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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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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핵심내용들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재계의 반발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 146곳의 경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위해 '분리 선출'토록 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지난달 17일 입법예고했다. 재계는 이에 즉각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며 상법개정안 백지화를 요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정안 중 집중투표제 의무화 실시를 유보하거나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및 분리선출 등에 대한 적용범위 축소 등을 검토중이다.

새누리당 역시 재계의 반발을 수용, 상법개정안 수정 방침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 6일 상법개정안 수정 관련 당·정·청 비공개 회의 뒤 "상법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어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상법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은 지난 25일로 끝났다.

그러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친박(친박근혜) 이혜훈 최고위원이 26일 직접 나서 이 같은 후퇴 움직임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초점은 상법개정안에 대해 반발하는 재계였다.

이혜훈 "상법개정안 악의적 왜곡·오도 일삼는 일부세력 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법개정안은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정부의 깊은 고뇌, 그리고 부당한 경제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고 투명한 경영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비교적 잘 반영된 고육지책인데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왜곡과 오도를 일삼는 일부 세력이 있어서 바로잡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먼저 "(상법개정안 시행시) 중소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협하고 경영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인터뷰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번 상법개정안은 중소기업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자산 2조 이상의 상장기업만 대상인데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 3조 1항의 1에서 자신이 5000억이 넘으면 중소기업이 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상법 개정안과 같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를 왜 만드냐고 하는데 다른 나라도 아니고 바로 우리나라에서 2002년까지 시행하던 제도였고 증권거래법 조문에도 명시돼 있었다"며 "서구의 경우에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규제, 우리보다 10~20배 강력한 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상법개정안과 같은 사소하고 미미한 규제를 둘 필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유럽은 이사회 자체가 아예 분리 운영돼 감사위원에 대한 분리선출 규정 자체가 필요 없고 심지어 독일은 노동자대표가 이사회에 일정 수 이상 들어오는 초강력한 규제가 있다"며 "미국은 지배주주 또는 경영진의 친구, 동창, 인척, 계열사 임직원 출신 등의 법적 결정력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으면서 경영진의 전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이번 상법개정안의 대상기업 142개 중 은행 등 금융기관 약 30개, 공기업 약 20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몇 개의 재벌그룹과 그 계열사들로 압축된다"며 "그 중 두 개 그룹의 총수가 수백억의 공금을 횡령하고 비자금을 만들었다고 대한민국 검찰이 발표했고 지금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경영진의 전횡을 막지 못하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 상황인데도 재계가 '억지논리'로 상법개정안 도입을 막아서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총수의 지분이 그룹 전체의 지분 0.08%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전횡할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고쳐서 이 기업들을 글로벌 기업이 되도록 하자는 게 상법개정안의 취지와 목적"이라며 "모쪼록 자신들의 작은 이해관계 때문에 이 취지를 왜곡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의 만남, 경제민주화 후퇴 자리 되면 안 돼"

한편, 민주당도 "상법개정안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자 한다"며 상법개정안 후퇴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10대 그룹 총수 몇몇이 배임,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잇따라 법원의 심판대에 서고 있다"며 "이런 점은 반드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통과, 특히 상법 개정안의 원안 통과를 통해 최소한이나마 시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제발 재벌 중심 성장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투자활성화를 이유로 경제민주화가 다시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다함께 살 수 있는 성장전략을 새롭게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28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 간 면담에 대해 꼬집고 나섰다. 그는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 간의 만남이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면담은 지난 22일 재계에서 상법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낸 이후에 이뤄진 자리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8일 면담을 추진하려면 적어도 보름 전에 추진했을 것이고 보름 전에 이미 재계 상법개정안 반대에 관한 부분이 조율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개정안#이혜훈#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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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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