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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가방 좀 보여주시죠?"

김현 민주당 의원은 4일 오후 3시 본회의 시각에 맞춰 국회의사당 회의장으로 들어서다 국회 경위에게서 갑작스런 요구를 받았다. 항상 회의장에 가지고 들어가던 가방이었기에 김 의원은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위는 거듭 소지품 확인을 요구하며 "가방을 보여주지 않을 거면 맡겨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무슨 근거로, 왜 가방을 맡겨야 하냐며 그와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였다. 그때 지나가던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한 마디 했다.

"최루탄이라도 있을지 모르니 가방 보여줘요. 왜 못 보여줘요?"

이날 오후 5시 20분쯤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고 표현했다. 그의 가방 크기는 A4용지를 넣을 수 있는 정도로, 당시에는 본회의 안건인 이석기 통합진보장 의원 체포동의안 관련 서류가 담겨 있었다. 김 의원은 "뒤이어 가방을 든 다른 의원들이 왔는데, (경위가) 그들에게도 가방을 보여달라고 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소 본회의장 들고 가던 것... 국회사무처, 공개 사과해야"

김현 민주당 의원.
 김현 민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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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둔 4일, 국회 경비는 평소보다 삼엄했다. 국회사무처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이날 국회 주변에 경비인력을 추가배치하고 10개 중대 1000명과 수십 대의 경찰버스로 국회를 에워쌌다. 일반인의 출입은 극도로 제한됐고, 출입기자단이 아닌 기자에게 발급하던 '임시취재증'도 나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장이나 국회사무처가 미리 협조 요청을 하지도 않은 채 국회의원의 소지품 확인을 요구하는 상황까지 빚어진 것이다.

김 의원은 "대변인 습성이 오래 되어서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서류를 보내주기 때문에 늘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며 "평소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는 (가방을 맡겨달라는 등 요구를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 소지품 확인이 필요했다면 "강창희 의장이 미리 '오늘 상황이 긴박한 만큼 협조를 바란다'고 알려 의원들이 당황하지 않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위는 "가방을 보여달라는 근거가 뭐냐"고 묻는 김 의원에게 "적법한 절차"라고 답했다. 국회 경비과장 역시 그에게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회의장 안에 회의진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또는 음식물을 반입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국회법 148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그럼 경비과장은 제 가방에 회의 진행을 방해할 물건이 있었는지 답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의 사과를 받았지만 "국회사무처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재철 '최루탄이라도 들었냐'고... 동료 의원 모독"

김 의원은 심재철 의원의 '최루탄' 발언도 비판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심 의원에게 "동료의원을 모독했다"고 따져 물었다.

'뭘 사과를 하냐'는 투로 반응하던 심 의원은 재차 항의를 받은 뒤에야 그에게 사과했다. 김 의원은 "동료의원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한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창희 의장에게 심재철 의원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와 징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심재철 의원의 '최루탄' 발언은 김선동 진보당 의원을 빗댄 이야기로 보인다. 지난 2011년 11월 22일, 김선동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장(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불기속 기소된 김 의원에게 법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의원 쪽은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태그:#김현,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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