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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겠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한 말이다. <부산일보>는 26일 <'정중동' 김무성, 이제 본격 행보?> 제목 기사에서 "7~8월 하한 정국을 맞아 전·현직 동료 의원들과 세 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다녀온 김 의원은 내달 출범을 목표로 '새누리당 근현대사 연구교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의원이 "역사 교과서 등 교육현장의 근현대사 왜곡·편향 실태를 파악하고, 국회의원부터 근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짐으로써 잘못된 역사 교육을 바로잡고 올바른 교육정책과 국가 비전 수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립취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근현대사 연구교실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태로 자신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던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부산일보>는 전했다. 역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좌파'의 이념공세에 계속 밀릴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본부장.
 지난 대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본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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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할 말을 잃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선 때 NLL 대화록을 직접 폭로한 장본인이다. 당시 새누리당 총괄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12월 14일 부산 서면 천우장 앞 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하는 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입니다.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가 사실 세계인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갖고 있습니다." - 2012.12.14 부산 서면 유세

그리고 지난 6월 26일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며 '천기누설'을 했다. 김 의원  공개 내용과 국정원이 24일 공개한 대화록 원문(아래)을 비교하면 토씨까지 거의 같았다. 당시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캠프 총괄본부장이었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 엄연히 '민간인' 신분이었다. 국회의원도 볼 수 없는 대화록을 민간인이 알고 있었다.

"뭐 제일 큰 문제가 미국입니다. 나도 역사적으로 제국주의 역사가 사실 세계, 세계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 마음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저항감'도 가지고 있고, 새로운 기회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 2013.6.24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원본

비판이 거세지자 김 의원은 6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민주평통 행사 등에서 NLL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신 내용을 종합해서 만든 문건이 있었다"고 "이 문건을 가지고 부산 유세에서 연설에 활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당에서 만든 문건이 어떻게 NLL대화록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거의 같은가? 새누리당이 노무현 대통령 머리에 들어갔거나,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장소에 '투명인간'으로 참석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같을 수가 없다. 그런 일은 불가능한 일이니 NLL대화록은 당시 김무성 본부장 또는 후보 캠프 차원에서 봤다는 걸 스스로 고백한 거나 다름없다.

김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청문회 기간 중 야권이 증인 채택을 끊임없이 주장하자, 대부분 국외에서 머물렀다. 청문회가 끝나자 해외에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고 나섰다. 이른 것을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한다.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이 바로 김무성 의원 같은 사람이다.

역사의식이 바로 세워졌다면, 자신의 입으로 NLL대화록을 직접 공개하고, 대화록을 다 입수했다고 해놓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국민 앞에 증인으로 서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19일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록 폐기를 지시해 청와대 보관용이 파기됐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들도 하지 못한 국정기록 파기설"이라면서 "사실이라면 대통령으로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대역사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왕의 실록편찬 개입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폭군 연산군은 이에 개입해서 결국 사관 김일손을 능지처참하고 김종직을 부관 참시한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라는 말까지 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연산군과 같은 반열이라는 망발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런 생각을 가진 김무성 의원 모임인 '근현대사 연구교실'에 수십명이 참여하겠다고 줄을 섰다. <부산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김 의원이 근현대사 연구교실을 추진하자 벌써부터 가입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친분관계가 두텁던 의원들을 비롯해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김 의원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40여명의 의원들이 가입신청서를 냈다고 한다"며 "오는 30일까지 회원 모집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임규모는 60~70여명 이상이 되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당 내 최대 규모의 의원 모임으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참 통탄할 일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마르크 블로흐(Marc Bloch)는 <역사를 위한 변명>에서 "역사의 대상은 인간"이라며 "역사는 올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올바른 행동의 정당성을 증명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즉, 사람이 빠진 역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역사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과연 김무성 의원 발언과 행동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 것을 찾아 볼 수 있었나. NLL대화록만 아니라 그동안 그는 끝없이 색깔론을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개혁을 세력을 비판했다.

"10년 동안 햇볕정책을 하며 북한도 변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는데 그 결과는 미사일·핵·폭탄이 돼서 돌아왔다." - 2010.12.14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반기업 정책이 오늘의 전·월세 대란과 실업자를 만들었다" - 2011.03.15
"종북주의자 약 30여명의 반대데모 때문에 이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 - 2011.07
"문재인이가 노무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되겠느냐." - 2012.12.14

'사람'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사는 세상'을 꿈꾼 사람이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기본 자세라는 점에서 '사람사는 세상'을 꿈꾼 노 전 대통령이 김무성 의원보다 훨씬 낫다.

역사의식이란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블로흐 말처럼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김무성 의원에게 충고하고 싶다. 잘못된 역사를 가진 사람은 김무성 의원 '당신'이라고.


태그:#김무성,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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