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5일 오전 8시 4분]지난 7월, 5명의 아가들을 피눈물로 하늘에 보내고 올여름이 찌는 듯이 더웠는데, 한들 바람이 시원한지 하나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저 눈만 돌려도 이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처음엔 아무도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상황에 놀라고….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온몸이 피멍으로 아프기만 합니다… 동환아, 병학아, 준형아, 태인아, 우석아! - 추도사 중
4일 오전 11시 천안추모공원에선 지난 7월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에 대한 49재 및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만철 공주대 총장(장례위원회 위원장)과 이달우 학장, 원성수 교수, 박수현 국회의원, 이경석 사대부고동문회 사무국장, 공주교육장, 논산 부시장 등 관계자들과 유가족 및 친지들, 학생들이 함께 했다.
유가족의 근황을 듣기 위해 오전 9시쯤 공원 묘지를 찾았다. 고 진우석군 묘소(유족들의 뜻에 따라 5명 모두 한 묘소에 안장됐다)에는 9월 1일 진군의 17번째 생일을 맞아 놓아둔 듯한 꽃바구니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우석이 누나가 동생의 생일을 맞아 쓴 듯한 편지가 놓여 있었다.
먼저 도착한 고 진우석군 어머니는 "아들 외로웠지, 엄마가 음악 틀어줄게"라며 휴대전화를 이용해 음악을 틀었다. 진우석군 어머니는 우석군의 시가 실린 토요 문학 시집을 묘소 앞에 놓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연이어 도착한 다른 유가족들도 아들이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을 묘소 앞에 놓았다. 결국 이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울기 시작해 현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누구 하나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아 원통하다"
이날 49재 및 추모비 제막식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후 서만철 총장의 추도사가 이어졌다. 서 총장은 "가슴에 묻은 다섯 아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사회에 교훈을 주고 떠났다"며 "비극으로 시작했지만 다섯 별이 빛나는 별로 마감을 하도록 유가족·부모님들이 놓아 달라"고 말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거짓말 같은 현실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 외에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며 "매일 밤 가슴을 쥐어뜯으며 울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아 원통하고 억울하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관련자는 모두 살인자입니다, 학생들의 살인현장을 그대로 방치하고 지금까지도 꿋꿋이 국민의 녹을 먹고 있는 관련자들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혀 모두 처벌해 주시길…"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참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각종 안전사고와 학습권 침해사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감시와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해주길 박근혜 대통령께 호소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의원은 "사고 일주일 전 후배들과 사대부고 강당에서 미래에 관해 얘기를 나눴는데 어른들의 잘못으로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저도 일찍이 아이를 잃은 아빠로서 유가족의 심정에 조금이나마 공감이 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추모비 제막식이 거행됐다. 검은 대리석에는 '봉황의 꿈을 채 피우지 못한 맑은 영혼들 두려움 가벼이 여기고 기꺼이 자신을 불태워 고이 잠들어 우리 사회를 비추는 등불이 되다'라고 적혀 있었다.
유가족, 5명 학생 모두 의사자 지정 요구
모든 행사를 마치고 유가족들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유가족 대표인 이후식씨는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천명 아래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만 알았는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도 책임을 묻지도 않고 있다"며 "투명한 사건 해결이 아닌 꼬리 자르기 식의 수사에만 급급해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안면도 해양유스호스텔, 그 무엇으로 닦아도 검은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 그 무엇으로 가려도 그들의 죄는 감출 수 없을 것"이라며 "태안해경과 군청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이번 사고를 조사한 경찰은 정의롭게 양심선언을 외치고 겸허히 직위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사건의 피의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리기엔 미흡한 법 제도를 개선하여 살기 좋은 대한민국의 뿌리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다섯 희생자 중 고 이병학, 고 이준형군은 공주사대부고와 태안군청에서 신청해 의사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유족과 학교 측은 희생 학생 5명 모두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공주사대부고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달 30일 1심이 첫 공판이 열리는 대전지점 서산지청 정문 앞에서 유가족들은 '민간합동진상조사위원회 재구성 후 재수사 촉구'와 '대통령의 유가족 위로와 사고 경위에 대한 유가족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지시', '사망한 학생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