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를 들고 헬멧 등으로 무장한 경찰이 파란색 웃옷을 입은 시위대를 향해 진격했다. 물대포에 맞은 사람들은 한쪽으로 내달렸고, 경찰은 토끼몰이하듯 그들을 쫓아갔다. 17일 '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아래 기획단)'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이다.
실제 상황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그날 오전 10시쯤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 현대자동차 앞 명촌주차장에서 실시한 '희망버스 진압 모의훈련'이었다. 명촌주차장은 지난 7월 20일 1차 희망버스가 인근 송전탑에서 불법파견 해결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던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을 만나기 위해 달려갔던 곳이다.
기획단은 18일 보도자료에서 경찰의 모의훈련을 "범법자 정몽구 보호훈련"에 빗대며 "지금 검찰과 경찰이 몰두해야 하는 것은 불법파견 근절훈련, 재벌 불법행위 근절훈련"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전날 명촌주차장에 모인 경찰병력은 약 5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200명 정도가 진압경찰이었다. 시위대 역할을 맡은 경찰은 파란색 웃옷을 입은 채 곤봉과 죽봉을 들고 경찰에 맞섰다.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저지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희망버스 공안탄압, 정몽구 보호훈련 중단하라"기획단은 "(1차 희망버스 뒤) 이성한 경찰청장은 '노사 어느 쪽이든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합동수사본수 수사대상자 72명 중 사측은 10명밖에 되지 않았고, 정몽구 회장을 잡을 단 한 명의 경찰도 파견하지 않았는데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을 체포하기 위해선 경찰관 762명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장 발언과 달리 수사는 형평성을 잃었고, '희망버스 공안탄압'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모의훈련 뒤에는 현대차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기획단은 "현대차는 경찰청 고위간부를 부사장으로 앉혔다"며 "이후 첫 작품인 '희망버스 방어훈련'은 법 위에 경찰이, 경찰 위에 재벌이 있음이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범법자 정몽구 보호훈련'과 공안탄압에 쏟았던 비용과 열정의 반의 반이라도 정몽구 회장 불법행위 수사에 쏟았더라면, 비정규노동자들의 절규에 귀기울였다면 7월 20일 희망버스는 운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무더운 여름, 희망버스를 탄압하기 위해 노력한 경찰에게 조롱과 분노를 표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정몽구 회장을 즉각 수사·처벌하고 희망버스 공안탄압을 중단하는 한편, 현대차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 세 가지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8월 31일 희망버스는 다시 한 번 울산을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