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5일부터 12일까지 학생 한 명과 인솔 교수 두 명이 일본 이키시마 섬과 규슈 중부 지역을 사전 답사차 방문했습니다. 이후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학생 9명과 인솔 교수 세 명이 규슈 중부 지역과 아마미오시마 섬을 찾아서 민속 답사여행을 했습니다. 이 두 여행을 통해서 보고 느끼고 겪은 일들을 '규슈기행'이라는 제목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이어집니다. - 기자 말 

         여자바위와 남자 바위 위에 각각 여자 당골과 남자 무당이 올라가 같이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여자바위와 남자 바위 위에 각각 여자 당골과 남자 무당이 올라가 같이 주고받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7일 오후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 섬 북쪽 다츠오쵸(龍郷町) 아키나(秋名) 마을에서 열리는 히라세만카이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음력 8월 첫 병(丙)일이 되면 아라세츠(新歲)라는 새해 맞이 잔치를 엽니다.

아침에는 마을 남정네들이 마을 뒷산에 올라가 '쇼쵸가마'를 하고(관련 기사 : 8월에 새해 맞는 사람들이 있다?)  오후에는 마을 당골(무당)이 중심이 되어 바다 수평선 너머에 있다고 생각되는 이상향 '네리야'에서 벼농사 신을 불러와 마을 잔치를 엽니다. 이것을 '히라세만카이'라고 합니다. 오후 세 시 무렵부터 마을 사람들은 마을 북쪽 바닷가에 자리를 펴고 앉습니다.

서서히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네라베히라세'라고 하는 바닷가 신맞이 바위 위에 '가시키'라고 하는 팥을 넣은 밥을 작은 돌 사이에 넣어서 올려놓습니다. 네 시 무렵 마을 으뜸 당골인 노로와 젊은 당골 시도와키 네 명이 신맞이 바위 위에 순서대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맞은편 남자 바위에는 남자 무당인 구지와 그를 보좌하는 남성 세 명이 올라갑니다. 여자 당골과 남자 무당은 각각 바위에 올라가서 신을 부르는 노래를 합니다.

옥으로 된 바위에 올라서 무엇을 축하합니까?
동서 벼농사 신을 부릅니다.
나키나 마을 당골이 많은 사람을 모아서
섬이 있는 한 축하를 이어갑시다.

        여자 당골이 기원을 하고 남자는 춤을 춥니다.
 여자 당골이 기원을 하고 남자는 춤을 춥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러한 노래를 여자 당골인 노로와 시도와키 그리고 남자 무당인 구지와 그를 돕는 사람들이 같이 작은 북을 치면서 부릅니다. 노로가 이 때 팔을 들어서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는 바다 수평선 너머에 있는 신을 부르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여자 당골과 남자 무당의 노래가 끝나면 남자 무당이 그를 돕는 여자들과 남자 바위 위에서 북을 치며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8월 춤을 춥니다. 이 때 여자 당골인 노로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신을 부르는 기원을 합니다. 

여자 바위에서 신을 부르는 의식을 마친 여자 당골과 남자 바위에서 부르는 노래가 끝나면 이제 두 바위 사이에 있는 바닷가에 남자와 그를 돕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북을 치며 8월 춤을 춥니다.

노로가 신을 부르는 의식이 끝나고 남자 무당의 노래가 끝나면 이제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북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춥니다. 춤이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준비해 온 먹거리를 바닷가 바닥에 앉아서 같이 나누어 먹습니다.

 남녀 무당이 모두 모여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북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춥니다.
 남녀 무당이 모두 모여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북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춥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 때 먹은 음식은 신에게 제물로 드린 것이기 때문에 이 먹거리를 먹으면 한 해 동안 건강하고 풍년이 들고 물고기가 풍부하게 잡힌다고 합니다. 한국의 음복과 비슷한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보통 '나오라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날이 저물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히라세만카이 잔치가 열리기 전후 마을 사람들은 아직 태어난 지 일 년이 되지 않은 어린 아기를 안고 남자 바위 위에 옵니다. 그러면 남자 무당인 구지가 아이를 받아서 안고 아기 다리를 바위 위에 대면서 아기가 쇠처럼, 바위처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라고 축원을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때는 이곳 아키나 마을을 떠나서 다른 곳에 생활하는 사람도 모두 마을에 돌아와 이 잔치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 마을에 있는 여자 당골인 노로나 남자 무당인 구지는 모두 세습제로 자신의 일을 하면서 마을의 신앙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마미오시마 섬 여러 다른 곳에서도 옛날에는 이런 새해 맞이 풍습이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어졌습니다. 아키나 마을은 오래 전부터 지켜내려 온 새해맞이 풍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히라세만카이 잔치는 마을 사람들이 준비해 온 먹거리를 잔치에 온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으로 마칩니다.    

아마미오시마 섬은 오키나와와 규슈 사이에 있는 섬으로 오사카에서 871km 떨어져 있어서 비행기로 1시간 반쯤 걸리고, 규슈 가고시마시에서는 400km쯤 떨어져 있어서 배로 11시간이 걸립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가시키라고 하는 팥을 넣은 밥, 남자 무당이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의식, 아래는 먹거리를 준비하여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가시키라고 하는 팥을 넣은 밥, 남자 무당이 아기의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는 의식, 아래는 먹거리를 준비하여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입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참고 누리집> 아마미오시마 관광협회(http://www.nonbiriamami.com/).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히라세만카이 잔치#신맞이#아마미오시마 섬#다츠오쵸 #아키나 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