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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한 지 오늘로써 22일째를 맞았다. 왼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한길 대표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원내외 병행투쟁'에 돌입한 지 오늘로써 22일째를 맞았다. 왼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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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외 병행투쟁'을 내건 민주당이 시청광장에 천막을 차린 지 3주가 넘었다. 1일 천막을 쳤고 벌써 22일이다. 그 기간 동안 국정원 국정조사는 사실상 막을 내렸고, "국조를 통해 조금이나마 진실을 국민께 알릴 수 있었다"는 민주당의 자평과 달리 여론이 녹록하지 않다.

게다가 처음부터 원내외 병행 투쟁을 표방한 만큼 국회 일정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 국회로 회군하기엔 내세울 게 없다.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으나 어느 하나 관철되지 않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제시한 영수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요원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장외투쟁의 동력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강력한 원내외 투쟁'에 힘이 모으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원내 투쟁에 임하는 민주당의 전략은 '호시우행'이다.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소의 걸음으로 가듯, 여권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산·정기 국회 논의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지키지 못하는 민주당 대표, 존재 이유 없어"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이제 민주당의 갈 길은 분명해졌다"며 "국정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헌정사상 유례 없는 총체적 국기문란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내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을 흔들림 없이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당의 명운을 걸어야 마땅하다"며 "대표인 나부터 민주주의 회복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민주당 대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원내외 병행투쟁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하지만 여당이 정하는 일정에 맞춰서 따라가기만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라며 "'호시우행', 호랑이의 눈으로 보고 소처럼 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 국정조사가 종료돼 원외 투쟁의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듯 "시간투자가 양분되는 만큼 천막에서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광장에 천막을 칠 때 미리 장기전을 각오했다"며 "단기간의 승부에 집착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국정조사는 막을 내리고 있지만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불법 대선개입 공작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 대통령의 사과'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고, 반드시 관철해야 할 민주당의 사명"이라고 못 박았다.

본래 '국회 협상'을 강조해 온 전 원내대표는 하루 전 회의에서 '주국야광'(낮에는 국회, 밤에는 광장)을 얘기하며 "9월 국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명분도 없이 회군할 수는 없다"는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그도 이날 의총에서는 강경한 어조로 '투쟁'을 얘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단기간에 이루기 어려운 문제다, 굳은 결의와 긴 호흡 그리고 불퇴전의 각오를 다져야 할 때"라며 "원내와 원외, 광장과 국회 구분 없이 치열한 투쟁만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고 우리의 요구를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이뤄낼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국회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지만 결코 협상을 넉넉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장도 올인, 국회도 올인한다는 사즉생의 결의, 그리고 국정원 개혁에 민주당의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원내외 병행투쟁' 재확인... 결산국회 보이콧하진 않을 것"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는 16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다. 이윤석·황주홍·김동철·강기정 의원 등은 원내 투쟁에 방점을 찍어서, 강창일·김기준·유승희· 박영선·김상희 의원 등은 원외 투쟁에 방점을 찍어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국정조사가 끝났다고 해서 투쟁을 낮춘다든지 결기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 "장외 투쟁 일정과 당번을 현실화해야 한다", "전국을 순회하며 장외 투쟁을 하자", "단식 투쟁도 고려하자", "영수회담 등에 우리 쪽에서 매달릴 필요가 있냐"는 등의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총을 통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강력한 원내외 병행투쟁의 의지를 다짐했다"며 "정기국회와 관련해 장외투쟁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지도부가 강구할 수 있도록 의총에서 위임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결산국회를 보이콧할 거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 이 대변인은 "그런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며 "다만 의사 일정을 호락호락하게 협상하는 경우는 없다, 이 협상을 강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그:#민주당, #장외투쟁, #시청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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