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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헌 한국문제연구소 대표
 강종헌 한국문제연구소 대표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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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인 강종헌 와세다대학 아세아연구기구 객원교수(한국문제연구소 대표)의 이름이 최근 들어 한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6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면서부터다.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 의원이 최종적으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국회에서 제명 되면, 비례대표직은 다음 순위인 강 교수가 승계하게 된다.

강 교수는 "의원직을 승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지낸다는 그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조용히 살려고 하는데 어째서 이리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의원직) 승계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 의원은 비록 구속되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진보당 비례대표 의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제명도 되지 않은 의원을 놓고 승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럴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재심에서 '무죄' 판결 받았는데도... "원조 종북" "원조 이석기"

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 후보로 강 교수가 언급되자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그를 향해 "원조 이석기"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10일에는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이른바 '강종헌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강 교수의 '전력'이다. 그는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13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재심 권고 판정을 받고 2010년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검찰이 상고해 대법원 확정판결을 남겨둔 상태다. (관련기사:"37년 만의 무죄 판결... 정치적으론 아직도 '유죄'"

'진짜 간첩' '원조 이석기'란 공격을 "색깔 공세"라고 규정한 그는 "다행히 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이런 사실이 한국사회에서는 아무런 고려도 안 되며 그다지 의미도 없나 보다"라며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돼도 나에 대한 '간첩' 매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 강 교수를 비난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그동안 펼쳐온 통일운동 때문이다. 강 교수는 복역 후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해외본부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는 "(일각에서는) 출소 후 나의 행적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금도 북의 지령을 받는 종북이 맞다'고 주장한다, 만일 그러한 혐의가 있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하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는 입장에는 각기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그러한 다양성의 보장이 아닌 경직된 유일성의 강요입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작태, 이단 말살하려는 종교재판과 다름없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 앞에서 이 의원이 법원의 구인장을 집행하려는 국정원 직원에 연행되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실 앞에서 이 의원이 법원의 구인장을 집행하려는 국정원 직원에 연행되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통과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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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자신이 맹공을 받는 이유에 대해 "통합진보당을 '종북의 소굴'로 매도해 이참에 (당을) 해체시키려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작태는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아니라, 이단을 철저히 말살하려는 '종교재판'이자 '매카시즘'의 극치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통해 인정된 공당은 권력의 부당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의 투표로만 그 운명이 결정된다"며 "그것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이른바 '내란음모 사태'를 강 교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이 의원을 둘러싼 혐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재판이 이뤄지지 않은 사건의 결론을 일방적으로 몰아가려는 '여론재판' 현상을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 의원과 진보당을 매도해야 애국이며 건전한 국가관을 지녔다는 보증이라도 되는 모양"이라고 전제한 뒤 "이러한 이분법적인 '적백' 논리는 민주시민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과 진보당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는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고 진상이 규명되리라 믿는다"는 그는 "다만 국가정보원이 일방적으로 혐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시켜 여론 재판을 자행하는 지금의 사태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진보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민주주의 수호라는 전제에서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는 다음과 같이 반문하기도 했다.

"(나를 향한) 여당과 보수 언론, 그리고 국민 대부분의 시각은 '검찰이 상고했으니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간첩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이 의원과 진보당 관계자들을 내란음모로 단죄하려는 것은 얼마나 기막힌 자가당착이며 자기모순이겠습니까?"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대법에서 무죄 확정돼도 나를 계속 간첩으로 매도할 것"

- 이석기 의원이 제명될 경우 다음 순위자인 강 교수가 의원직을 승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과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재일교포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전과가 있다'며 강 교수를 '원조 이석기'라고 비난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승계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현재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은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씌운 혐의 단계에 불과합니다. 검찰이 기소한 것도 아니며 정식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것도 아닙니다. 모든 피의자와 피고인은 재판 절차에 따라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무죄일 수밖에 없으며 이 의원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한편, 새누리당 의원 전원의 서명으로 이 의원을 제명시키기 위한 자격심사안이 국회 윤리위에 제출됐습니다. 그러나 야당 의원 상당수는 재판 전 단계에서의 처리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봅니다.

이상 본 바와 같이, 이 의원은 비록 구속됐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았고 제명도 되지 않은 의원을 놓고 승계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럴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가 무고함을 주장하여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만큼 나도 같은 당원으로서 멀리 일본에서나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고자 합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최소한의 이성과 양식을 갖춰 주시기를 요망합니다. 정치적 입장이나 사상·이념이 다르다고 야당 의원을 제명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서 벌어지는 작태는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 아니라 이단을 철저히 말살하려는 종교재판이자 매카시즘의 극치일 뿐입니다. 이러한 '광란극'에 여당과 보수언론은 나를 등장시켜 '진짜 간첩' '원조 이석기' 라 소개하면서 악의적인 색깔 공세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진보당을 '종북의 소굴'로 매도해 이참에 해체시키려는 저의가 있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인정된 공당은 권력의 부당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의 투표로만 그 운명이 결정됩니다. 그것이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가 아닌지요."
 
- 올 1월 재심을 청구해 서울고법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고법 판결은 무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이런 사실이 한국사회에서는 아무런 고려도 안 되며 그다지 의미도 없는가 봅니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어도 나에 대한  '간첩' 매도는 계속될 겁니다.

지금 '종북몰이'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거북한 사실이지만, 나는 1월 24일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일단 간첩 혐의는 벗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당과 보수 언론, 그리고 국민 대부분의 시각은 '검찰이 상고했으니 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간첩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이 의원과 진보당 관계자들을 내란음모로 단죄하려는 것은 얼마나 기막힌 자가당착이며 자기모순이겠습니까?

혹자는 출소 후 나의 행적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지금도 북의 지령을 받는 종북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그러한 혐의가 있다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여 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하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억지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불행히도 그런 처지에 놓인다면 나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

작년 재심 과정에서 가해진 온갖 모함과 왜곡 보도로 인해 나의 명예는 이미 갈기갈기 훼손됐으며 내 인권은 철저히 유린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간직하는 재외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다만 내가 현재 무죄라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한 채 '간첩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아 13년간 복역했다'는 원심 판결만을 되풀이 강조하는 여당과 국내 언론에 대해 나와 가족은 치솟는 분노로 항의합니다."

"국정원 발표에 이의 제기하면 '종북', 이석기·진보당 매도해야 '애국'"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자, 연단에 올라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던 김선동 의원이 국회 경위들에 끌려 나오고 있다.
▲ 국회 경위들에 끌려나오는 김선동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자, 연단에 올라 이의 부당함을 호소하던 김선동 의원이 국회 경위들에 끌려 나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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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강 교수를 향해 '종북'이라고 주장합니다.
"북한 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는 입장에는 각기 차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지요. 그런데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은 그러한 다양성의 보장이 아닌 경직된 유일성의 강요입니다.

작년 총선 과정에서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종북'이라는 말이 난무하게 됐습니다. 개념 규정이 애매하니 법률 용어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현 정부와 여당을 반대하는 세력, 북한 정권을 비난하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를 공격하기 위해 악용되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 '종북' 프레임이 지금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누는 무소불위의 기준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사태'가 보여주듯이 국정원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종북'으로 몰리는 형국입니다. 이 의원과 진보당을 매도해야 애국이며, 건전한 국가관을 지녔다는 보증이라도 되는 모양입니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적백' 논리는 민주시민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냉전과 분단의 산물인 국가보안법 체계는 한반도 북녘에 존재하는 엄연한 실체를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타도해야 할 반란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률에만 메여 있으면 헌법이 명하는 민족의 평화통일은 요원하기에, 역대 정부는 북의 정권 실체를 인정하고 남북 대화에 나선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남북합의서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각각 정상회담을 통해 값진 선언문을 채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 민족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재외동포의 입장에서 역대 정부가 이뤄낸 소중한 남북합의와 선언들의 실현을 위해 통일운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여당과 보수언론은 한때 내가 소속했던 통일운동단체가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해 나를 '종북'으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당시도 지금도 나는 북한 당국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바가 없습니다. 내가 속했던 한통련이나 범민련 해외본부 그 어디에도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북한이 내렸다는 지령의 단서조차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나보고 '종북'이 아님을 밝혀내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종북'이라는 명백한 증거부터 제시해야 합니다.

세상에 영원불멸의 법률이란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또한 마찬가집니다. 남한 사회가 변한 만큼 북한 사회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한 변화에 맞게 법은 개폐의 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우리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논의된 것이 아닌가요. 분단 상황이라는 역사적 제약을 안을 수밖에 없는 국가보안법으로, 한 사람의 뜻과 행동을 일률적으로 재단하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인권유린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정의당도 국보법 폐지가 당론인 줄로 압니다. 그런데 지금 타당의 의원이 국보법의 '이적동조'라는 조항으로 고발되자 체포동의에 공조한 것입니다.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참담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야당 의원들에게 지난 전두환 정권 시절 국회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상기하자고 호소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신민당 소속 유성환 의원이 '국시는 반공 아닌 통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바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습니다. 설마 그 엄혹한 시절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지금 진보당에 가해지고 있는 '종북몰이'를 방관한다면 민주주의는 빠른 속도로 후퇴할 것입니다."

- 진보당을 둘러싼 이른바 '내란음모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 의원과 진보당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는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고 진상이 규명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혐의 내용을 언론에 유출시켜 여론 재판을 자행하는 지금의 사태는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인권 유린인 만큼, 정치적 입장의 차이와 진보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민주주의 수호라는 전제에서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마디 던져 보겠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태그:#강종헌, #이석기,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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