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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쇼쵸가마입니다. 음력 8월 첫 병일 이곳에 올라가서 새해 의례로서 신을 맞이하는 잔치를 엽니다.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쇼쵸가마입니다. 음력 8월 첫 병일 이곳에 올라가서 새해 의례로서 신을 맞이하는 잔치를 엽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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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5시, 아마미오시마 북쪽 다츠고초(龍郷町) 아키나(秋名) 마을에서 열리는 쇼쵸가마 마을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음력 8월 첫 병(丙)일이 되면 해가 떠오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쇼쵸가마를 무너뜨리는 마을 잔치, 축제가 열립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 사이에 있습니다. 넓이는 주변에 있는 섬을 빼고 712 평방 킬로미터, 바닷가 둘레가 460킬로미터입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을 비롯한 이곳 섬들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곶이 돌출된 리아시스식 해안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들은 일찍이 오키나와의 수리국에 속하기도 했다가 일본 가고시마의 사츠마한의 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 아마미오시마 섬들은 오키나와와 가고시마의 문화가 섞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키나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8월 첫 병일이 되기전 일요일 쇼쵸가마를 만듭니다. 올해는 9월 1일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쇼쵸가마는 마을 북쪽 구즈레산 중턱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만듭니다.

산중턱에 말둑 두 개를 땅에 묻고 말둑 사이에 보를 얹은 다음 산 기슭을 향해서 장대를 얹어 뼈대를 만든 다음 대나무를 놓고, 다시 그 위에 볏짚을 얹어서 만듭니다. 그리고 기둥 앞에는 대나무 발을 길게 세워놓습니다. 

         아침 다섯 시 마을 사람들이 쇼쵸가마 위에 올라서 북을 두드리면서 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 다섯 시 마을 사람들이 쇼쵸가마 위에 올라서 북을 두드리면서 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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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8월 첫 병일, 7일 오전 5시, 마을 사람 가운데 올 제주로 뽑힌 사람 열명이 쇼쵸가마 위에 서서 북을 치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시간이지나자 마을 남자들이 쇼쵸가마 위에 오르기 시작합니다. 올해는 100여 명이 올라갔습니다.

오전 6시, 해가 밝아오자 마을 제관이 미키라는 술과 과일 등 제물을 들고 남쪽 기둥 위에올라가 농사의 신에게 절을 하고 제물을 올립니다. 이때 사용하는 미키라는 술은 쌀을 물에 불려서 가루로 만든 뒤 뜨거운 물에 푼 다음, 고구마를 갈아 섞어서 사흘 동안 발효시킨 술입니다.

해가 마을 건너편 산 위에 떠오르자 쇼쵸가마에 올라가 있던 마을 남자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지붕에 매어둔 새끼줄을 잡고 발을 구르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쇼쵸가마가 남쪽으로 넘어지기 시작합니다.

쇼쵸가마 지붕이 땅에 닿자 마을 남자들은 쇼쵸가마 위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는 해가 산 위로 떠올라 마을이 밝아질 때까지 계속됩니다.

         쇼쵸가마 위에 마을 제관이 올라가서 곡물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쇼쵸가마 위에 마을 제관이 올라가서 곡물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기원을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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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초가마가 무슨 뜻이고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아키나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이때가 되면 미리 쇼쵸가마를 만들고이 마을 잔치를 해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쇼쵸가마 축제는 한해 벼농사의 수확은 농사신에게 감사하고, 다음에 있을 벼농사의 풍년과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지내왔다고 합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곳 아마미오시마 섬의 아키나 마을 사람들은 음력 8월 첫 병일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날이라고 생각해 새해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신년 행사라는 아라가츠(新歳)로서 이 마을 잔치를 열어왔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너진 쇼쵸가마 위에서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무너진 쇼쵸가마 위에서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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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마을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농사의 신이며 곡물의 신인  태양신을 쇼쵸가마의 지붕 밑으로 맞이한 다음, 지붕을 무너뜨려 신을 내 품에 안은 다음 풍년을 기원하고 그 신을담보를 건강과 행복을 보장받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가운데 벼농사를 짓는 곳은 이곳 아키나 마을이 유일합니다. 한 때 마을 부근에 논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탕수수를 재배하거나 버려져 있습니다. 벼농사를 짓고 있는 논은 아주 협소합니다. 마을에는 대략 560명이 살고 있습니다.

벼농사를 그다지 짓지 않아도 쇼쵸가마 마을 잔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마을 사람의 신앙심 때문이라고 합니다. 벼농사와 관계 없이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음력 8월 첫 병일이 9월 7일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아키나 마을뿐만 아니라 멀리에서도 많은 구경꾼이 몰려왔습니다. 평소 쇼쵸가마는 북쪽으로 넘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올해는 남쪽으로 넘어졌습니다. 70대 마을 어르신에 의하면 이렇게 남쪽으로 넘어지는 것은 세 번 봤다고 합니다.

쇼초가마 마을 잔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년의례입니다. 바다에서는 수평선 너머에서 인간을 도울 신이 살고 있으면서 사람들을 도와 준다는 관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 인간을 도울 신이 오기 때문에 그 신을 맞이해서 건강과 행복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축제이자 잔치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쇼쵸가마 잔치, #아마미오시마, #마을 축제, #신년 맞이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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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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