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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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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자신이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우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06년 4월 29일을 회상했다. 그는 "전날 울산에서 당 행사에 참석하고 김기현 의원 등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해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할 수 있어요'라고 했다"면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당시는 사학법 개정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여야가 매일 싸우고 있을 때다"라고 회상했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과 통화를 끝내고 김기현 의원(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상의한 뒤 그날 밤늦게 서울로 올라가 광화문에서 목욕을 하고 청와대 관저로 향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저에 가니,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김한길 원내대표(현 민주당 대표)가 먼저 와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간 3자 회담으로 진행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에 힘을 실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께서 김 원내대표에게 '이번에는 이 대표 손 들어주시죠'라고 했다, 나도 순간 당황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든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순간 김한길 대표의 얼굴이 굳었다, 분명 모르고 온 것 같았다"며 "김 대표는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정색을 하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도 당 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 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김 대표가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 되겠습니다'하고 일어서서 나갔다"고 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지만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이 의원에게 한 시간 넘게 청와대 관저 곳곳을 안내해줬다고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그날 두 가지를 배웠다"면서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과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는 대통령이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후 내가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면서 "지금은 고인이 된 분과 있었던 이야기가 오늘 따라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및 세제개편안 등으로 꼬인 현 정국에 대해 '제3자'의 입장만 취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또 청와대를 설득하지 못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노 전 대통령 "이번에는 이 대표 손들어주시죠?"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트위터 전문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이다. 2006년 4월 29일이다. 전날 울산에서 당 행사에 참석하고 김기현 의원과 구청장, 시의원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했다. "이 대표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 할 수 있어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당시는 사학법 개정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여야가 매일 싸우고 있을 때다. 나는 일단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고 김기현 의원과 상의했다. 김 의원도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울산에서 밤 늦게 차로 올라와서 광화문에서 목욕하고 바로 청와대 관저로 갔다.

김한길 여당 원내대표가 먼저 와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갑자기 아침 먹자고 해서 미안하다"면서 반갑게 대해주셨다.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김 대표님 이번에는 이 대표 손들어주시죠." 나도 순간 당황했다.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드는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 순간 김한길 대표 얼굴이 굳었다. 분명 모르고 온 것 같았다. 김 대표는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당 분위기는 그게 아닙니다" 정색을 하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당 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김한길 대표는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 되겠습니다" 하고 일어서서 나갔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노 대통령은 "둘이서 청와대 구경이나 합시다" 하고 "내가 이 대표를 안내하지요" 하고 일어서서 밖으로 나왔다. 노 대통령은 아주 친절하게 관저방 하나하나를 소개해 주고 "이방은 친구들과 딱 한 번 삼겹살 구워 먹던 방입니다", "이 나무는 누가 있을때 심은 것입니다"는 식으로 관저 내부를 다 구경시키고. 밖으로 나와 청와대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서 청와대를 구석구석 자세히 설명하셨다. 한 시간 넘게 노대통령의 안내를 받고 헤어지는데 "이 대표님 또 만날수 있을까요"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나는 그 날 두 가지를 배웠다. 김한길 여당대표에게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후 내가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 지금은 고인이 된 분과 있었던 이야기가 오늘 따라 생각이 났다.



태그:#이재오, #노무현, #김한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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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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