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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이 올리는 결혼 역시 일생통과의례 중 하나 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올리는 결혼 역시 일생통과의례 중 하나 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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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있습니다. 생로병사가 그렇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태어나고 싶어 태어나고, 늙고 싶어서 늙고, 병들고 싶어서 병들고, 죽고 싶어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태고부터 지금껏 태어나고, 죽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렇습니다.

생로병사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이 살다보면 평생에 걸쳐 치르거나 따라야하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들 이를 관혼상제, 일생통과의례라고도합니다. 관혼상제는 관례(성인식), 혼례, 상례, 제례를 일컫는 말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면서 방법과 가치, 형식과 양상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통과의례는 여전히 존재하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기관지 '조선'에서 선별한 <혼례와 상제례>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최인학, 김민지 옮김, 채륜 펴냄의 <혼례와 상제례>는 일제강점기에 사학자이며 민속하자였던 이능화와 일본인 학자들이 쓴 혼인과 상제에 관한 수십 편의 논문 중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하는 잡지, <조선>에 실렸던 것을 선별하여 번역해 엮은 내용입니다. 

<혼례와 상제례>┃엮은이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옮긴이 최인학, 김민지┃펴낸곳 채륜┃2013.08.30┃1만 7000원
 <혼례와 상제례>┃엮은이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옮긴이 최인학, 김민지┃펴낸곳 채륜┃2013.08.30┃1만 7000원
ⓒ 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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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그 당시 조선에서 치러지던 혼인과 상례만을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선에서 이어지고 있는 혼인과 상제례 역사는 추세까지를 분석하고 비교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결혼한 내용은 종류(일본인 신랑 한국인 신부, 한국인 신랑 일본인 신부, 데릴사위), 년별, 지역별, 직업별로 세분해 통계를 내고 분석을 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혼에 대해서만 통계를 내고 분석해서 기록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대해서도 원인별로 분석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선(한국)과 내지(일본)를 비교 분석하고 있어 참 치밀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전산 통계가 가능한 요즘에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통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녀 간에 혼담이 성립되면 여자의 집에서는 오두막을 세워 그것을 신랑의 집으로 하였다. 저녁 무렵에 신랑이 와서 여자와 동숙하는 것을 애원하면 처음으로 여자의 부모가 그것을 허락하지만, 동시에 신랑은 돈과 물품을 폐물로써 제공하는 것이 예의이다. 자식이 자라나 자라면 부인을 데리고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혼례와 상제례> 51쪽

실록에 의하면 태종(태종) 15년 춘정월, 예조가 복제(복제)의 제정을 위에 상소하여 "전조의 풍속에 남자가 여자의 집에 들어가면 자손이 어머니의 집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외가의 은혜를 중하게 생각하여 외조부나 처의 부모의 복상에 30일의 휴가를 주고 있다. 그러나 본조에도 그 습속을 그대로 사용하니 부모에 대한 도리에 어긋난다. 앞으로는 외조부모의 대공복(대공복)에는 20일의 휴가를 주고, 처의 부모의 소공복(소공복)에는 15일의 휴가를 준다."라고 하니 왕은 이것에 따랐다. -<혼례와 상제례> 103쪽

책에서는 혼인에 깃들어 있는 조선인들의 넋 뿌리조차 들여다보려는 듯 삼국시대 이전, 기자조선, 예, 삼한, 부여, 동옥저 등에서 치러지던 혼인에 대하여서도 짧게 짧게나마 기록하고 있습니다. 왕가의 결혼과 서민들의 결혼은 실록과 기록을 바탕으로 해 구분하여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일본인 학자)에서는 조선의 묘지 문제 또한 내지(일본)의 묘지 현황과 비교분석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묘지의 수와 면적, 묘지 수 및 면적 증가, 묘지에 관한 범죄와 소송에 관한 사항은 물론 풍수설까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책에 기록된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묘지 1개소의 평균면적은 조선이 일본에 비해 20배로 넓고, 조선의 인구는 내지(일본)에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나 묘지 면적은 3배에 해당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묘지 면적을 인구 1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내지(일본)는 1평인데 비해 조선은 약 9평으로 조선에서의 묘지가 일본인들의 묘지에 비해 무려 9배에 달한다는 것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조선의 혼례와 상제례를 연구한 진짜 목적은?

현재와 같은 소위 국가비상 시에 처하여서는 특히 이 제사라고 하는 것을 활약하게 해서 크게 지상의 완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내지도 일반에게는 아직 제사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점점 알려져서 우리의 실제생활과 제사의 관계가 점차 고려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더욱 제사의 의의를 널리 알리고, 지켜야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우리가 계획을 조금씩 세우고 있습니다. -<혼례와 상제례> 144쪽

일생통과의례로 치러지는 관혼상제 또한 시대에 따라 방법과 양상은 달라집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상청, 사람이 죽으면 탈상 때까지 차려지던 제상입니다.
 일생통과의례로 치러지는 관혼상제 또한 시대에 따라 방법과 양상은 달라집니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상청, 사람이 죽으면 탈상 때까지 차려지던 제상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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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학자들은 조선의 혼인과 상례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제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일본인 학자)들이 조선의 혼례와 상제례를 연구한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곳곳에서 감추지 않고 드려내고 있습니다.

조선사회에서는 목숨보다도 더 중시하던 조상숭배, 제례에 깃든 가치조차도 국가비상을 돌파하는 데 이용할 도구, 식민지화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데 악용할 자료로 개발하고 있다는 음흉함을 엿볼 수 있는 기록입니다.

그러함에도 이 책은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우리의 의례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나 연구자들에겐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자료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일본인 학자들이 어떠한 의도와 목적으로 기록을 했다고 하더라도 제 삼자의 눈에 비춰진 우리 의례에 관한 기록이며, 일본인들의 속내가 무엇이었음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의 역사적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혼례와 상제례>┃엮은이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옮긴이 최인학, 김민지┃펴낸곳 채륜┃2013.08.30┃1만 7000원



혼례와 상제례 - 조선총독부 기관지 <조선> 소재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엮음, 최인학.김민지 옮김, 채륜(2013)


태그:#혼례와 상제례,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최인학, #김민지, #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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