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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표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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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조작, 엉터리, 국기 문란, 헌법 위배, 제2의 국치...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일컬어지는 교학사 역사 교과서에 대한 세간의 평가다. 특히 이 교과서의 근현대사 꼭지는 총체적인 부실로 평가받고 있다. 일제 식민 지배와 친일파 미화하고 독립운동을 폄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옹호하는 내용도 담겨, 시민단체들이 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왜곡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퇴출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 이후, 사실관계와 용어 등에서 심각한 왜곡과 오류가 대거 발견되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왜곡과 오류가 발견된다는 의미로 '양파 교과서'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교과서는 810건의 수정 요구를 받았다. 인터넷에서 검증 없이 떠도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거나 표절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대책위원회와 역사정의실천연대가 함께 마련한 '교학사 역사교과서 긴급비교 분석 간담회'에서는 "'국기 문란'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는 제2의 국치"(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지금까지 제기된 주요 왜곡·오류 사례를 간추려 소개한다.

[①일제 식민 지배 옹호] 식민지 근대화론 넘어서는 식민지 미화론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일제강점기 꼭지는 일제를 옹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준식 정책위원은 교과서의 내용을 '식민 통치 미화론'이라고 일갈했다. 실제 일제강점기의 사회 경제적 변화를 담은 부분에는 증가, 발전, 성장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전체 내용을 요악한 첫머리에는 일본이 '동화주의'와 '융합주의'를 적용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돼 갔다" 등의 식민지 근대화론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또한 서울의 민족별 거주지를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을 내쫓은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신시가지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제 식민 통치가 한국인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냈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철도 건설을 두고 "일본으로 농산물을 실어 나르고", "철도를 이용해 먼 거리 여행도 가능해졌다"고 표현했다. 이는 수탈 목적의 철도 건설을 지적한 다른 교과서와 대비된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일부 여성들이 희생당했다"는 짧은 내용이 담겼다. 다른 교과에서는 이 문제를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으로 폭 넓게 서술하고 있다. 

[②친일파 옹호] 사라진 독립운동가, 반면 친일파는...

친일파 옹호와 독립운동가 폄훼도 일제강점기 꼭지의 주요 흐름이다. 임시정부, 미국 독립운동을 다룬 본문에서는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이 빠져있다. 반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인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한 장덕수, 이종린 등은 사진과 함께 독립운동 서술 부분에 담겼다.

특히, 친일파로 꼽히는 <동아일보> 창업주 김성수에 대해서는 '김성수의 광복 직전 동향' 꼭지를 통해 항일 운동을 한 것으로 묘사돼있다. 1944년 7월 일본 총리에게 총성을 맹세한 것을 두고는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다수의 친일 기고문에 대한 언급은 빠진 채, 일부 친일 기고문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친일인사 최남선을 두고는 공과가 공존하는 인물로 포장했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절대 안돼!" 역사정의실천연대(464개 단체, 상임대표 한상권)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34개 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절대 안돼!" 역사정의실천연대(464개 단체, 상임대표 한상권)와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34개 단체) 회원들이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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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이승만 영웅 만들기] "위인전보다 못한 주관적 교과서"

교학사 역사 교과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표현했다. 194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미국의 소리> 단파 방송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승만은 당시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북 후 영웅이 될 수 있었다'고 기술했다.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이 교과서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오류가 대거 발생했다. 민족자결주의를 제창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사제지간이라는 기술과 1945년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한국광복군의 협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성과라는 기술 모두 사실과 다르다.

[④박정희 정권·유신 합리화] "불리한 사료 의도적 삭제"

박정희 정부와 유신체제에 대한 미화도 눈에 뜬다. 새마을운동이 유신 체제 정당화에 이용됐다는 다른 교과서의 내용과 달리, '농촌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만 소개됐다. 또한 유신의 배경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야욕보다는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에 무게중심을 뒀다.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발표한 5개의 '5·16 혁명공약'을 소개하면서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는 마지막 6번째 공약을 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불리한 사료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불리한 내용만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지적했다.

5·16 쿠데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위기로부터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였다. 그래서 5·16 군사정변은 큰 저항을 받지도 않았다"고 기술했다가 수정 요구를 받았다. 또한 쿠데타를 우호적으로 평가한 '장준하의 5·16 선언에 대판 평가'라는 글을 실었다고 삭제하기도 했다.

[⑤민주화운동 폄훼] 광주에 시위가 일어나서 진압군 투입?

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한 흔적도 드러났다. 교학사가 지난 1월 검정심사를 요청할 때 "5월 18일 광주에서는 대규모의 시위가 일어나고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시위대와 충돌이 일어났다. 충돌은 유혈화되었고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하기까지 하였다"고 기술했다. 이후 검정심의회의 2차례의 수정 요구를 받고 나서야, 선후 관계를 바로 잡았다.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고 정정됐다.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는 "오류가 많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한 이 교과서를 뉴라이트 교과서라고 하는데,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엉터리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교학서 역사교과서 역사 왜곡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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