 '폭스 텔레비전 스튜디오'가 NBC의 힐러리 미니시리즈 제작을 맡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프리버스 의장은 11일 CNN과 한 인터뷰에서 "보이콧은 미니시리즈와 다큐멘터리를 미국인들이 볼 수 있도록 방송하는 회사를 향한 것"이라며 폭스 계열사가 힐러리 방송제작에 참여해도 보이콧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다이언 레인이 낙점된 상황이다.

드라마·다큐 제작 논란에 '어두운 과거' 떠올리게 하는 사건도

이와 함께 힐러리의 '어두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도 잇따라 발생했다. 두 사건은 각각 뉴욕시장 선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와 관련있다.

먼저 '섹스팅 스캔들'로 지난 2011년 의원직을 내놓은 바 있는 앤서니 위너 민주당 뉴욕 시장 예비후보가 그동안 계속해서 온라인을 통해 여성들과 성적으로 노골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위너 후보의 사과 기자회견에는 그의 부인이자, 오랫동안 힐러리의 보좌관을 지냈던 후마 아베딘도 참석했다. 아베딘은 "남편이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나는 그를 사랑하고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힐러리가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옆을 꿋꿋하게 지켰던 것을 떠오르게 했다. 이 같은 비교에 대해 힐러리 측은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전국위 의장이자, 2008년 힐러리 선거캠프 본부장이었던 테리 매컬리프는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힐러리는 오는 9월 30일,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매컬리프의 선거자금 마련을 위한 후원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는 그녀가 지난해 12월 국무장관에서 사임한 이후 첫 정치행사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매컬리프 후보의 전기자동차 회사와 힐러리의 남동생인 앤서니 로댐이 운영하는 회사는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AP는 이 조사가 이들이 어떻게 회사의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비자를 구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전략가 커트 앤더슨은 "만약 매컬리프가 힐러리가 국무장관을 지내던 시절 특혜를 받은 사실이 밝혀진다면, 상황이 지저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번 조사를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터진 '화이트워터 게이트'와 연관 짓고 있다. 화이트워터 게이트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 그리고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화이트워터 지역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여성' 전면에 내세운 힐러리, '여성대통령론' 주요전략으로

힐러리에 대한 관심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10일 갤럽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11년 12월 38% 이후 최저인 41%를 기록했다. 국세청(IRS)의 보수단체 표적수사,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정보수집, 이른바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개혁 법안을 둘러싼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벌써 '레임덕'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힐러리의 지난 7개월간의 발언 내용을 분석하며 그가 '장벽을 깨는 여성'으로 선거 캠페인의 테마를 정했다고 전했다. 힐러리는 대중연설을 통해 여성이 "변화의 주체이며 진보를 견인하고 평화를 만든다"고 말하는가 하면,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그 효과는 사회 전반에 미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힐러리는 5000명 앞에서 힐러리는 "나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여성 대통령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2008년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당시 그녀가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려 노력했던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그녀는 자신이 최고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장 자격 있는 후보이기 때문에 출마했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은 힐러리가 '여성'을 강조할 경우 남성 유권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여성 유권자들은 무조건 힐러리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계산이었다. 아이오와에서 세 번째 대선 예비후보 경선을 마쳤을 때, 힐러리의 여성 지지율은 오바마보다 5% 낮았다. 당시 힐러리 캠프의 한 참모는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아이디어를 진심으로 끌어안지 않은 것은 우리 쪽의 큰 실수였다"고 회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힐러리가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선거 출마자로서 그리고 국무장관으로서 자신의 강인함을 증명하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 '여성대통령론'은 힐러리의 주요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정치인 지원단체인 '에밀리 리스트'는 "우리는 여전히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적이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서 "힐러리가 출마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그녀를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미 변호사 협회(ABA)는 힐러리가 그동안 보여준 '선구적인 여성'으로서의 행보를 기리며 ABA 메달을 수여한다.


태그:#힐러리, #힐러리 클린턴, #오바마, #앤서니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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