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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기차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피서객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양희재(23)씨는 이번 여름에만 다섯번째 해운대를 찾았다.
 해운대 기차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피서객임을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양희재(23)씨는 이번 여름에만 다섯번째 해운대를 찾았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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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출발해 포항까지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이 열차는 해운대에 정차한다. 매표소 직원은 "피서철이라 해운대에 정차하는 열차는 대부분 만석"이라 말했다. 지난 10일 부산 화명역에서 입석표를 끊고 기차에 올랐다. 화명역에서 해운대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짧은 시간이지만 열차 칸을 가득 메운 피서객들 사이에서 서 있을 공간조차 찾기 힘들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해운대로 향하는 피서객들의 모습은 흥에 겨워 보였다. 튜브를 어깨에 둘러메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고등학생들 모습도 보였고, 선글라스에 선캡으로 한껏 멋을 낸 할머니 부대도 있었다. 길게만 느껴지는 40분이 지나고 드디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웃통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 인기 높은 지역음식들

해운대역 입구에서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목 풍경은 이곳이 피서지임을 실감케 했다. 여자들은 비키니 위에 비치웨어만 걸치고 거리를 활보했다. 웃통을 벗고 돌아다니는 남자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 양쪽에는 수영복이나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을 이었다. 해수욕장에 가까워지자 짠내가 코를 찔렀다. 올해 해운대 해수욕장의 하루 최다 방문객은 80만 명으로 지난 3일 기록했다. 8월 1일부터 11일까지가 휴가 피크주간이다. 8월 1일에서 9일까지 열리는 바다 축제와 휴가철이 겹쳐 피서객들이 많이 몰린다고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전했다.

파라솔로 가득 메워진 해수욕장은 여느 곳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구용하(35·울산 중구)씨는 자신의 몸보다 커다란 파라솔을 들고 자리 잡기에 바빴다. 이미 해수욕장에는 파라솔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구씨는 "점심시간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야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있다"며 "안 좋은 자리에는 물 밑에 돌이 많아 수영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피서를 왔다는 김민희(28·경남 김해)씨는 해운대 근처에서 낚시하러 왔다가 해수욕장을 찾았다. 부모님과 여동생의 휴가 기간을 맞추느라 힘들게 시간을 냈다. 김씨는 모처럼의 휴가에 들뜬 모습이었다. 김씨는 "해운대에 볼 게 많아서 좋다"며 "오늘 저녁에는 아쿠아리움에서 연극을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전 시간에 비해 거리는 더욱 북적였다. 외지사람이 대부분인 피서객의 특성상 지역음식이 인기가 높은 건 당연지사.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과 밀면집 입구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밀면집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20평 남짓한 밀면집에 종업원 5명이 바쁘게 밀면을 날랐다. 가게 바닥 젖은 모래가 피서객들의 줄이은 방문을 말해주고 있었다. 

밀면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던 김영설(39·대전 유성구)씨는 두 아들과 휴가를 왔다. 함께 휴가를 오지 못한 남편에게 휴가 분위기라도 전하고자 밀면 사진을 보내고 있었다. 김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돼지국밥은 먹고 싶지 않았다"며 "아들들이 면종류를 좋아해 밀면을 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산다는 이선영(37)씨는 딸 재은이(2)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씨는 "아이가 있는 집은 물이 얕은 송정 해수욕장에 많이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해운대에 자주 온다"며 "해수욕장 바로 뒤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굳이 나가서 식사하지 않아도 되고, 오래 머물기 좋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산다는 이선영(37)씨는 딸 재은이(2)와 함께 해수욕장을 찾았다. 이씨는 "아이가 있는 집은 물이 얕은 송정 해수욕장에 많이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해운대에 자주 온다"며 "해수욕장 바로 뒤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서 굳이 나가서 식사하지 않아도 되고, 오래 머물기 좋다"고 말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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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있잖아요. '이거 바가지 아닐까?' 하는 의심부터 먼저하게 되는 거요. 그래서 전 동네에서 닭강정 사왔어요. 해수욕장에서 친구들이랑 같이 먹으려구요. 사람 많은 피서지여서 위생도 의심스럽고, 양은 적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요."

천수정(23·부산 북구)씨의 말이다. 피서객들의 걱정은 바가지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0년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짝퉁 통닭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짝퉁 통닭은 유명브랜드로 포장한 뒤 1만7천 원에 팔렸다. 화물차 위에서 조리한 비위생적인 통닭이었다. 그러나 한철 장사를 노린 장사꾼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운대구청은 바가지 근절을 위해 해운대 해수욕장 공식홈페이지(http://sunnfun.haeundae.go.kr/)에 편의점 판매 음료수(10품목)와 판매 주류(2품목)에 대해 적정 가격을 공개했다. 불법 영업 단속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해운대구청 해수욕장 담당자 이정훈씨는 "짝퉁 통닭과 같은 경우에는 식품위생파트에서 담당 공무원이 직접 나가 단속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노력을 하지만 이 사람들이 계속 장사를 하려고 하는 바람에 결국 쫓고 쫓기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해운대가 공설 해수욕장이기 때문에 다른 해수욕장과 비교해 어느 정도 가격 통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똑똑하게 해운대 이용하는 방법

해운대 해수욕장의 피서 용품 이용료. 스마트비치를 통해 구입하면 20% 할인이 적용된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피서 용품 이용료. 스마트비치를 통해 구입하면 20% 할인이 적용된다.
ⓒ 해운대 스마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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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천에 떠 있던 해가 조금씩 땅과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모래사장에는 피서객들이 두고 간 튜브와 파라솔이 너저분하게 놓여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자 파라솔을 대여하는 상인들도 하나둘씩 정리에 나섰다. 파라솔 대여를 하는 배지호(27)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있었다. 배씨는 팔토시를 걷으며 까만 손과 확연히 비교되는 팔목을 보여줬다.

"나오는 시간은 랜덤이에요. 주말은 아침부터 오고, 대부분 점심 먹고 나오죠. 저번 주 같은 경우에는 파라솔이랑 튜브 빌리느라 사람들이 많이 기다렸어요. 땡볕 아래 하루종일 서있는 건 그렇다 쳐도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술 드시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바가지다 뭐다 하면서 지나치게 가격 흥정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비싸다니요? 이게 다 구청에서 지정해준 가격이에요. 해수욕장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문에도 가격이 나와 있어요."

해운대구청에서는 한철 장사 때 수익을 올려려는 장사꾼들 때문에 바가지요금으로 해수욕장이 몸살을 앓자 가격준수를 의무화시켰다. 구청에서 정해준 가격을 준수하지 않을 시에는 과징금을 부과시켰다. 피서용품(파라솔, 튜브, 비치베드 등)에 대한 바가지요금은 어느 정도 사라졌다.

해수욕을 마친 사람들은 하나둘씩 간이 샤워실로 향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입구에 위치한 간이 샤워실은 5분 동안 1500원에 이용할 수 있었다. 피서객들은 물에 대충 모래와 소금기를 씻어냈다. 길게 늘어는 줄 때문에 오랫동안 샤워기를 차지했다가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장정린(34·경북 구미)씨는 "아이들 씻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발도 제대로 씻지 못 하고 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5분 동안 할 수 있는 샤워가 2, 3분으로 끝나 버리기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서객 입장에서는 피서용품과 샤워비가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 비치를 통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2011년 1월부터 해운대구청이 도입한 스마트 비치는 지난해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스마트 비치는 ▲ 해수욕장에서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 해소 ▲ 파라솔 운영단체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호객행위 ▲100% 현금 거래로 인해 부정확한 수익 책정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했다.  

스마트비치는 ▲ 유인매표소 ▲ 무인발권기 ▲ 홈페이지 ▲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권을 구입할 수 있다. 이용권을 구입한 후 대여 및 판매 업소에 방문해 제시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스마트비치를 통해 피서용품을 이용하면 해수욕장 시설 이용료를 20%까지 할인 받는다.

"집에 갈 때가 되면 짜증부터 나요"

오후가 되자 떠나는 피서객들로 간이 샤워실이 북적였다. 간이 샤워실을 이용하려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목욕탕으로 가는 피서객들도 있었다.
 오후가 되자 떠나는 피서객들로 간이 샤워실이 북적였다. 간이 샤워실을 이용하려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고 목욕탕으로 가는 피서객들도 있었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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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가자 피서객의 3분의 2가 줄었다. 그들은 각자 집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지하철역으로 떠났다. 이날 공식적인 해운대 해수욕장 방문객은 30만 명. 해수욕장 입구에서 택시를 잡던 김보나(31·경북 경주)씨는 "깨끗하게 씻어도 수영하고 나온 티가 조금이라도 나면 택시 기사들이 태워주지 않는다"며 "택시 시트가 젖거나 모래가 들어갈까 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해운대에서 노는 건 재밌지만 집에 갈 때가 되면 짜증부터 나죠. 항상 번잡하고,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려고 꽉 차 있어요. 주차공간도 사람들 몰리는 거에 비해서 부족해요. 주차비도 다른 데 비해서 비싸니까 차 몰고 오면 고생이죠. 보통 서면이나 차 좀 많다 싶은 곳은 시간당 2천 원인데 해운대는 3천 원까지도 올라가요."

개인 승용차를 가져온 경우엔 집에 가기가 더욱 힘들다. 윤현준(23·부산 북구)씨는 "주차공간이 없어서 잠시 차를 세워뒀다가 견인당했다"며 "주차 공간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날 윤씨는 웃통을 벗고 견인 장소로 차를 찾으러 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차역을 찾은 김명희(47·경남 창원)씨는 매진으로 기차표를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지하철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35년 지기 친구들과 해운대를 찾은 김씨의 마음은 가볍다. 김씨는 "각자 자기 가정 챙기느라 바빴던 친구들이 나이 먹고 여유가 생기자 다시 뭉쳤다"며 "오고 가는 길은 고생이었지만 친구들이랑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마음은 좋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많은 수백만의 피서객들이 이번 여름에도 해운대에서 추억을 만들고 떠났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온 Alex Warnes(25)씨는 "한국의 해수욕장을 처음 찾았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도 신기하지만, 똑같은 파라솔을 꽂아서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온 Alex Warnes(25)씨는 "한국의 해수욕장을 처음 찾았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도 신기하지만, 똑같은 파라솔을 꽂아서 쓰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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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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