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가지산의 속살 학심이골에는 학소대가 있다. 학소대폭포는 학심이골의 숨은 비경이다. 가지산 쌀바위를 중심으로 앞으로는 석남사가 있고 그 반대편에 학심이골이 있는데, 말로만 듣던 청도 학심이골을 만나러 간다. 오늘은 청도 천문사를 기점으로 해서 학심이골을 따라 학소대를 만난 후 가지산 정상까지 가 보기로 했다.
부산에서 출발, 양산 IC를 지나고 서울산 IC를 지나 언양으로 들어섰고 석남사 방향으로 가다가 석남사 못 미쳐서 운문령으로, 운문령에서 운문산자연휴양림을 지나 산들머리인 천문사 앞에 당도했다. 운문령을 넘어오면서 길옆 아래쪽에는 계곡이 이어졌나보다. 계곡 옆에 빼곡한 차량들이 즐비한 것이 보였다. 불볕더위를 피해 사람들은 바다로 계곡으로 찾고 또 찾아 나섰나보다. 이곳 역시 많은 사람들이 한 여름 더위를 피해 계곡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잊고 있었다.
천문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기도 후에 산들머리로 들어섰다. 비가 많이 오지 않은 탓인지 물소리 약하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연신 땀을 닦으며 오르다보니 배넘이재에 도착했다. 배넘이재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숲 그늘이 있어 잠시 땀을 식히고 앉았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이제 내리막길로 내려가다가 배바위에서 잠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심심이골과 학심이골로 가는 갈림길인 배바위 앞에서 왼쪽 학심이골 방향으로 들어선다.
계곡 물소리 제법 환하고 얼마 안 가서 작은 폭포와 소가 나와 무더위에 땀으로 젖은 우리는 앉아 쉬다 못해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옷이 젖게 되면 축축한 느낌이 싫은 나는 꾹 참고 발만 담근 채 앉아서 사진을 찍고 일행들은 물속에서 신나게 논다. 폭포에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이왕에 젖은 몸이니 푹 적신다.
얼마쯤 쉬다가 다시 걷는 길, 이곳은 이정표도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불친절한 길이 계속된다. 불친절한 길, 돌밭 길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학소대폭포가 나왔다. 학소대 표시석도 없어 이게 맞는 건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폭포 옆에 바위 한쪽에 '학소대'라고 적혀 있는 것이 보였다.
깊은 산속에 숨겨놓은 듯 숨은 비경 학소대폭포는 제법 크고 깊다. 높은 바위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에서 하얗게 물보라가 일며 넓은 호수 아래로 끊임없이 떨어진다. 폭포 앞 바위들 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한숨 돌리고 난 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고픈 배를 먼저 채운다.
이제 한 사람 두 사람 옷 입은 채로 물 속으로 첨벙 첨벙 뛰어 들고 이번에는 나도 옷을 입은 그대로 폭포에 몸을 담갔다. 소름이 끼치도록 차가운 물이 움찔하게 만들었지만 온몸이 땀으로 젖은 채로 있는 것보다 물속이 시원하다 못해 차디 찬 것이 좋았다. 여태껏 여러군데 계곡 산행을 했었지만 한 번도 물에 뛰어든 적이 없었는데 이리 시원하고 좋은데 왜 안 들어왔을까 싶을 정도로 시원하고 차고 좋았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앞으로 더 가야할 산행 길은 그저 잊고 싶지만 갈 길도 멀다. 젖은 몸으로 다시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산길, 차가워진 몸이라 쉽게 땀이 나지 않아 좋고 점점 올라갈수록 옷이 저절로 말랐다. 길이 어딘지 분간이 안 되는 습한 바윗길이 계속되어 어디가 어딘지 정확하게 구분을 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정표 하나 제대로 없을까.
한참을 돌길을 지나고 오름 산길을 계속 올라가고 있건만 좀처럼 끝은 보이지 않고 눈앞에 벽처럼 버텨 선 오르막 경사길만 손짓한다.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섰다가 다시 고쳐 걷고 또 걷고 걷는다.
큰사진보기
|
| ▲ 학심이골 학소대폭포에서... 내 손등 위에 내려앉은 잠자리...도무지 날아가질 않네요...^^ |
| ⓒ 이명화 |
관련사진보기 |
작년이었을까. 석남사에서 시작해 가지산까지 간다는 것이 쌀바위까지 가서 도로 내려온 적이 있다. 이 길은 석남사에서 올라가던 그 길과 흡사했다. 이쪽 역시 끝이 없어 보이는 오르막길 끝에 쌀바위에 이른다. 힘든 것도 꼭 그만큼인 것 같다. 한참을 오르고 또 올라 겨우 도착한 것이 쌀바위를 몇 미터쯤 앞둔 주능선 삼거리인 임도에 이르렀다. 지척이 쌀바위지만 더 이상 올라갈 힘이 없는 것 같다. 시간도 어느새 많이 지났다. 아쉬움을 남긴 채 운문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해가 산을 넘고 있다. 긴 하루였다.
이제 여름도 절정, 무더위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더위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싶다면, 청도 학심이골 학소대폭포로 가보시라.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2013년 8월 10일(토) 맑음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8월 답사산행 (9명)
3. 진행: 청도천문사(10:15)-배넘이재(10:50)-배바위(11:20)-삼거리(학심이골, 심심이골 합수정 11:35)
-삼거리(1:05)-학소대폭포(1:25)-점심식사 후 출발(3:00)-삼거리(3:10)-주능선삼거리(5:10)-운문령(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