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각귀모(兔角龜毛). 토끼의 뿔과 거북이의 털이라는 뜻이다. 불교계에서 흔히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사용하는 비유 중의 하나다. 지난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정찬·원각)는 "슬피 울며 참회의 눈물 흘린다"라는 제목의 비통한 성명을 발표했다. 오는 10월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조계종단의 상황을 토각귀모에 빗댄 것이다. 도박과 폭로, 고발, 폭력 등 속세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한 부끄러운 일이 청정해야 할 불교 도량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격문이다.
파사현정(破邪顯正).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수좌회는 "조계종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박, 폭력, 부패, 술집 등의 내용으로 얼룩진 모든 분란의 중심에 자승 총무원장이 거론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들은 이어 "자승 원장은 불교광장 및 여타의 수단을 통한 연임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퇴임하라"고 촉구했다. 머리에 붙은 불을 끄는 "여구두연(如救頭燃)의 심정으로 이 탐욕과 우치의 광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94년 종단개혁 때보다... 그들은 부패의 한 덩어리로 뭉쳤다"대체 불교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속세를 떠나 수행하는 선승들은 왜 불가뿐만 아니라 속세를 향해서도 조계종단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자고 한 목소리로 외친 것일까?
수좌회는 전국 96개 선원 1800여 명의 선승(禪僧)을 대표하는 모임으로 경북 문경의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은 이 모임을 이끄는 좌장격이다. 따라서 불교계 안팎에서는 막중한 무게가 실린 적명 스님의 입장을 주목하고 있다. 수좌들이 성명을 발표하던 날, 출가한 지 55년이 넘었으나 그간 언론사의 공식적인 인터뷰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던 그와 대구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나 차를 마실 기회를 얻었다.
"94년 종단 개혁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당시에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개인비리라고 할 만큼 소수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조계종단의 국회에 해당하는) 종회 전체와 총무원이 한 덩어리로 묶여서 총체적 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으나 그와 1시간여 동안 차를 마시며 한 대화에서 수좌회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선방의 수좌들이 정화작업에 나서서 결국 서 전 총무원장이 멸빈(무거운 죄를 저지른 승려를 승단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것)까지 당했던 당시 상황과도 비교할 수 없을 처참한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 따지고 보면 나와 우리의 문제인데,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말했지만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서도 에두르지 않고 직설을 날렸다.
"총무원장 점수? 4년간 빵점""자승 총무원장이 가장 잘못한 것은 종회의 기능과 총무원 기능을 둘 다 마비시켰다는 겁니다. 두 기관은 독립적으로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발전해야 하는 삼권 분립의 정신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하나로 뭉쳤습니다. 백양사 도박사건이 터졌을 때 종회 계파 정치의 해체를 약속했는데, 국민과 불자대중과의 약속을 어기고 오히려 불교광장이라는 하나의 계파로 응집시킨 겁니다. 총무원장 연임을 위해서죠. 그런데 권력이 한데 뭉치면 부패하기 쉽습니다. 총무원을 감시견제하는 종회의 기능을 죽였습니다. 4년간 점수로 치면 빵점입니다. 부패가 더욱 공고화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6월에 결성된 불교광장은 사실상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기구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지난해에 백양사 도박 사건 파문을 수습하려고 화엄회·무량회·무차회·보림회 등 종책모임(계파)을 해체했는데,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다시 헤쳐 모여한 것이다. 적명 스님은 자승 원장과 주변의 이런 행보에 쐐기를 박았다.
"첫째, 명예로운 사퇴는 자승 원장이 백양사 도박사건 때 거듭 약속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일부 스님들의 일이기는 하지만 총체적인 부패라고까지 이야기되는 종단이 현 상황을 책임져야 합니다. 지난 4년동안 이를 척결하지도 못했습니다. 또 부정적인 내용 중 일부는 본인도 연루돼 있기에 자신은 청정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바람직한 후임 총무원장을 선임하는 것을 자기 임무로 삼고 물러서는 것이 종단과 본인을 위하는 길입니다." 적명 스님이 개탄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백양사 도박사건 이후 자승 원장은 사태를 수습하고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는 것을 포함해 당시 수좌회가 제시한 재정투명화 및 도박 연루자 처벌 등 8개항의 제언을 받아들인 바 있다. 그 중 도박 사건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라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런데 조치 결과는 이와 정반대였다. 도박사건을 폭로한 사람들은 중징계하고, 반대로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은 경징계를 한 것이다.
"결혼한 스님도 징계 못하고... 기자회견 하려는 스님 폭행"적명 스님은 또 "총무원은 겉으로 자정과 쇄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결혼 증명서(은처)까지 나온 스님을 퇴출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징계 책임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그가 총무원 기득권자들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상황이 이런데 구태를 벗어던질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적명 스님은 지난 21일 적광 스님(오어사 자장암 감원)이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총무원 호법부 상임감찰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한 뒤에 병원에 입원한 상황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당시 상황은 '불교닷컴'이 게재한 기사와
동영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나도 놀랐습니다. (적광 스님의) 승복을 벗겨서 내쫓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또 지난번에는 20여 명의 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님들이 도박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를 폭행하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 어떤 사회인가요? 최근 근절해야 할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중 3개 사항이 폭력에 대한 것입니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종교집단에서 폭력이 횡행하는 용서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승 총무원장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까요? 적어도 그에게는 이를 방치한 책임도 있습니다. 물러나야 하는 겁니다. 다음 총무원장은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정치인'들이 아니라 참신한 제3의 인물이어야 합니다." 수좌회는 성명에서 '덕망과 수행력을 갖춘 스님다운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적명 스님 역시 총무원을 둘러싼 환경이 총체적 부패로 얼룩져 있지만 "신뢰를 받고 존경 받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망할 조짐으로 꽉 차 있다... 그릇을 확실하게 비우고 새판 짜야"
"총무원장 선거(10월 10일)가 임박해 있지만 한국불교의 선교율(禪敎律)을 대표하는 원로들과 심지어 계파의 수장도 함께 참여해서 공정한 선임 절차와 검증 절차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후보들을 압축하고 경선에 나가면 신임 받는 사람을 추대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도 공감할 것입니다. 총무원 측에도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그래야 자승 총무원장도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고, 종단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고 말이죠."적명 스님은 현 상황에서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법을 위해 몸이 망가지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것까지 피하지 않는 정신으로 정진을 해야 폭력과 타락으로 물든 종단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자기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30년 가량 지속된다면 조계종단이라는 종명이 지속될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한 뒤에 "더 이상 머뭇거리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망할 조짐으로 꽉 차있다, 그릇을 확실하게 비우고 새로운 판을 짜야 종단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총무원이 이번 수좌회의 성명에 대해 '총회를 거치지 않은 일부 의견'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수좌회는 하안거 해제 전에 현 상황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결의했습니다. 70~80명의 정기 수좌회 모임에서 결정된 사항이죠. 그 뒤 대표와 임원들이 문안을 검토하고 발표를 했습니다. 수좌 전체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은 억지입니다." "스님들을 돈에서 멀어지게 해서 돈으로부터 자유 찾게 해야"기자와 차를 마시면서 한 시간여 동안 조용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불교계의 환부를 향해 사정없이 죽비를 내리쳤던 적명 스님에게 한국 불교가 바로 서기 위한 방책을 물었다.
"불교계에 퍼져 있는 부정부패의 근원은 명백합니다. 속된 말이지만 '돈'입니다. 부정부패를 추방하려면 딱 한가지만 하면 됩니다. 스님들로 하여금 돈에서 멀어지게 해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사찰의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재정 관리에 신도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이미 가톨릭과 원불교에서 시행하는 방법입니다. 주지들이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없애면 주지 자리를 탐하는 사람도 없어질 것입니다. 당나라에 축전무후라는 여걸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들어서 수렴청정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황제 칭호까지 쓴 인물이죠. 이 인물이 신심이 있어서 스님들을 잘 받들고 불사를 많이 했는데,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큰 스님들을 궁으로 모셔서 벌거벗은 궁녀들이 목욕을 시키게 한 겁니다. 축전무후는 구멍을 뚫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고 하는데, 그 중 혜안 대사와 신수 대사가 의연하게 대처해서 두고두고 존중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벽암록(중국 송나라 때의 불서)은 이 사연을 거론하면서 '그와 같은 일을 당하면 철로 만든 철불이라도 땀을 흘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돈에 대한 위력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돈뭉치를 앞에 갖다놓으면 쇠로 된 부처님도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이죠."결국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교계의 타락상도 정화될 수 있고, 조계종단이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말이다. 적명 스님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낮췄다.
"저 자신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범속한 사람입니다. 제가 오늘 우연치 않게 만나서 이러저런 불가의 이야기를 했는데 때묻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나무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그동안 선방이 다른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냈다면 종단의 현실은 이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정진을 못했기에, 종단의 중심에 서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에게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우리의 잘못이기도 합니다."(현재 자승 원장은 거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25일 국제 불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로 출국한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자승 원장과 불교광장 측에서 반론 인터뷰를 요청해올 경우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성명서> "슬피 울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
<대반열반경>은 설한다. 마왕 파순(波旬)은 불법(佛法)을 파괴할 것을 맹서하면서 세존을 향해 말하기를, "말법의 때가 오면 나는 나의 제자와 그 후대로 하여금 당신 사찰 속에 들어가 당신의 가사를 입고 당신의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그들이 당신의 경전과 계율을 왜곡하고 파괴해 내가 지금 무력으로 할 수 없었던 목적에 도달하게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세존께서는 마왕의 이 말을 듣고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
제불보살과 역대 조사 전에 돈수 백배 올리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저희 제자들의 눈물이 어찌 세존의 눈물에 견줄 수 있을까만, 오늘 조계종단의 사태가 본분납자(本分衲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비분(悲憤)의 혈루(血淚)를 뿌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조계 문정(門庭)의 수치와 혼란에 대해 먼저 우리 정진대중들의 수행력 부족에서 오는 과보임을 통렬히 반성하고자 한다.
모름지기 수행자가 도(道)에 게을러지면 삶이 향기롭지 못하고, 출가 사문이 명리(名利)를 탐하게 되면 수행자로서의 생명이 단절되는 것이다. 슬프다! 오늘날 우리 조계의 후학들이 이사판(理事判)을 막론하고 도에 철저하지 못하고 명리에 휘둘려 견성도생(見性度生)의 종지(宗旨)를 잃어버리고, 서로 다투어 토각귀모(兎角龜毛)의 허상을 향해 치닫는 모습이 마왕 파순의 자손을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에 연출되고 있는 조계종단 사태가 선불장(選佛場)에 앉아 행하는 참회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전종도들은 잘 알고 있다. 도박, 폭력, 부패, 술집 등의 내용으로 얼룩진 모든 분란의 중심에 자승 총무원장이 거론되고 있음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지난 봄 백양사 도박사건이 발단이 되고 폭로, 고발, 고소, 폭력 등으로 팽배된 미증유(未曾有)의 종단 혼란에 이미 직간접으로 자승 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가 연관되어 있어 수습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는 도박사건 발생시 자승 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음과 동시에 자성과 쇄신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아름답게 퇴임한다는 약속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불교를 걱정하고 조계종에 관심 있는 사부대중은 오늘의 조계종이 자승 원장을 중심으로 한 종권 실세들의 부정(不淨)에 의해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음에 다시 한 번 분노한다. 아울러 자성과 쇄신이라는 미명(美名)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급기야는 종권연장을 위한 재임의 발판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자승 원장에게 의지처와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결사추진본부의 견강부회(牽强附會)한 주장 역시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둔다.
혼돈과 질곡의 늪으로 치닫는 오늘 조계종단의 모습에 어찌 정법이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무엇이 정법(正法)이며, 무엇이 사법(邪法)인지를 묻고 싶다. 불법의 대의 속에 어찌 치우침이 있고, 어찌 패거리가 있을 것인가. 절망하고 있는 절대다수의 종도들에게 누가 종문의 주인이 되어 불조의 혜명인 불이중도(不二中道)의 법으로 안심입명(安心立命)시키고 견성성불(見性成佛)의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여구두연(如救頭燃)의 심정으로 이 탐욕과 우치의 광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법수행자의 간절한 염원과 정당한 행동만이 바닥을 치고 있는 누란의 조계종단을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짜여진 각본에 따라 자승원장의 전격적인 재추대에 의한 마지못한 수락이라는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불교광장의 비법성(非法性)은 기득권 유지와 나눠 먹기의 음모임이 천하에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불교광장 와해 이후 제2 제3의 연임기도를 가상하고 있음 또한 발고(發告)하고자 한다. 자성과 쇄신의 대상(對象)들이 오히려 자성과 쇄신의 주체(主體)가 되어 달팽이 뿔 같은 권력을 연장하려는 술수는 세속인마저 일소(一掃)하는 구악(舊惡)일 뿐이다.
출가사문으로서 가장 금기시해야 할 거대한 금력과 권력으로 종단을 장악한 그를 따르면 옳음이며, 그를 거스르면 그름이니 뉘라서 감히 속심을 토로할 수 있겠는가. 도둑이 도둑을 외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판을 치고 인면수심(人面獸心)이 횡행하는 아수라장에 직심(直心)과 자비(慈悲)를 생명으로 삼아야 할 수행대중마저 총체적 멘붕상태에 빠져 그자가 그자라는 자괴와 도피로 역사적 책무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 누가 정당(正當)하다 하겠는가.
작금의 조계종 사태로 빚어지는 암담한 불교현실이 불법(佛法)의 전부인양 오해하고 불교를 외면하는 불자와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참회하고, 더욱 가열찬 행화(行化)로 불조의 정법을 회생시킬 것을 다짐한다. 좌절과 외면의 침묵을 깨고 이제 신심 단월과 원력 종장들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당간을 높이 세울 결정적 시절인연(時節因緣)이 도래하였다. 가슴으로 우는 새는 소리가 없다. 이에 우리 본분납자는 가슴 저미는 아픔을 화두(話頭)로 씹으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고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종단의 중앙을 향해 다시 한 번 아래와 같이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 아 래 —
一 자승 원장은 불교광장 및 여타의 수단을 통한 연임 기도를 즉각 중단하고 퇴임하라. 一 자성과 쇄신 결사의 미명 아래 진행되는 특정인의 연임 획책을 즉시 중지하고 참회하라. 一 지난 도박사건 이후 수좌회와 약속한 8개 사항을 이행하기는커녕 연임을 기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은 자승 원장에게 있음을 밝혀둔다. 一 전국선원 수좌회는 덕망과 수행력을 갖춘 스님다운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기를 바란다.
본 회에서는 위의 촉구가 즉각적으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행동으로 옮길 것을 결의한다. 2013년 8월 24일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