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연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생태적 지혜를 몸으로 배우는 숲 유치원이 주목받고 있다. 도심을 잠시만 벗어나도 충분한 산림과 농지 등을 접할 수 있는 전주시에서도 숲 유치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13일 오후 '지역과 함께하는 올바른 숲 유치원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에서 열렸다. 전라북도발전협의회 공동체형성분과가 주최하고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얘들아 하늘밥 먹자가 공동주관한 토론회에는 약 100여명이 참가하여 숲 유치원의 인기를 실감했다.

 13일 저녁에 열린 지역과 함께하는 올바른 숲 유치원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13일 저녁에 열린 지역과 함께하는 올바른 숲 유치원의 방향에 대한 토론회가 ⓒ 문주현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지금까지 진행된 숲 유치원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면서 숲 유치원의 올바른 방향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농촌마을 활력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전주·완주권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숲 유치원 조성 방향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토론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숲의 다양한 변화, 스스로 문제 해결 힘 길러"

이날 메인 발제에 나선 서울교대 곽노의 교수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철학자 루소의 말은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숲은 인간의 탁월한 특성과 잠재된 능력을 잘 개화시킬 수 있는 곳 중 하나"라면서 "숲 유치원은 자연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면서 상상력과 사회성을 길러준다"고 숲 유치원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독일에서 만난 숲 유치원생 학부모는 숲이라는 환경에서 잘 견디고 그곳에서 만난 어려운 문제를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길을 열어가는 경험을 하도록 하기 위해 보냈다는 말을 했다"면서 "이 경험이 성인이 되어 직면하는 수많을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학부모는 믿고 있는 것 같았다"고 독일의 사례도 소개했다.

독일은 1990년대 숲 유치원이 꽃을 피워 현재는 약 1000여개의 숲 유치원이 있다. 이들 유치원은 지자체,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운영되고 있다.

이영혜 (사)숲연구소 연구위원은 인천의 사례를 소개하며 문을 열었다. 이 위원은 "인천은 산이 많아 숲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 지지체와 구청에서 각 산마다 숲활동을 하는 해설가를 모집해서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지자체에서 움직이니 유치원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숲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숲 유치원지도자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살펴봤는데, 너무 유아교육 프로그램에 치중하여 숲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교육이 적었다"면서 "아이 눈높이에 맞춰 숲해설과 수업을 할 수 있는 전문 교사 양성은 유아교육과 숲 해설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야"

유혜숙 전주 코끼리유치원 원장은 "숲 유치원은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숲 유치원의 열풍에 휩쓸려 학부모들의 만족을 위해 생태적 감수성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고생시키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숲 유치원의 원칙을 강조했다.

 전주 코끼리유치원의 원칙 중 하나
전주 코끼리유치원의 원칙 중 하나 ⓒ 문주현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캠핑이 상업주의와 유행, 트렌드에 집착하면서 변질된 것처럼 숲 유치원도 고정된 양식으로 묶여진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면서 "숲은 우리가 이용·활용하는 공간이 아니고 함께 살아내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숲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처장은 "숲이라는 공간과 로컬푸드로 상징되는 완주권의 농업·농촌과 연관된 자연, 숲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면서 "전주와 완주는 하천도 아름답다. 농촌과 연계하여 4계절 하천, 들, 숲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공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숲 유치원 활성화 전라북도가 힘써야"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올바른 숲 유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민·유치원 및 어린이집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과 유치원의 밭농사 체험. 유치원의 숲 및 농촌체험은 일회성이 아니라 1년을 주기로 진행된다. [사진출처 -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 카페]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과 유치원의 밭농사 체험. 유치원의 숲 및 농촌체험은 일회성이 아니라 1년을 주기로 진행된다. [사진출처 -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 카페] ⓒ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

유혜숙 원장은 "전라북도 등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전주·완주권에 숲 나들이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이 지역이 행복한 도시가 될 것"이라면서 "농촌과 유아교육이 연결되면 아이들이 커서 훼손되는 숲과 농업을 그냥 보지 않을 것이다. 결국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미리 만들 수 있다"고 숲 유치원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을 촉구했다.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도 "지역의 환경단체와 유치원은 이미 10여년 동안 숲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 사례를 이용한다면 숲 유치원은 가능하다"며 "다만 이 지역에 숲 유치원을 가능케 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역할은 지자체의 몫이다. 지자체가 공간을 만들어 관리하고 민간이 프로그램을 채우고 민간단체가 중간 다리역할을 한다면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이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배 완주 두억행복드림마을 위원장도 "지난 2년 동안 전주의 유치원과 교류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지자체의 협력이었다"면서 "마을의 구성원만으로는 인건비 및 인원이 부족해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숲 유치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