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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반동 해변이 전부 내 것

팜반동 해변
 팜반동 해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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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우리는 팜반동 해변으로 향한다. 원래는 오후에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건데 가이드인 강태욱 과장이 해수욕을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면서 우리를 팜반동 해변으로 안내한다. 이건 옵션이 아니고 일종의 봉사였다. 왜냐하면 최저 가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첫째 팜반동 해변까지 버스로 데려가고 데려왔다. 둘째 단돈 6달러로 해수욕장을 완벽하게 이용하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다. 비치에서의 그늘집과 카우치를 제공하고, 실내수영장과 샤워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큰 수건까지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모터보트를 탈 수 있도록 중개까지 해 주었다.

오후의 뜨거운 태양 때문인지 팜반동 해변에는 우리 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말 팜반동 해변을 다 차지하고 한여름의 해수욕을 즐겼다. 그런데 햇볕의 강도가 심해 잠깐씩만 물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늘집에서 쉬기도 하고 잠깐 수영장으로 가 민물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무 없으니 좀 심심한 편이었다. 한여름 바글바글대는 해수욕장만 보아온 나로서는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야, 이곳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케 해변
 미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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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도 크고 값도 싸고 시설도 좋은 이곳 팜반동 해변은 이웃하고 있는 미케 해변과 함께 베트남 중부 최고의 해수욕장을 이루고 있다. 모래사장이 넓어 경포대의 두 배도 넘었고, 해변은 미케 해변과 연결되어 끝없이 이어졌다. 이곳 미케 비치는 미군의 휴양소였고, 그 북쪽에 있는 팜반동 해변을 우리 청룡부대가 휴양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우리 선배 군인들의 피와 땀이 어린 장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오십 년의 시차를 두고.  

모터보트도 타고 제트스키도 타고

모터보트에 오르는 사람들
 모터보트에 오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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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이 조금은 심심해지자 우리 일행 중 한두 명이 모터보트를 탈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십여 명이 모터보트를 한 대 빌렸다. 1시간 동안 다낭 해변을 한 바퀴 돈다는 것이다. 참(Cham)섬까지 가기는 너무 멀어서 송트라(Son Tra) 반도 끝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 배를 타지 못했다. 잠시 바다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보니 모두 붉은색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로 오른다. 그들이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얼마 안 되어 이번에는 제트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베트남 사람들로 일가족이 제트스키를 두 대 빌렸다. 제트 스키는 한 대에 두세 명 정도 탈 수 있고 본인이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스키를 타본 사람만이 운전을 할 수 있다. 제트스키를 타는 아이들이 즐거워한다. 그렇지만 제트스키는 모터보트처럼 멀리 나갈 수는 없다. 또 오래탈 수도 없다. 이십 분 정도 제트스키를 즐긴 이들은 밖으로 나온다. 팜반동 해변과 미케 해변 앞으로는 커다란 배도 두어 척 보인다.

대형 리조트 크라운 플라자
 대형 리조트 크라운 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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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반동 해변의 북쪽으로는 송트라산이 위치하고 있다. 송트라산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산기슭에는 영응사(Chua Linh Ung, 靈應寺)가 있다. 원숭이산(Monkey Mountain)이라고도 불리는 송트라산은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의 레이더 기지가 있던 곳이다. 미케 해변의 남쪽으로는 최근에 대형 리조트 호텔이 들어서면서 리조트 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리조트가 빈펄, 하이야트, 크라운 플라자 등이다. 이곳 미케 비치에 가까운 곳에 과거 미군부대와 우리 청룡부대 사령부가 있었다고 한다.    

야간 풍경도 문화가 될 수 있다

오후 5시가 되어 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저녁 7시 다낭 시내에 있는 낌도(金都) 레스토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을 먹고 아내와 나는 두 시간 정도 다낭의 밤 풍경을 즐긴다. 먼저 식당에서 멀지 않은 다낭대성당으로 간다. 밤이어서 그런지 성당 안에는 불이 꺼져 있다. 그렇지만 성당 바깥에는 불을 켜 놓아 은은한 성당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다낭 대성당의 야간 모임
 다낭 대성당의 야간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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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는 본당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모임과 활동을 볼 수 있었다. 교구 판공실에서 레지오 모임을 갖는 신자들이 보인다. 또 다른 곳에서는 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 건물과 반대편에는 주교관도 보인다. 주교관 옆으로는 성모상도 볼 수 있다. 이들을 보면서 나는 베트남에도 천주교 신자가 꽤나 되는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베트남 인구의 6.6%인 570만 명이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불교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처럼 천주교 신자가 많은 것은 100년 가까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성당을 나온 우리는 이제 한강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강변이 바로 밤 문화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밤이지만 박당(Bach Dang) 거리를 따라 오토바이와 사람이 많이 지나다닌다. 우리는 밤부 그린 하버사이드(Bamboo Green Harbourside)로부터 한강교까지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한다. 이곳에는 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카페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나는 강변에 있는 조각공원에서 작품 감상도 하고, 이곳에서 쉬는 베트남 사람들의 표정도 살펴본다.

놀이의 대상이 되는 조각품
 놀이의 대상이 되는 조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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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작품에서는 예술성이 느껴지고, 사람들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조각의 모티브와 기법이 서양적인 편이다. 그러나 도자기 작품에는 동양적인 요소도 보인다. 소재는 성모 마리아, 가족, 비너스와 큐피드, 봉황과 거북, 용 등 다양하다. 그런데 이들 조각을 감상만 하는 게 아니고, 만지고 또 올라갈 수도 있다. 그래선지 부모와 함께 한 아이들이 많다. 어떤 애들은 조각품 안에 올라앉기도 한다. 예술이 더 이상 감상의 대상이 아닌 놀이의 대상이다.

이곳 조각공원에서는 용교와 한강교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강에 비치는 건물과 등불의 실루엣이 또 하나의 예술을 이루고 있다. 강변에 띄운 선박 레스토랑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연주와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곳에서는 술과 음료수 등을 먹을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젊음을 발산하고 있다. 그래서 다낭의 밤은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아내와 나는 한강교까지 걸어간다.

베트남에는 모기가 없다

강변에서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강변에서 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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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뎅기열을 발생시키는 베트남 모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걱정을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기를 볼 수도 없고 모기가 날아다닐 때 나는 애앵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한마디로 베트남의 밤은 기온도 적당하고, 습도도 낮고, 모기나 날파리가 없어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모기와 날파리 같은 곤충의 천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기와 파리 같은 것은 알에서 유충이 되고, 유충에서 우화를 통해 성체가 된다. 그런데 이들 곤충이 유충 상태에서 천적에게 대부분 잡아먹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천적은 물고기다. 미꾸라지 같은 어류가 웅덩이나 하천에 있는 모기 유충을 다 잡아먹기 때문에 성체가 되는 모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체가 된 모기나 파리도 또 다른 천적인 도마뱀에 의해 잡혀 먹어 이들이 발붙일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쾌적하게 다낭의 밤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한강변의 다낭 아경
 한강변의 다낭 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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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쯤 해서 아내와 나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호텔 주변 노천식당에서도 젊은이들이 술과 안주를 놓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들이 즐겨먹는 안주는 이곳 해변에서 잡은 해산물이었다. 또 가장 인기 있는 베트남 음식인 쌀국수 포(Pho)도 먹는다. 쌀로 만든 국수에 채소와 허브 그리고 고기를 넣고 뜨거운 육수를 부어 익히면 되는 간편한 음식이다. 우리의 잔치국수를 연상하면 된다. 밤의 열기가 도심에서 벗어난 호텔까지 점령하고 있다.


태그:#팜반동 해변, #미케 해변, #송트라산, #한강, #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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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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