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과 관련한 주민 갈등이 깊어지면서 밀양 시가지에서는 '펼침막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반대 주민들이 밀양시청 앞에 내걸었던 펼침막이 칼로 난도질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15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반대대책위와 주민 명의로 내건 펼침막 가운데 유독 밀양시청 앞에서만 벌써 두 번째 참혹하게 찢겨 난도질 당하고 그 자리에 관변단체들의 펼침막이 도배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펼침막 전쟁은 7~8월 내내 벌어졌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과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잇따라 밀양을 방문했고, 엄용수 밀양시장은 지난 7월 25일 경남도청에서 송전선로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밀양 시가지에는 한국전력공사, 밀양시,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밀양 송전탑 해결을 위한 5개면 주민대표 위원회' 등의 명의로 펼침막이 수없이 내걸렸다. 이후 송전탑 반대측도 대응 차원에서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송전탑 반대 펼침막을 누가 훼손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칼로 난도질해놓아 누군가 고의적으로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 그 자리에는 관변단체 펼침막이 대신 내걸렸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현수막 훼손은 지역 갈등과 민심 분열을 더욱 가속화시키려는 누군가의 술책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펼침막을 통한 상호 비방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밀양시와 한전, 관변단체들에게 호소한다"며 "펼침막 게시를 통한 비방전을 중단하라. 이것을 약속한다면 우리도 펼침막 게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밀양시는 14일 오후 최규택 한국전력공사 부산경남개발처 부장을 초청해 5~6급 공무원 133명을 대상으로 송전탑 문제 사전교육을 벌이고, 공무원들이 4개면 주민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한국전력의 프로젝트에 일선 공무원들을 하수인이자 행동대원으로 부리겠다는, 실로 참혹한 상황"이라며 "밀양시의 중견 간부들인 이들 5~6급 공무원들을 이런 일에 동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행정력 낭비지만, 이는 무엇보다 밀양시의 극심한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행태이자 반대 주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태라는 점에서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밀양시장은 주민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행정력 낭비에 극심한 지역갈등을 초래할 공무원 동원 주민 홍보 교육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이 계획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밀양시청 앞 집회와 가두 홍보전을 통해 끝까지 맞서 나갈 것이며, 밀양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해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공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시청 관계자는 "반목과 갈등하지 말고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차원이고, 담당 부서만 내용을 알 것이 아니라 전체 공무원들이 알아야 하기에 교육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