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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진행된 5차 부산시민시국대회 참석자들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17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진행된 5차 부산시민시국대회 참석자들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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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유행했던 이야기를 하겠다. 참기름과 라면이 속닥속닥하다가 싸움이 붙었다. 다음날 라면이 경찰서에 붙잡혀갔다. 왜 갔나면, 참기름이 고소했기 때문에. 그 다음날은 고소했던 참기름이 붙잡혀갔다. 왜냐면 잡혀간 라면이 불었기 때문에... 마지막 날은 소금이 잡혀갔다. 잡혀간 모두가 한 말이 소금이 짰다는 것. 짠 게 소금이라는 것. 김용판이 나오고, 원세훈이 나오고, 댓글 쓴 여직원이 나오지만 소금이 짰다는 건 누구나 안다."

오래된 우스갯소리를 꺼내놓던 이승정 목사의 말을 의아하게 듣던 시민들의 입에서 끝내 웃음이 터졌다. 이 목사는 "소금이 짠 것은 간단하다"며 "본질이 독재에 있기에 그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17일 부산 시국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이 목사처럼 저마다 하고 싶던 이야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부산 5차 시국대회에 함께한 참가자 1000여명(집회 측 추산·경찰추산 500명)은 오후 7시부터 때론 분노로 때론 웃음으로 국정원을 꾸짖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그래도 컸던 것은 분노였다. 이날 시국대회에서 참가자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것은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조사였다. 시국대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불성실한 국정조사로 논란이 된 증인들 뿐 아니라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은 범죄행위를 했어도 증인선서를 하지 않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변호하는 국선변호인의 모습이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양심이 없다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이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3권이 분립된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범죄자를 변호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많은 촛불을 모으기 위한 호소도 이어졌다. 여승철 남구의원(통합진보당)은 "여러분의 촛불이 저들의 총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방패가 될 것"이라며 "촛불이 무기면 촛불을 모아야 하고, 우리의 함성을 저들이 두려워한다면 더 큰 함성을 질러야 한다"고 말했다.

물대포가 등장했던 광복절 집회 때 연행됐던 부산 지역 참가자들도 이날 유치장에서 풀려나 시국대회를 찾았다. 이원규(39)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한달을 기다리면 촛불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여기고 기다리겠지만 4천만 국민들이 든 촛불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광복절 연행자는 44명이었지만 다음에는 440명, 그 다음에는 4400명으로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 말했다.

부산 연극인 시국선언 "새 유신 열차는 진실 앞에 멈추어라"

부산지역 연극인 30여명은 17일 부산 연극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부산지역 연극인 30여명은 17일 부산 연극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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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시국대회에서는 부산지역 연극인 30여명이 시국선언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인들은 '새 유신열차는 진실 앞에 멈추어라'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이 어처구니없는 폭거로 민주주의의 근간은 무너지고 국가의 기강은 철저히 훼손되고 말았다"며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과 총체적 부정선거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어떤 정치적 술수에 의해서라도 미루어질 수 없고 덮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정원의 해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뿐 아니라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사퇴보다는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시민활동가 이아인씨는 자유발언을 통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극단적인 단어 사용은 자제하면서 마음 속 깊이 담아주시고 종이에 있는 것처럼 '국정원 규탄한다'와 '책임자 처벌하라'를 함께 외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오후 9시께 공연을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2시간여의 대회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6차 시국대회는 오는 23일(금) 오후 7시 30분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에서 열린다.


태그:#부산시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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