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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6개월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또 다시 인사 잡음에 휘말렸다. 지난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정치적 외압설, 청와대와 인사 갈등설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이 청와대와 갈등으로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헌법을 준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 논리에 따라 임기 보장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양건 원장 사표 수리... 곤혹스러운 청와대, 침묵

 지난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 사진은 지난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지난 2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 사진은 지난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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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재 청와대는 양 원장의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양 감사원장의 사표는 속전속결로 수리된 것으로 보인다. 양 원장은 26일 감사원에서 이임식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지 사흘 만이다.

청와대는 양건 감사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사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양 원장 스스로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먼저 그와 관련된 언급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양 원장의 사퇴 이유로 청와대와 인사 갈등설 등을 제기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지만 당분간은 입을 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취임 6개월을 맞이한 시점에서 또 다시 인사와 관련된 논란에 휘말린 것에 대해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정치적 외압설의 진원지가 된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기용을 둘러싼 청와대와 갈등을 양 원장의 사퇴와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청와대는 양 원장의 자진사퇴라는 쪽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헌법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박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만만치 않게 됐다. 헌법 준수와 법치 확립을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이 감사원 원장 임기를 흔들면서 평소 약속을 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경찰청장 임기 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한 달도 못가 김기용 전 경찰청장을 경질해 공약 번복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청와대는 당시 양건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불감청고소원(不敢請 固所願 : 감히 청하지는 못하지만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일)이라며 교체설을 흘리는 등 사퇴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연이은 인사 파동에 휘말린데다 헌법 준수와 법치를 강조한 박 대통령이 약속을 깬다는 여론의 역풍에 밀려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청와대는 양건 감사워장의 자진사퇴라는 쪽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헌법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만만치 않게 됐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는 양건 감사워장의 자진사퇴라는 쪽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헌법기관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은 만만치 않게 됐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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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파상공세... "박 대통령 헌법 어겨, 큰 문제"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야권은 양 원장의 임기 보장 약속을 박 대통령이 어겼다며 공세에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원장을)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다스림)하고 토사구팽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박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는 것은 매우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양 원장 퇴진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첫 작품이라는 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첫 작품인지 마지막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은 실패"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독립이 보장된 감사원에 대한 청와대의 부당한 인사개입이 양 원장의 사퇴 원인이라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청와대는 '양건 원장의 판단에 따른 용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동안 청와대의 도를 넘은 논공행상식 인사개입을 양 원장이 거부하자 교체로 이어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으로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에 참여한 장훈 교수를 양 원장이 제청해 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양 원장과 감사원 내부의 친박 성향 고위직 간 내부 갈등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4대강 감사결과 발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감사원장을 토사구팽으로 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감사원의 독립성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무참히 훼손되고,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마저 교체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와 강력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양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장외투쟁의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야당과의 대화 의지 실종과 정치력 부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법치의 문제에 있어서도 야권의 공세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대통령이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박근혜#양건#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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