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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문 앞이 1차와 2차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왼쪽이 1차 희망버스 때(7.20)고 오른쪽이 2차 희망버스 때(8.31) 입니다. 공간 없던 곳에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현대차의 변화를 기대해도 될까요?
 현대차 정문 앞이 1차와 2차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왼쪽이 1차 희망버스 때(7.20)고 오른쪽이 2차 희망버스 때(8.31) 입니다. 공간 없던 곳에 공간을 내주었습니다. 현대차의 변화를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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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31일(토) 19시 울산공장 정문 전 조합원 집결. 희망버스 참석바랍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인 저에게 노조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오후 6시경 남목에서 현대차가 있는 양정으로 버스타고 갔습니다. 현대차가 있는 건물벽엔 높다란 양철벽이 높게 설치되어 있었고 5공장문, 구정문, 정문 모두 대형 버스로 빈틈없이 막아 두었습니다.

4공장이 있는 구정문 앞엔 안쪽엔 현대차 버스가, 도로변엔 경찰버스로 막아 두었습니다. 저는 불법파견을 저지르는 현대차를 보호하려고 버스로 막고 경찰을 출두시키는 공권력을 이해 할수가 없었습니다.

정문에 도착하니 무대 설치가 한창이었습니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경찰은 불법집회로 규정한다고 했으며 현대차 정문 앞에서 하는 집회를 원천봉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문 앞은 지난 7월 20일 1차 희망버스가 온 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습니다.

1차 땐 사람이 다니는 인도까지 일명 '몽구산성'으로 불리우던 대형 컨테이너를 쌓아 집회를 못하게 했었는데 2차 희망버스 땐 양철 담만 높이 쌓았고 컨테이너는 정문 안에다 설치해서 정문 앞은 집회 장소로 쓰일수 있도록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현대차를 위해서 경찰이 투입된거 같았습니다. 가해자는 보호해주고 피해자는 처벌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입니다.
▲ 경찰도 막고, 현대차도 막고 오로지 현대차를 위해서 경찰이 투입된거 같았습니다. 가해자는 보호해주고 피해자는 처벌하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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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무대 설치하는데 돕고 싶었으나 일하는 관계자가 많아 뒤로 빠졌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로 가니 몇몇이 집회 참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희망버스 인증샷 용 핏켓이 있길래 정문 앞에 가져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후 7시가 넘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검문한다던데 오는거 막지 않더냐?"고 참가자에게 물어보니 서울서 왔다는 젊은 분은 "우리는 불심검문 거부한다고 항의하자 그냥 보내주더라"고 말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고 행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규탄집회를 한 후 전국 희망버스 문화제 방식으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됐습니다. 무대엔 민주노총 관계자, 금속노조 관계자도 오르고 아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의 어머니가 "내 아들 살려내라"며 절규 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 노조 사무장이던 박아무개씨는 지난 7월 15일경 불법파견 투쟁과정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약사회, 동구노인요양원, 백기완 선생님도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1부 현대차 불법파견 규탄집회를 마치고 희망버스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 희망버스 행사 '을들의 외침' 1부 현대차 불법파견 규탄집회를 마치고 희망버스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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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규직 전환 시켜줄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도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지회장님은 수배중이라 공장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고, 경찰은 새벽에 잠자고 있는 우리 조합원 집에 들이닥쳐 잡아가고, 자진 출두 하려고 공장안에서 정문을 통과 하는데 잡아가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하고 정규직 전환 시켜 줄 때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사회를 맡은 참가자가 이어 말했습니다.

"경찰이 사람을 잡아갈 때는 증거인멸과 도주우려 때문입니다. 지금도 공장안에선 불법파견 은폐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거 증거인멸 아닙니까? 또 지난해던가 정몽구 회장이 900억짜리 비행기 산 거 다 아시죠? 그거 도주하려고 산 거 아닙니까? 그런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는 현행범 정몽구는 안잡아 가고 왜 우리 피해자만 두들겨 패고, 수배 내리고, 벌금 내라하고, 손배가압류에 구속, 심지어 죽기까지 했는데도 불법파견 해결 안 되고 있습니다."

8월 31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앞엔 마치 경찰 진압 차량 전시회를 하는거 같았습니다. 갖가지 진압 차량을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 경찰 진압 차량 전시회? 8월 31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앞엔 마치 경찰 진압 차량 전시회를 하는거 같았습니다. 갖가지 진압 차량을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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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쪽에서 불법파견 규탄 희망버스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 길 건너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길건너에 가보았습니다. 무전기 든 사복 형사도 있었고 전경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도 있었지만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도 서있었습니다. 그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민참관단'이라는 노란색 어깨띠를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젊은 남녀에서 나이든 분들까지 20여명 서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슬그머니 옆으로 접근하여 가까이에 있던 젊은 여성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시민참관단이란게 뭐예요?"라고 물어보니,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각 구별 경찰서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회사와 집회하는 사람들이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러 왔습니다."

그들은 밤 10시가 가까워오자 어깨띠를 벗고 가버렸습니다. 백기완 선생님이 한참 큰소리로 현대차를 나무라고 있을 때 사복 형사 한사람이 고성능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로 무대쪽을 찍기도 했습니다. 백기완 선생님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문화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 후 무대 뒤에서 296일 동안 철탑에 올라가 있었던 최병승씨가 무대로 올라왔습니다.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환영했습니다.

최병승씨는 긴 문장을 써 와서 읽어내려 갔습니다. 현대차로부터 복직하라는 압력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만 정규직 전환으로 복직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글 내용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여전히 최병승씨 개인에게만 대법판결을 적용하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그 나머지긴 불법파견과 전혀 상관도 없는 신규채용으로 끝내려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희망버스 행사 시작과 함께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희망버스 행사 시작과 함께 연단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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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진행된 희망버스... 나에게도 희망이 되기를

여러 문화 행사로 꾸며진 희망버스 행사는 밤 11시가 돼가고 있었습니다. 춘천에서 희망버스 타고 왔다는 가족이 올라와서 희망버스 타고 오면서 진행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린이도 또박또박 카드에 적힌 내용을 읽었습니다.

"저도 정몽구 때문에 화가 납니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났는데도 버티고 있어 화가 납니다."

"저도 정몽구 할아버지 때문에 화가 납니다. 같은 일을 시켜놓고 월급을 조금 주어 화가 납니다. 법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납니다."

전국에서 2000여 명이 왔다는 희망버스 행사는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저는 버스 놓칠까봐 집으로 왔습니다. 9월 1일 일요일 오전 일어나 인터넷을 검색하니 희망버스 행사는 밤 12시를 넘겨 끝이났고 행사는 평화롭게 진행되다 마무리 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집시법 위반이 있는지를 검토해서 사법처리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하네요.

희망버스 무대에 올라 미리 써 온 글을 읽어 내려 갔습니다. 이야기 내내 미안하단 말을 많이 했습니다.
▲ 대법판결 승소자 최병승 씨 희망버스 무대에 올라 미리 써 온 글을 읽어 내려 갔습니다. 이야기 내내 미안하단 말을 많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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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희망버스, #울산공장,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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