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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2010년 9월 첫 신입생을 받은 이래 '열정대학'을 졸업한 학생 수다. 그간 약 1000여 명의 20대 청년들이 도전한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는 학년 진급률 또한 이제 겨우 50%를 넘겼다. 가장 낮을 때는 25%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열정대학' 유덕수(33) 대표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열정대학' 유덕수 대표 "보이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열정대학' 유덕수 대표"보이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김종훈

 
"숫자가 많다는 게 무슨 의미겠어요. 수에 집착하는 건 우리들의 습관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제대로 만드느냐의 문제예요."

유 대표의 말처럼 눈에 보이는 수치가 전부는 아니다. '열정대학'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압도적으로 훈훈하다. 당장 지난 분기 입학경쟁률만 해도 3:1 이상을 보였다. 이 지점이 궁금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로 여겨지는 20대, 열정대학에 몸을 담는 순간, 1년이란 시간을 올곧이 투자해야만 한다(3개월 단위 한 학년, 총 4학년 1년제로 구성. 입학전형은 열정대학 홈페이지에서 이뤄지며, 등록금은 학생의 경우 학기당 8만 원, 일반인은 10만 원). 그렇다고 일반 대학처럼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대도 청년들의 '열정있는' 도전은 계속 되고 있다.

끝자락의 여름, 서울의 한낮 기온이 33도를 훌쩍 넘긴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열정대학 본부에서 학장이자 대표, 청년 유덕수씨를 만났다.

"모든 것에 열정을 쏟을 순 없다"

유덕수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기자에게 물었다. "열정이 무슨 뜻인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토익만 공부한 탓에, 'Passion'이라는 영단어만 입가에 아른거렸다. 유 대표는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모든 일에 열정을 쏟을 순 없잖아요. 그래서 사전에도 열정이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갖고 열중하는 마음이라고 정의돼 있나 봐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고 싶고 잘하는 일에만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어떤 일'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그 대상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고 잘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것이 바로 열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열정을 현실로 가능케 하는 곳이 바로 '열정대학'이라 했다.

'열정대학' 졸업생의 기록 “열정이란 ‘어떤 일’에 열중하는 것이다”
'열정대학' 졸업생의 기록“열정이란 ‘어떤 일’에 열중하는 것이다” ⓒ 김종훈

"어떻게 가능한데요?" 돌려 묻지 않았다. 순간 유 대표의 눈빛이 번뜩였다. '잠시만요' 하더니 빨간색 철을 하나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열정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의 기록입니다." 그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것임을 강조했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잖아요. 외모도 성격도 꿈도 모두 다른데 안타깝게도 그런 다양성은 일체 무시된 채 획일된 직업만 최고라 여기고 있어요. 사회는 모두에게 똑같은 목표를 강조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라고 무언의 압력이 있는 거죠. 거기서 실패하면, 그건 모두 개인의 잘못입니다."

그는 저마다 다른 꽃을 피워야 더욱 조화롭고 풍성한 화단이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8월 24일 진행되는 열정대학 13기 입학식도 이 지점에서 출발할 것이라 했다. 열정대학의 수업이 언제나 '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라는 '자아 찾기'부터 시작되는 이유였다.

"자기로부터 출발하는 대답이 없다" 

유 대표는 숨을 고랐다. 학생들에게 '너는 무엇을 하고 싶니?'란 질문을 하지만 제대로 대답하는 이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면 '왜'라는 질문에 대해 항상 '자기'가 기준이 아니라 '남'의 시선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열정대학의 필수과목이 '자기 성찰'에 집중돼 있는 이유다. 어떤 일에 열정을 쏟아 붓기 위해선 우선 나를 아는 것이 첫 시작이다. 이를 위해 열정대학 역시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글을 쓰게 하며, 자기 분석 여행을 통해 전문가 인터뷰와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다면 열정대학은 수중에 돌아다니는 일개 멘토링 자기계발서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거다.

열정대학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과 지도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유일무이한 학과들이다
열정대학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과 지도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유일무이한 학과들이다 ⓒ 열정대학 페이스북 캡쳐

열정대학이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나만의 활동' 과목을 만들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원하는 과목을 선정하고 수업을 설계하고 강의하고 공부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13년도 3분기에 개설된 24개의 학생 전공들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연애조작단과, 아티스트웨이학과, 거리의 철학과, 무규칙글쓰기학과, 번지점프학과 등 일반 대학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잘난가는 청년 CEO에서 열정대학 '쌤'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유 대표에게 물었다. 열정대학은 '출발'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그는 자타공인 잘나가는 청년 CEO였다. 어릴 적부터 기업가가 되고 싶었고, 사업에 수완도 있어 자신의 분야에 어느 순간 두각을 보였다. 소위 창창한 청년창업가로 언론에 소개도 됐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돈이 전부인가'라는 허무감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제야 스스로에게 내가 무엇을 진짜 원하는지 묻게 됐다고 한다. 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낯선 20대 친구로부터 메일 한통을 받게 된 것이다.

"전형적으로 아픔을 겪은 20대 친구였어요. 부모님 이혼, 어려운 가정형편, 돈 없어 포기한 대학, 아르바이트…."

한 마디로 암울한 대한민국 이십대 청년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도움을 줄 깜냥도 없었고, 그저 진심을 다해 답장을 써서 보냈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살아라"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답을 받았다. '덕분에 하루가 따뜻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유 대표는 그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바로 이 지점이 열정대학의 출발이자, 잘나가던 청년 CEO가 열정대학의 "쌤"으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는 그의 인생을 20대 청춘을 위한 열정대학에 집중해 나갔다.

그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열정대학을 시작한 지 만 2년, 제 7회 SK 사회적기업 컨테스트 1위, 2012년 아름다운 가게 주관 '뷰티플 펠로우' 및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360도 자신의 주관대로 말하기, 열정대학의 길

그에게 물었다. 왜 20대만 열정대학에 입학 가능한지.  

"10대는 어쨌든 부모님이 챙겨주고, 30대 이상은 그래도 사회적으로 '어른' 취급을 받습니다. 20대, 분명 어른인데. 안타깝게도 우리사회에선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있어요. 그냥 학교와 집, 사회가 바라는 대로만 하고 있죠."

그는 이 지점에서 '열정대학'의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마치 거대한 싸움을 하는 것 같아요. 개개인에게 내가 뭘하면 잘 살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거든요. 추구하는 방향은 단순하지만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기피하는 일이죠. 생각을 바꾸는 게 정말 힘든 일입니다. 특히 모두가 좋은 건 아는데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정말 힘들어요. 열정대학과 저는 이 지점을 바꿔가는 겁니다."

그래서 유 대표는 열정대학이 기존의 대학을 대체하는 '대안학교'라는 개념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공존학교'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열정대학 대부분의 수업은 일선 대학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지점에 방점을 두면서도, 동시에 공존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하프마라톤, 합창, 영화제작, 플래시몹, 텃밭가꾸기 등의 수업이 이를 보여준다. 

끝으로 그는 말을 보탰다.

"공무원, 의사, 변호사 되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정말로 자신의 철학을 갖고 그것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겁니다. 이에 대해 360도로 다양한 질문이 들어왔을 때, 자신의 주관대로 답할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거고요. 그래야 이립(而立), 공자님 말씀처럼 서른이 됐을 때 제대로 일어설 수 있어요. 열정대학은 진짜 나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모두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천직을 발견해 행복해 지는 사회. 언뜻 들으면 거창하고 이상적이기만 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바람이 단순히 꿈이 아닌 실현이라 믿는 이유, 오늘도 열정대학과 청년 학장 유덕수 대표가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대학#유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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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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