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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비행장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공군기지로 매번 거론되는 알뜨르비행장 옛 관제탑
▲ 비무장평화의섬 3차 선언대회 일제시대 비행장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공군기지로 매번 거론되는 알뜨르비행장 옛 관제탑
ⓒ 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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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된 지난 7년 동안 강정마을에선 수많은 환경, 문화, 평화,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강정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활동가들과 성직자들과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공군기지와 해병대대 등이 제주 곳곳에 들어서면서, 제주도가 전쟁과 죽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되어갈 것을 수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과연 제주도가 어떤 섬으로 가야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입니다.

그래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은 2013년 1월부터 '제주도를 군사 기지가 없는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습니다. 1, 2차 '비무장 평화의 섬 선언대회'를 43평화센터와 관덕정에서 진행한 이후 단순한 선언이 아닌 제주 곳곳의 현장을 찾아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강정해군기지와 더불어 군사와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상처 그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온 제주도민들의 자존심과 승리의 역사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1989년 공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냈던 송악산 인근의 모슬포와 대정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전쟁과 저항의 상징이었던 대정을 만나다

처음에 도착한 옛 알뜨르비행장 주차장. 이곳에서 만난 전투 교육중인 해병대 장교들
 처음에 도착한 옛 알뜨르비행장 주차장. 이곳에서 만난 전투 교육중인 해병대 장교들
ⓒ 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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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공군기지 격납고에서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섬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시민들
 알뜨르공군기지 격납고에서 제주도를 비무장 평화의섬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시민들
ⓒ Licky Ro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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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생명평화포럼에서 홍기룡 제주해군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주의 역사에서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투쟁은 의미가 아주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투쟁을 승리로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제주도민들의 자발적인 목소리가 많아졌고 시민사회운동 또한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무장평화의 섬 실무팀은 평화학교 학생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송악산 공군기지 투쟁의 최선봉에서 활동하신 양아무개 전 사무장님과 모슬포와 대정에서 농민운동·사회운동을 하신 선생님들을 몇 차례 만나면서 그때 있었던 생생한 일들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양 전 사무장님으로부터 모슬포와 대정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잠시 들었습니다. 모슬포와 대정은 한라산 이남의 넓고 비옥한 토지를 중심으로 풍부한 곡식을 생산한 곳으로 예부터 농민들의 목소리가 컸던 곳입니다. 조선시대 말에는 봉건시대를 타파하고 백성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제주도 전체의 농민운동으로 성장했던 이재수의 난처럼 저항의 큰 인물이 나오기도 했던 곳입니다.

또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말기에 대동아전쟁의 군사기지로 제주도를 선택하여 넓은 알뜨르비행장과 격납고를 만들어 전투기를 배치했습니다. 아울러 송악산 진지동굴에 탄약고와 고사포를 배치하고 바닷가의 은폐 동굴에 인간방패 개인잠수함을 배치하는 등 제주 최대의 군사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4·3항쟁 때에는 토벌대의 김익렬 연대장과 무장대의 김달삼 사령관이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회동을 했던 항쟁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6·25 전쟁 때는 공산군에 협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고 무차별 학살되었던 섣알오름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후에도 모슬포와 대정은 충남 논산훈련소와 함께 군인훈련소로서 사람들에게 널리 인식될 만큼 전쟁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는 곳입니다. 바로 인근인 화순에선 정부의 해군기지 건설이 좌초되었지만, 지금도 모슬포와 대정에는 해병대 기지와 레이더 기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슬포와 대정은 전쟁과 그에 맞서 저항하던 주민들의 평화에 대한 갈망이 넘치는 곳입니다.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투쟁 승리의 발자취

알뜨르비행장과 송악산진지동굴 등 1989년 공군기지 투쟁 현장을 걷는 시민들
 알뜨르비행장과 송악산진지동굴 등 1989년 공군기지 투쟁 현장을 걷는 시민들
ⓒ Licky Ro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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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송악산은 남쪽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 등 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있고 북쪽으로는 한라산의 정기와 대정의 넓은 뜰 속에 있어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1985년 3월 특정지역 제주도종합계획에 따라 모슬포와 대정마을 주민과 제주도 사회는 송악산관광개발계획을 논의해 왔습니다. 그런데 12월 국방부는 알뜨르공군기지와 모슬포와 대정을 중심으로 송악산공군기지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송악산 일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확정하고 제주도에 통보했습니다(국방부 군시 24464-939).

하지만 모슬포와 대정 주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1989년 9월 추석 다음날 지역 주민들이 대정중학교에 모였고 청년들이 중심이 돼 '송악산 공군기지 결사반대 투쟁준비위원회'를 결성했습니다. 이후 각 지역마다 '리 대책위원회'가 조직되었고 10월 1일 '모슬포 공군기지 결사반대 대책위원회'로 확대되면서 제주 전역에서 공군기지 반대 투쟁을 벌였습니다. 투쟁을 벌인 지 3개월여 만에, 국방부는 공군기지 백지화를 선포했습니다.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 투쟁이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랫동안 전쟁기지로 피해를 입은 모슬포와 대정의 주민들의 반대 여론과 군사기지는 절대 안 된다는 정치권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또 러시아와 미국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세계적인 탈냉전의 국제정세가 작동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송악산 군사기지 싸움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모슬포와 대정 주민들, 제주도민들이 '제주에선 더이상 전쟁의 아픔이 되풀이되선 안 된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 전 사무장님께서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제주도민들이 다함께 연대해야 한다며 작은 힘이지만 있는 힘껏 보태겠다고 하셨을 때, 감사했습니다(이번 비무장평화의섬 3차대회 기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송악산공군기지 투쟁의 백서가 없다는 사실이었고 어떤 곳에서도 자료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일제시대는 진지동굴이었고 송악산 공군기지투쟁 때는 군사보호구역이었던 송악산을 걷는 시민들
 일제시대는 진지동굴이었고 송악산 공군기지투쟁 때는 군사보호구역이었던 송악산을 걷는 시민들
ⓒ Licky Ro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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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딴 곳에 해군기지를 짓는대? 얼마나 엉터리야"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만들어졌을 총탄을 공군기지 부지에서 발견한 시민들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만들어졌을 총탄을 공군기지 부지에서 발견한 시민들
ⓒ P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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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공군기지 투쟁 현장 기행을 하며 함께 한 시민 중 한 분이 땅에 떨어져 있는 총탄을 발견했습니다. 아마 이 총탄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자 만들어진 총탄이었을 것입니다. 극우 보수단체에서는 우리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총탄과 이 총탄을 사용하는 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총탄은 누군가의 생명을 없애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고 그 대상은 적일 수도 있지만 아군일 수도 있고 무고한 일반 시민들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국방부는 1989년 송악산공군기지가 백지화된 이후 이후 2000년도에도 계속 알뜨르비행장, 정석공항, 성산포 일대에 공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이런 것들을 제주신공항과 연계해 군사기지의 색채를 지워 제주도민들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가 민간 크루즈 입항에 사용될 것이라고 홍보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제주인들은 전쟁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됐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 할 유산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유배의 땅이었고,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죽음과 전쟁의 땅으로 사용되어졌다가 4·3항쟁과 6·25전쟁을 겪으면서는 많은 이들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한 곳이 제주입니다. 하지만 그 오랜 상처와 아픔의 역사 속에서도 제주인들은 어느 한 순간 자유와 평화의 끈을 놓지 않고 저항하며 정의를 지켜왔습니다.

강정의 평화활동가들 중 제주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하며 지금은 강정마을에서 제공한 야산에서 고구마, 콩, 쪽파, 마늘 농사를 지으며 제주인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주도라는 외지고 작으마한 섬에서 농사를 짓고 물질을 하며 살아온 제주인들은 수많은 돌과 바람과 함께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왔고 거센 파도와 변덕꾸러기 같은 날씨와 함께 풍성한 바다를 가꾸며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살아온 제주인들만의 자존심과 주인의식은 그래서 매우 높습니다.

송악산공군기지 투쟁 현장에서 바라본 제주 남쪽 바다와 멀리 보이는 강정 해군기지
 송악산공군기지 투쟁 현장에서 바라본 제주 남쪽 바다와 멀리 보이는 강정 해군기지
ⓒ Licky Ro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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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제주인들의 자존감을 역사 속에서 무너뜨려온 군대와 전쟁이 다시 송악산에서 강정마을에서 성산포에서 만들어지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주인들은 그것을 결코 내버려두거나 좌시하지 않습니다. 대정주민들과 제주인들이 똘똘 뭉쳐 송악산에서 공군기지를 몰아냈듯이 강정주민들과 제주인들 그리고 국민들과 세계인들이 7년 동안 전쟁과 죽음의 군사기지를 제주도에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송악산 공군기지 결사반대 투쟁준비위원회에서 활동하셨던 양 전 사무장님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 고권일 대책위원장투쟁위원회 위원장님은 송악산에서 제주도 남쪽 바다 멀리 바라보이는 강정마을을 보며 말했습니다.

"여기 송악산에서 보니 딱 보이네. 저기 툭 튀어 나온 곳이 범섬이잖아. 그리고 앞에 강정마을이고요. 그런데 왜 저딴 곳에 해군기지를 짓는대? 얼마나 엉터리야!"

이번 일정에 참여한 시민 중에 한분은 말합니다.

"들어간 곳이든 툭 튀어 나온 곳이든 이 아름다운 땅위에 군사기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엉터리 짓입니다."


태그:#비무장평화의섬, #생명평화강정마을, #송악산 공군기지, #해군기지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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