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가 2일 국회에서 우체국택배 노동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회를 가지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가 2일 국회에서 우체국택배 노동자 불공정 피해사례 발표회를 가지고 있다.
ⓒ 김동환

관련사진보기


"아침 새벽 4, 5시에 나와서 오후 8시까지 일을 해요. 그러면서도 한달에 버는 돈은 170만 원 정도입니다. 택배 무게대로 수수료를 받는데 중량을 속이길래 청와대에 억울하다고 글을 올렸더니 우체국에서는 기사들을 전원 해고하겠다고 하더군요."(진경호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다음 날 제깍 도착하는 우수한 택배 서비스 이면에는 말 못하고 당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우체국 측의 해고 위협에 시달리면서 배달 과정에서 벌어지는 손실에 대한 책임도 떠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2일 오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우체국택배 노동자 피해사례 발표회에서는 우체국 및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겪은 '을'의 사례들이 공개됐다. 특히 우체국 위탁 택배 노동자들이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자신들과 불공평한 '노예 계약'을 맺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체국 1등... 일선 택배 기사들 조여서 만들어진 것"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택배는 국내 택배 이용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선정한 택배서비스 부문 고객만족도(NCSI)조사에서 6년 연속 1등을 차지할 정도. 그러나 진경호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그런 성적은 일선 택배 기사들을 조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우체국 기사들이 공개한 우정사업본부의 쥐어짜기 방법은 크게 중량·단가 후려치기와 해고 두 가지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게 하면서 제 값을 쳐주지 않고 기사들이 이에 불만을 표시하면 해고조치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택배 부문에 가벼운 수화물의 수수료를 내리고 무거운 물건은 수수료를 올리는 중량별 차등 수수료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중량별 단가를 정하면서 무게가 낮은 물건의 예상 비율을 턱없이 낮게 잡았다는 것.

이 경우 제도 취지와는 달리 전체 택배물의 단가 자체가 오히려 낮아지는 효과가 생겼다. 진 위원장은 "우정본부는 5kg 이하 택배 비중이 전체 물량의 55% 가량일 거라고 했지만 실제 배달 결과 80%에서 90% 사이였다"면서 "단가가 싸지면서 상대적으로 기사들의 월 수입은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깎였다"고 설명했다.

택배 기사들은 우체국이 수화물의 실제 중량을 속이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겉에는 5kg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재보면 7~8kg에서 심지어 20kg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은 "겉에는 무게를 제대로 적고 기사들 수수료 지급 기준이 되는 내부 자료에는 2kg이나 5kg으로 적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 위원장은 유독 고객 민원 대응에 강한 우체국 택배의 비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는 분실 등의 사유로 소비자가 우체국 콜센터에 민원을 넣는 순간 해당 우체국장 고과점수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라면서 "우체국에는 이같은 예산 반영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택배 기사에게 변상하라고 종용한다"고 말했다.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택배기사에게 경고장을 보낼 수 있는데 계약서에 보면 경고장 두 번 이상 받으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분실 같은 민원이 발생하면 잘못이 없어도 기사들이 변상할 수밖에 없지요."

"새벽 4시 나와서 저녁 8시 퇴근...월 수입은 170만 원"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예산 증액에 따른 여파도 택배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고 주장했다. 우체국이 작고 가벼운 택배는 공무원인 집배원들에게 시키면서 위탁 기사들이 할 수 있는 물량을 하루 130개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택배 위탁기사들이 이 물량을 소화하고 버는 돈은 매달 270만 원 정도. 그중 부가세, 보험료 등 식대를 제외한 기본 경비만 100만 원 이상이 나간다. 결국 월 수입이 170만 원 정도인 셈이다.

이날 사례발표회에 참석한 택배기사 천승호씨는 "새벽 4, 5시에 나와서 오후 7, 8시까지 힘들게 일하는데 최저 생계비 만큼 번다"면서 "택배 일 하는 젊은 기사들은 연애, 결혼 이런 거 다 포기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지난 달 결정한 2014년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63만 원이다.

기사들은 중량별 차등 수수료제 폐지와 고용안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10년째 2500원으로 동결중인 택배비 인상도 촉구했다. 물량은 늘어나는데 택배비와 단가는 되레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천씨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많고 인터넷 쇼핑 인구가 점점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면서 "10년째 2500원으로 동결중인 택배비가 인상되어야 우리도 먹고살 수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택배#우정사업본부#을지로위원회#갑을관계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