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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deathㅋ'

MBC <뉴스데스크>를 검색하니 이같은 패러디가 눈에 들어왔다. 한 때 생각있는 시청자들은 '뉴스는 <뉴스데스크>'라고 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뉴스deathㅋ'로 전락했을까? 올여름 들어 <뉴스데스크>는 공중파 메인뉴스가 아니라 '일기전문' 채널로 착각할 정도로 날씨를 집중 보도했다. 이번 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날씨와 휴가 관련 기사다.

올여름 <뉴스데스크>는 '날씨전문' 채널이었다?

<남부,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논밭…식수중단 속출>, <가뭄에 벼멸구까지 기승…농작물 피해확산 우려>, <日 가고시마 뒤덮은 화산재…'공포 분위기' 음산>, <中, 강풍에 폭우 강타…이재민 800만명 발생>-19일
<잇따른 태풍, 한 달치 강수량 하루에…필리핀 '초토화'>,<태풍 갈수록 세진다…대비 실태는?>, <"가뭄에 불벼락까지.." 美 산불 13일째…산림 '잿더미'>-20일
<서울 올 최고기온, 막바지 폭염…내일부터 반가운 비>, <꽃게잡이배 첫 출항…폭염·적조에 수산물 가격 고공행진>, <농촌은 벌써 가을 성큼…고개숙인 벼 '황금들판'>-21일
<오늘 밤부터 전국 장대비…수도권·충청 예비특보>-22일

21일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21일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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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난 날이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만 본 시청자들은 국정조사가 끝난지 조차 알지 못했다. 전혀 방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사의 백미(?)는 <여드름 그냥 두면 흉터…심하면 우울증에 자살충동>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젊을 때 누구나 여드름 때문에 고생 많이 하죠"라며 "이 여드름, 큰 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흉터가 남고, 그로 인해 우울증까지 이어 질 수 있다"는 앵커 멘트로 시작한다.

여드름은 국정조사보다 더 중요했다

그리고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하루 두 번 순한 세안제로 씻고, 과도한 직사광선 노출은 피해야 한다"면서 "또 탄산음료나 사탕, 초콜릿 등 혈중 혈당을 높이는 음식은 멀리하고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피부 재생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에 잘 쉬는 게 좋다"로 끝났다. 이같은 여드름 관련 내용이라면, 여르름 때문에 고민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알 수 있다.

<뉴스데스크>는 그 동안 촛불집회를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 17일 제8차 촛불집회 때 주최측 추산 4만명, 경찰 추산 9000명이 참여했다. 이집트 사태와 날씨 뉴스를 보도했다. 그 중 <지구 온난화로 '범죄·전쟁 가능성' 급증 전망> 기사에서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폭염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기온이 오르면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으로 변하기 쉽다고 말한다"면서 "온실기체 급증으로 2050년에는 지구의 기온이 2℃나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다"고 보도했다.

이날자 기사 백미는 "'젊은 남성이 커터칼로 행인의 손목을 긋고 달아났다.'이렇게 무시무시한 이른바 커터칼 괴담이 sns를 통해 급속히 번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는 <"젊은 남성이 동생 손목을 흉기로"…연신내 sns 괴담>기사였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몇 명이 참가했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만 보면 '촛불집회'는 열리지 않았다

일주일 전인 10일에는 7차 촛불집회가 있었다. 국정원 관련 촛불집회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 그날 주최측은 6만 명(경찰 추산 1만6천명)이었다. 하지만 <뉴스데스크>는 민주당 장외투쟁을 두고 "민주당 지도부 등 소속 의원들은 국민보고대회 직후 시민단체 주관 촛불집회에 대거 합류했고, 새누리당은 촛불을 들고 대중집회를 하는 것은 민생과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고 전했을 뿐,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반응은 아예 전하지 않았다. 당연히 몇 명이 참여했는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럼 23일 열린 9차 촛불집회는 보도했을까? 역시 '날씨방송' 답게 <단비에 폭염 '주춤'…남부 80mm 더 온다>, <처서, 모처럼 전국 비…해갈에 도움 됐나?> 등을 보도했다. 이날 눈에 띈 보도는 <폭염에 대형 유리창 '와장창'?>, <다크서클 왜 생기나>, <치아 미백 상처난 입' 조심>였다.

23일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유리창 깨진 것은 보도해도 '촛불집회'는 보도 안해
 23일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유리창 깨진 것은 보도해도 '촛불집회'는 보도 안해
ⓒ 뉴스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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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서클 왜 생기나>기사는 시민 2명과 전문의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피곤해서 생긴 다크서클은 피로가 풀리면 함께 없어지지만 이런 경우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다"면서 "때문에 눈밑 피부와 지방조직이 탄력을 유지하도록 보습을 충분히 해 주고 색소가 진해지지 않게 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발라주는 게 좋다"고 했다. <치아 미백 상처난 입' 조심> 기사 역시 시민과 전문의 인터뷰를 실었다.

'다크서클'·'치아미백'·'깨진 유리창'보다 못한 촛불집회

<폭염에 대형 유리창 '와장창'?> 기사는 서울 명동 한 속옷 매장과 예술의 전당 미술관 출입문 근처 대형 유리, 충무로역 한 패스트푸드 매장 통유리가 깨진 사실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유리가 스스로 깨지는 이른바 '자파' 현상, 올 여름 계속된 폭염이 이 현상의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유리의 주성분인 규사에 섞여 있는 니켈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황과 섞일때 문제가 됩니다. 유리 성분에 황화 니켈이 있을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서 유리가 팽창하고, 냉방이 되는 실내와 뙤약볕을 그대로 받는 실외의 온도차가 커지면 유리를 밀어내며 결국 깨지게 됩니다.

지난 11일에는 <전국 폭염 특보 "베이컨 익는다"…이번주 더위 절정>기사에 베이컨을 직접 아스팔트 위에 올려 놓는 '실험취재'(?)까지 내보냈다.  당시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아스팔트에 익는 베이컨 보다 덜 중요한 촛불시위와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 MBC 뉴스데스크의 퀄리티는 길바닥에서 익힌 베이컨 만큼이나 쓸모 없네요", "삼겹살도 구워봐라", "오늘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아스팔트에 베이컨을 구웠다고 합니다"라며 비판했다.

이처럼 <뉴스데스크>는 이제 날씨 전문 방송이면서 베이컨도 굽고, 여드름과 다크서클, 치아까지 의학 전문방송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폭염에 유리창까지 와장창 깨지는 것을 보도하면서도 촛불집회는 관심없다. <뉴스데스크>가 '뉴스deathㅋ'가 된 이유다. 참 씁쓸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데스크, #뉴스DEATH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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