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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시청광장에서는 국정원 사망 선고 및 국정원 장례식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12일 오전 시청광장에서는 국정원 사망 선고 및 국정원 장례식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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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정원'의 죽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정원'의 죽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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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망하셨습니다. 지난달부터 국정원을 감시하면서 숨이 끊어졌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3일간 장례식을 치르려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축하해주세요."

상주의 목소리는 들떠 있고 얼굴은 웃고 있었다. 상복에도 웃는 얼굴이 그려진 스마일 배지가 곳곳에 달려있다. 머리에 쓴 두건에는 '근조 국정원^^'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으며, 빈소도 장례식장이 아닌 광장에 차려졌다. 절하는 대신 춤추며 조문하는 장례식, 일명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 선포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11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장례식을 기획한 겁 없는 주인공들은 바로 '국정원 국민감시단 (아래 감시단)'. 감시단 소속이자 서울 민권연대에서 활동하는 김수근(31), 박현탁(24), 김효준(32)씨는 상복을 갖춰 입고 스스로를 '국민상주'라고 소개했다. 감시단을 비롯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 10여 명이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는 국정원의 죽음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도 벌어졌다.

이들은 "국정원은 지난 대선 때 개입한 사실이 탄로나자 괴로워한 나머지 'RO표' 내란음모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면서 "그간 함께 한 정을 생각해 대신 장례식을 치러주려 한다"고 말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 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때부터, 국정원의 정치생명은 이미 끝났다는 설명이었다.

 집회신고 여부를 놓고 경찰과 주최 측 간 충돌을 빚기도 했다.
 집회신고 여부를 놓고 경찰과 주최 측 간 충돌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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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정원 감시단과 국가정보원의 인연(?)은 뿌리가 깊다. 감시단은 지난달 초 약 2주간 국정원 앞에서 파라솔을 치고 여름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관련 기사: '토막살인' 협박에도... "국정원 이 빵구똥구야!") 이들이 국정원에게 "정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시단의 단장인 김효준씨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증거가 명백한 만큼 확실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란음모 혐의 사건은 그야말로 혐의지만 국정원이 댓글을 통해 여론을 조작해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라며 "댓글 등 증거가 나온만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기획한 김수근씨 또한 "이번 장례식은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 환기를 하기 위한 상징적 행동일 뿐이지만, 국정원이 계속 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을 흔든다면 실제로도 없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광장에서는 서울시청 청원경찰과 남대문 경찰등 30여 명이 출동해 주최측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 측에서는 "집회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 집회"라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집회가 아닌 캠페인"이라며 맞섰고, 20여 분간 지속된 실랑이는 결국 주최 측이 인원을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신나는 국정원 장례식'은 오는 14일까지 3일간 치러질 예정이다. 장례식 조문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조문 축하객'들은 조의금 대신 '축의금'을 내게 된다. 이들은 "국정원 로고가 새겨진 제기차기와 팽이치기 등 추석맞이 민속놀이도 준비했다"며 "재미있는 활동들이 많으니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정원#장례식#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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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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