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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곡에서 온몸을 담그고 '찰칵'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계곡에서 온몸을 담그고 '찰칵'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 이명화

8월 정기 산행 중 처음 계획은 가지산 학심이골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답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걷고, 체력 소모가 많을 것 같아서 급히 바꾼 것이 언양 능동산이다.

영남알프스 산군 한 가운데 있는 운문산(1118m), 가지산(1240m), 신불산(1209m), 영축산(1192m), 재약산(1189m) 등이 한 눈에 조망되는 능동산. 영남알프스의 산군은 대부분 여러 번 만났지만, 능동산은 자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었다. 오늘은 배내고개를 기점으로 해서 능동산(983m)을 만나고 이어 쇠점골 오천평반석을 만나기로 했다.

배내고개에 도착하니 어느새 오전 10시다. 배내고개에서 몸 풀기 운동을 잠깐하고 들머리로 들어섰다. 나무계단 길로 조금 가파른 오름길로 이어진다. 작렬하는 뜨거운 볕이 내리쬐지만, 산속 길은 상수리나무들로 우거진데다 그늘이 되어주어서 걷기에 좋다. 숲길 따라 가쁜 숨 몰아쉬며 한걸음씩 옮기다보니 어느새 능동산 정상이다. 능동산 정상에 새로 세워진 표시석이 제법 근사하다. 능동산 정상에서 가지산 쪽으로 방향을 돌려 능선길을 따라 쇠점골을 만나러 간다. 석남터널 앞에 있는 쇠점골 계곡 들머리까지 걷는 긴 숲속 능선길은 큰 굴곡 없이 부드럽고 편안하게 이어진다. 1시간 이상 걷는 능선길이다.

어쩜 길이 이다지도 예쁠까. 걷기 좋은 오솔길에 우거진 나무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초록바람은 상쾌하게 온 몸속으로 스며드는 듯 하다. 산 아래 세상에는 지금도 폭염으로 연신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숲이 우거진 산길 걷는 것, 호강이 따로 없다. 흙길이라 발밑이 부드럽고 편한데다 머리 위엔 싱그러운 팔월의 녹음이 짙다. 걷기 참 좋은 길이다. 일행들은 이따금 '길이 차암 좋다' 감탄하면서 저마다의 생각이 잠겨 걸었다.

 쇠점골 가는 길.
쇠점골 가는 길. ⓒ 이명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것들 가운데 하나가 걷기가 아닐까. 두 다리보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속도전의 시대에 걷기는 그런 속도전에서 한 발짝 물러서려는 의지를 요구하는 것이 되었다. 키에르케고르는 "나는 걸으면서 내 가장 풍요로운 생각들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좇아버릴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생각이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법정 스님은 <홀로 사는 즐거움>에서 말하기를 "요즘에 와서 사람들은 자동차에 너무 의존하면서 직립보행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자동차로 인해 행동반경은 넓어졌지만 내 다리로 땅을 딛고 걸을 때의 그 든든함과 중심 집합이 소멸되어 가는 듯싶다...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다. 걷는 사람은 시끄러운 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 밖으로 외출하는 것이다" 라 했다.

영국 시인 블룸필드는 "들녘이 그의 서재이고, 자연은 그의 책"이라 표현했다. 숲길 걸으며 자연 책을 읽는 시간. 걷기 좋은 능선 길을 마냥 하염없이 걷고 또 걷고 싶다.

 오천평반석 상류에서...
오천평반석 상류에서... ⓒ 이명화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도 했습니다.
계곡에서 시원한 물놀이도 했습니다. ⓒ 이명화

한동안 계속되는 능선길 따라 걷다가 석남터널 앞에서 도로 위로 내려섰고 터널 옆 밀양방향 입구 쯤에서 쇠점골로 내려간다. 계곡 역시 숲길이라 서늘하고 호젓했고 계곡은 수량이 많지 않지만 그럭저럭 물소리가 환했다. 오천평반석으로 향하는 쇠점골 여기저기 무더위를 피해 나와 앉은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

쇠점골은 '쇠붙이를 취급하던 점포'라는 의미로, 쇠점골엔 상인이나 여행객들의 말 쇠편자를 바꿔 달아주기도 하던 주막 같은 게 있어 얻은 지명'이라 한다. 영남알프스 골짜기인 쇠점골은 석남재를 중심으로 능동산, 천황산을 잇는 능선과 가지산 운문산을 잇는 능선 사이에 흐르는 계곡이다. 쇠점골의 오천평반석은 넓디넓고 반들반들한 바위군으로 계곡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그 한 가운데는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쇠점골 계곡에서...
쇠점골 계곡에서... ⓒ 이명화

 얕은 계곡에서도 헤엄치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얕은 계곡에서도 헤엄치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 이명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둘러앉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물놀이를 했다. 역시 여름산행은 산과 계곡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여름의 막바지다. 좀 있으면 이 계곡물은 차가워서 몸을 담그기엔 힘들겠지. 한참을 물놀이하며 놀다가 휴양림과 호박소계곡 쪽으로 내려가니 그야말로 인산인해. 사람들 열기로 공기가 후끈거렸다. 위에서 쉬기를 잘했다 싶다.

8월도 절정, 불볕더위도 절정, 여름도 절정이다. 한 여름의 끝에서 조석으로 좀 서늘해졌지만 더위는 더욱 극성이다. 하지만 가을이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다. 능동산에서 이어지던 능선길과 계곡 길... 자연책을 맘껏 읽었던 하루. 계속 걷고 있는 것처럼 길이 아른거린다. 그 예쁜 길을 마음에 담았다.

 예쁜 계곡 숲길 따라 다정히 걸으며...
예쁜 계곡 숲길 따라 다정히 걸으며... ⓒ 이명화


덧붙이는 글 | 산행수첩
1. 일시: 2013년 8월 17일(토)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8월 정기산행: 22명
3. 정상에서의 조망: 나무에 가려져 잘 안 보임
4. 산행시간: 6시간 20분(식사, 물놀이 2시간 10분포함)
5. 진행: 배내고개(10:10)-헬기장(10:40)-삼거리(10:45)-능동산 정상(10:55)-하산(11:10)
-삼거리(11:15)-석남터널 앞 삼거리(12:30)-석남터널 밀양방향 입구(12:45)
-계곡에서 점심식사(2:00~4:00)-백연사(4:15)-삼양교 옆 도로(4:30)



#능동산 쇠점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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