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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위원들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 디지털증거분석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김현 민주당 의원).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위원들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 디지털증거분석실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김현 민주당 의원).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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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중인 수서경찰서(이하 수서서)에서 디지털증거분석물 반환을 요청했음에도 서울지방경찰청(이하 서울청)은 "반환하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한다"며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찰 감찰 결과에 따르면, 김아무개 서울청 수사2계장은 지난해 12월 17일 "증거분석물 반환시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하고, 수사기록에 편철할 경우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이에 권은희 수서서 수사과장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청은 전날(12월 16일) 오후 9시 15분 디지털증거물의 분석을 완료했다. 하지만 디지털증거분석물 반환을 지연해 오다 대선 투표일 전날인 12월 18일 오후 7시 넘어서야 수서서에 분석물을 넘겨줬다. 권 과장은 이를 두고 "명백한 수사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분석물 반환 거부하자 권은희 과장 "형사소송법 위반" 반발

서울청에서 디지털증거물의 분석을 완료한 시각은 12월 16일 오후 9시 15분이었고, 분석결과는 오후 10시 30분 수서서에 전달됐다. 이어 오후 11시 수서서는 "국정원 댓글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다음날(12월 17일)부터 디지털증거분석물(분석물) 반환을 둘러싼 서울청과 수서서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유아무개 수서서 사이버분석팀장이 이날 수차례 전화를 걸어 서울청에 분석물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청으로부터는 "반환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아무개 서울청 사이버분석팀장은 경찰 감찰에서 "사이버범죄 수사대장에게 보고하자 전일 수사과장이 '일단 봉인하고 외부로 유출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분석물 반환이 늦어지자 권은희 수서서 수사과장도 나섰다. 권 과장은 이날 오후 김아무개 서울청 수사2계장에게 전화해 "증거물 분석이 종료됐는데도 왜 분석물을 반환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계장이 이렇게 답변했다.

"증거분석물을 반환하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하고, 수사기록에 편철하면 (자료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청과 수서서의 갈등은 12월 18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유 팀장이 "기자들이 아이디·닉네임 수사 여부를 물어보니 먼저 달라"며 디지털증거분석물 반환을 다시 요청했다. 그때서야 장아무개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분석관들을 소집했다. 장 수사대장이 경찰 감찰에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분석관들은 모두 "10월 이후 문재인 비방, 박근혜 지지 글에 한정한다는 증거임의제출 조건 이외의 자료는 넘기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장 수사대장이 권은희 과장에 전화를 걸어 "분석관들이 반대하니 국정원 변호사에게 넘겨줘도 된다는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과장은 "동의서는 필요없다"며 거듭 반환을 주장했다. 특히 권 과장은 전날(12월 17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환을 거부했던 김아무개 수사2계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권 과장은 경찰 감찰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권은희 수사과장 "(디지털증거 분석물을 반환하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법 위반이다."
김아무개 수사2계장 "(장아무개) 사이버대장하고 알아서 하세요. 나는 몰라요, 몰라."

권 과장에 따르면, 권 과장이 국정원쪽 변호사에게 전화해 "국정원이 서울청에 증거(분석)물 반환을 요청했냐?"고 묻자, 변호사가 "그런 일 없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내용이 확인된 직후에서야 비로소 서울청에서 분석물을 반환했다는 것이 권 과장의 주장이다.

서울청 "이미징 파일과 추출 결과는 줄 수 없다"

서울청과 수서서가 갈등을 겪었던 분석물은 12월 18일 오후 7시 넘어서야 수서서에 넘겨졌다. 장아무개 수사대장은 이렇게 반환이 늦어진 이유와 관련해 "12월 17일 오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분석관들이 브리핑 답변 준비, 브리핑 참여, 민주통합당 항의 방문, 기자간담회 등으로 바빠서 분석자료를 정리·취합하지 못해 브리핑 당일(12월 17일)에는 반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최아무개 수서서 사이버팀 경사는 경찰 감찰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진술했다. 최 경사는 "분석물 반환 요청 공문을 보낸 뒤 서울청에서 '와서 가져 가라'고 했지만 이미징(복사) 파일과 추출 결과는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이를 권은희 과장에게 보고하고 서울청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서울청이 분석물을 반환하면서 경찰수사에 중요하게 쓰일 이미징 파일과 추출 결과를 의도적으로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분석물 가운데 일부가 누락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로 의심되는 닉네임 '숲속의 참치'가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접속해 '저는 이번 선거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글을 열람했다는 내용을 누락한 것이다.

권은희 과장은 12월 19일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글이 게재된 '오늘의 유머'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검사의 수사지휘에 따라 '아이디·닉네임 40개와 김씨의 관련성' 등을 확인해 달라고 서울청에 요청했다. 이에 서울청은 12월 20일 추가로 분석물을 보내주었다. 거기에는 닉네임 '숲속의 참치'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접속해 '저는 이번 선거에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글을 열람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임아무개 서울청 분석관은 "닉네임 '서태진아'가 작성한 글을 닉네임 '숲속의 참치'가 로그인 상태에서 열람한 것이다"라고 수서서에 설명했다. 수서서에서 12월 20일 오후 1시께 "검찰에서 아이디·닉네임이 국정원 여직원이라는 근거를 달라고 한다"고 요청하자 서울청은 관련자료를 수서서에 보냈다.

권 과장은 "위 글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며 "이 글의 문제성 판단은 수사관이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서울청에 따졌다. 하지만 임아무개 분석관은 "닉네임 '서태진아'가 작성했고, 닉네임 '숲속의 참치'가 열람했다"고만 거듭 설명했다.    

서울청 분석관실 CCTV에도 '숲속의 참치'는 등장한다. 한 분석관이 "'숲속의 참치' 글이 중간에 있는데 이러면 댓글 아닌가?"라고 묻자 다른 분석관이 "이거 댓글 맞다"고 답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숲속의 참치는 국정원 직원 김하영의 아이디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서울청이 키워드를 4개로 축소하라고 지시하고, 국정원 직원 김씨가 증거분석 과정에 개입하도록 했으며, 분석물 반환을 거부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은 "언론보도와 관련 (윗선으로부터) '누가 언론에 유출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적은 있지만 압력성 전화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 "게시글·찬반 클릭자료 100여쪽 폐기"

한편 검찰은 지난 6월 1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서울청에서는 계속 분석물 송부를 거부하다가 12월 18일 오후 7시 35분에서야 보내주었지만 아이디·닉네임 등이 누락되어 최종적으로 대선 당일인 12월 19일 00시 38분께 분석물 전체를 받아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한 분석과정에서 확인된 정치인·정당 관련 게시글 및 찬반 클릭 자료가 분석종료 시점에는 100여 쪽에 달했으나 12월 16일 밤 모두 폐기해 수사팀에 전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권은희, #디지털증거분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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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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