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대첩'
지난주 경남 진주 시내 곳곳 펼침막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1592년 10월 6일부터 9일까지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과 군사·백성 3800여명이 왜군 3만명과 싸워 승리한 것을 역사는 '진주대첩'이라 부릅니다. 진주대첩은 이순신 장군 '한산대첩'과 권율 장군 '행주대첩'과 더불어 임진왜란 3대대첩입니다.
진주대첩 보기 위해 6만 원 들어가521년 전 진주대첩이 폭염이 작렬하는 2013년 8월 진주 시내에 다시 등장한 것은 25일 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경남FC와 FC서울 경기때문입니다.
축구는 잘하지 못하지만, 축구를 가장 좋아하는 막둥이는 가고 싶다고 조르고 졸랐습니다. 결국 우리 가족 모두는 거금(3만4000원)을 들여 표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쌌습니다. '김밥+초밥+과자+컵라면+쥐포'까지 계산을 해보니 3만 원이 넘었습니다. 진주대첩 보기 위해 6만 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진주시민들도 경기 3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K리그'이고, 진주대첩을 바라는 간절함 때문입니다. 줄을 선 것을 본 막둥이는 한 마디했습니다.
"아빠 사람 좀 보세요. 벌써부터 줄을 섰어요."
"그럼 우리는 빨리 오지 않았니.""진주시민이라면 빨리 와야죠.""뭐라고 진주시민? 진주시민과 경남FC가 무슨 상관이 있는데.""왜 상관 없어요. 경남FC가 경남을 대표하잖아요. 당연히 진주와 관계 있죠.""아빠는 서울이 이기면 좋겠는데.""…….""아빠는 서울이 이기면 좋겠다고."
"경남 사람이 어떻게 서울을 응원할 수 있어요. 난 그래도 경남을 응원할 거예요."
경남 사람인 아빠가 서울팬이라니사실 프로야구도 롯데와 NC보다는 LG를 더 좋아합니다. FC서울에 마음이 가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 모두가 경남FC를 응원하니, 서울을 응원했다가 '큰 코' 다칠까봐 경남을 응원했습니다. 한 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이날 경기가 오후 7시에 시작됐습니다. 오후 4시쯤부터 기다렸는데 5시가 되니 운동장을 개방했습니다. 아내는 두 시간 동안 어떻게 기다릴 것인지 막막하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갔습니다. '월드컵 홍보대사'였던 할아버지 한 분이 축구 묘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묘기 앞에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아빠 저 묘기 보세요."
"와, 공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네."
"이번에 공이 머리에 올라갔어요. 등으로 흘러내려요. 대단해요.""할아버지가 월드컵 홍보 대사래."
"대단하신 분이구나."
시간이 지나자 관중은 점점 불어났습니다. 경남FC가 2010년 이후 진주종합경기장에서 경기를 4번했습니다. 결과는 2무 1패였습니다. 단 한 번도 홈팬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습니다. 진주시민들이 얼마나 승리를 바랐는지 모릅니다. 진주종합경기장은 피크닉석을 제외한 순수 좌석수수 2만116명입니다. 이날 경기를 보기 위해 들어온 관중수는 1만3369명이었습니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진주시민들은 '진주대첩'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기를 바랐습니다. "경남! 경남! 경남!" 목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하지만 경남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오하려 심판의 석연치 않는 판정으로 졌던 경기를 무승부(0-0)로 마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진주대첩'은커녕, 본 것은 '코미디'같은 판정번복 오심이날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이 나왔습니다. 후반 41분 서울 고요한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습니다. 이를 데얀 선수가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골로 연결시켰습니다. 심판도 골로 판정했습니다. 그때 경남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주심은 부심과 논의 곁에 판정을 번복하고, 골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서울선수들이 거세가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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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은 골을 넣었지만 인정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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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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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숱한 오심 사례를 봤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오심을 보면서 '이건 코미디야'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관중들은 골이 번복되자 박수를 쳤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이는 판정 번복에 의한 오심입니다.
고요한 선수가 오른쪽에 돌파를 하다가 경남 최현연 선수가 파울을 했습니다. 부심은 깃발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요한 선수가 넘어졌다가 일어서서 돌파를 이어갔습니다. 주심은 어드밴티지룰을 적용했습니다. 이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는 데 고요한 선수 손에 볼이 닿았습니다. 고요한 선수는 크로스를 했고, 데얀은 골로 연결했습니다.
부심은 고요한 선수 핸드볼 파울은 깃발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럼 인플레이 상황입니다. 주심도 골로 선언했는데 뒤늦게 경남 선수들 거센 항의를 받고 판정을 번복했습니다. 번복 이유는 고요한 선수가 데얀 선수에게 패스하기 직전에 경남 최현연 선수가 잡았다는 것입니다. 골이 터졌는데 어드밴티지를 준 상황을 소급해 파울을 다시 적용하는 황당한 모습을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아빠 그래도 경남이 0-0으로 비겨 다행이에요."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왜?""아까 서울이 넣은 골은 골이야."
"심판이 판정을 번복했잖아요.""너도 경기를 봤지만, 경남 선수가 서울 선수를 잡자 부심이 파울을 선언했어. 그런데 넘어졌다가 일어섰어. 그러자 주심은 경기를 진행시켰잖아. 그리고 골이 터졌어.""응.""우리가 경남을 응원할 수 있어.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야. 아빠가 보기에 오늘 경기는 경남이 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