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그룹·조양호 회장·아래 한진)이 추진 중인 카지노와 유흥주점 등이 없는 '7성급 한옥호텔' 건설이 재개될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진이 지으려는 호텔 장소는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대(구 미 대사관 직원숙소)입니다. 땅 면적은 3만7141.6㎡(1만1235평). 도시계획 상으로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경복궁의 바로 오른쪽,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 올라가는 입구의 왼쪽, 풍문여고 앞에 있는 높은 담에 둘러싸인 거대하고 폐쇄적인 공간이라 설명하면 다들 아실 겁니다. 높은 담벼락들 덕분에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습니다.
땅은 대한민국 영욕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세도가 및 왕족들의 집터였던 이곳은, 바로 옆에 태조 이성계가 세운 동십자각(망루)이 있고, 인근에 사간원과 소격서 등이 있던 곳입니다. 또 경복궁에서 사간동~소격동을 거쳐 인사동으로 이어지는 서울 시내 최대 역사문화벨트 한가운데 위치하는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서울시내 최대 역사문화벨트에 위치한 의미있는 공간일제 식민지시에는 일본 식산은행원 숙소로 쓰이다가 국방부가 미군에 빌려준 땅이었던 이곳은 2000년에 IMF 위기에 삼성생명에 1400억 원에 팔렸습니다. 땅 면적이 12000평, 역시적인 장소인 셈으로는 무척 싼 값에 팔린 것입니다. 삼성생명은 여기에 복합문화공간을 세우려 했으나 개발을 포기하고 2008년에 한진 재벌에게 2900억 원에 다시 팔았습니다.
삼성으로서는 몇 년 사이에 땅값의 배를 남긴 것입니다. 미 대사관직원 숙소 부지에서 삼성으로, 삼성에서 한진으로 땅주인이 바뀌는 동안 소나무가 가득한 언덕이어서 '송현'이라 불리던 이곳은 모든 소나무가 잘려나가고 잡초가 무성한 공터로 방치되었습니다. 그동안 한진 재벌은 그 자리에 '7성급 한옥호텔' 개발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2010년 6월 22일 대법원이 개발 사업을 불허하자, 이제는 지난달 8월 20일 재벌 총수 청와대 면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급관광호텔 규제를 좀 풀어 달라"며 불법적인, 대놓고 정경유착을 했습니다.
이곳은 근처에 여러 학교가 있어 학교 환경위생정화 구역 내에 금지시설인 관광호텔이 들어서서는 안 됩니다. 현행법으로 불가능해지자 한진은 2010년 12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중부교육청에 소송을 겁니다.
결과는 한진의 패소입니다. 판결 사유는 "사춘기 어린 학생들의 건전한 정서를 해치고 호기심 많은 학생들의 상상을 부추겨 교육적인 역효과 우려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진은 멈추지 않습니다. 국회를 움직였습니다. '관광 진흥법 시행령(12. 6. 8)' 입법을 예고하게 합니다.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 숙박시설을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 내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7성급 호텔'에서 잠만 잘 수 있나요? 클럽도 가야하고, 클럽에 가면 칵테일도 한 잔, 숙박도 해야 하며, 카지노와 스파 등 유락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유흥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운운한다는 것이 코미디입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에 대한 몰지각한 태도를 보면서 역사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현재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지침 및 현황(자료 참고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구 미 대사관 직원 부지는 북촌지구단위계획상으로 호텔 신축이 불가능합니다. 이후 호텔을 지으려면 동 특별계획구역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 경우도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정지역에 특정건물이 들어오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점점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도시가 확장됩니다. 또, 주민들은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고 도시민들의 여러 가지 욕망이 결합되면서 원치 않는 뜻밖의 건물이 수용되기도 합니다.
이 결과 주민들의 삶 특히 교육, 민생, 치안 등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용산에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이전하는 것이 현실화되면서 인근 성심여고를 비롯해 여러 학교의 학습권이 침해되어 사회적인 의제가 되었습니다.
학교 앞에 호텔 짓고, 방치하면서 교육 말할 수 없어어린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 앞에 호텔을 짓고, 그런 환경에 방치하면서 교육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들과 학생들의 안전하고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지켜주는 것은 지자체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우리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한진의 호텔 신축 계획은 안전한 교육환경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현행법까지 개정해가면서 진행하는 행태는 속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송현동은 그곳의 역사적 상징성과 장소의 특성을 더욱 드러내 서울의 명물이 되도록 시와 구, 민간이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