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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오늘날 사람들은 다양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시대가 언제든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점이라면 현대의 사회가 더욱 복잡해진만큼 그 고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각박해진 요즘엔 물론, 성적과 진로문제·뜻대로 풀리지 않는 연애와 결혼생활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걱정거리였다. 또한 이제 SNS의 시대로 접어든만큼, 자신의 게시글에 대한 악플이나 신상노출에 대한 우려도 쌓인다. 바야흐로 '걱정의 시대'다.

그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도록 도와줄 만한 책이 있다. 바로 '방황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필수 심리실용서'라는 부제가 달린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이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현철씨가 쓴 이 책은 쉽고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삶과 심리의 핵심을 보여주는 통찰로 가득하다.

짧은 문장 안에 담긴 통찰, 마음을 편하게 인도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하상욱의 단편시를 모아놓은 <서울시>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 페이지에 짧은 문장이 한두 개 정도 쓰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럴싸한 허세나 흔한 말장난이 아니다. 다만,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서 저자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하면서 얻은 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간결하게 써놓았을 따름이다.

사랑과 구속이 헷갈리기 쉬운 이유는
공통적인 신경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사랑의 열정을 그리워하는가,
아니면 구속의 강렬함에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가. (본문 219쪽)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는 짧고도 명쾌한 글로 마음과 상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아가서는 가족과 사회·연애와 성공에 대한 우리의 강박관념과 불필요한 생각의 틀을 깨트린다. 과잉된 욕구나 감정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

저자는 "모든 감정은 타당하다"고 말하면서, "정신치료의 1차 목표는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 궁극적 목표는 창살이나 감옥 따윈 애초에 없었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적었다. 우리를 구속하는 불편한 감정들이 실제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리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왜 이 순간에 난 이런 감정에 빠질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도 던져준다. 하지만 결코 문자 그대로 "이것이 답이다!"라고 주장하지는 않으며, 마음을 조여오던 생각들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서 더욱 편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삶이라는 여정, 조금은 더 평화롭게 여행하기 위해서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의 표지.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의 표지.
ⓒ 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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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여정에서 우릴 힘들게 하는 두 가지, 시간과 관계는 아무리 혼자 발버둥 쳐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나 자신과 서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겸허해지는 것.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더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길이라 믿어.

완전무결한 도덕관념은 없어. 허상의 내일보다 소멸하는 오늘을 더욱 사랑해 줘. 아마 그럼 온통 뿌연 안개로 가득 찬 여정의 끝에 무지개가 뜰 거야." (본문 중에서)

책의 표지 뒷면에 나와있는 저자의 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어찌 보면 잠깐 들렀다 가는 여행과도 닮아있으며,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에 대한 오해를 풀면 조금 더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저자는 '그런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조금도 상처받지 않고 살거나 사랑할 수는 없다고. 그런 기대가 우리의 삶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끌어올리고, 현실을 보려는 시선을 방해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 김현철씨는 덧붙인다. "이런 심리치료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을 보는 관점을 바꾸어줄 순 있다"고. 그런 점에서 행복이라는건, 어쩌면 그의 말대로 '안경닦이에 달려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나마 상처, 혹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를 권하고 싶다. 저자의 재치와 통찰을 담은 이 책은,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처음 온 것이고 혼란한 세상을 여행하는 중이기에 그런 감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읽는 사람의 어깨를 토닥이는 듯하다. 삶이라는 고단한 여행자에게 건네는 위로 뿐만 아니라, '세상 여행법'과 '더욱 나답게 사는 길'도 보여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김현철 씀 | 마호 | 2013.08. | 1만2900원)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 방황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필수 심리 실용서

김현철 지음, 마호(2013)


태그:#김현철, #세상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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