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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0.24㎢, 해안선 길이 4.2㎞의 아주 작은 섬 '백야도白也島'. 섬의 생김새가 백구(갈매기)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섬주민들이 떠나가고 있어서, 이제 이름 모를 새들과 소와 염소들이 섬의 주인인 곳이다. 백야도는 장산면 팽진리에 속한다. 1600년경 황씨가 처음으로 이주하여 정착하였고, 그 후손들이 섬을 지켜온 곳이다.

백야도 가는 길

마을로 가는 길  길 좌측에는 고기잡는 통발이 가득 널려 있다.
마을로 가는 길 길 좌측에는 고기잡는 통발이 가득 널려 있다. ⓒ 이재언

도회지 사람들에게 버스가 없으면 발이 묶이듯이 섬사람들에게는 배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배가 다니지 않으면 그 섬은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장산도 앞에 있는 백야도는 그동안 인구감소로 뱃길이 끊겨 불편을 겪었는데, 최근에 주민들의 숙원이 풀렸다.

2010년 7월 목포와 진도 조도를 오가는 158t급 '섬사랑 10호'(정원 100명)가 백야도를 들러 주민수송 임무를 시작했다. 백야도는 김 양식이 한창이던 1995년까지 '새마을 8호'가 기항하는 항로였지만, 그 뒤에 주민이 크게 줄면서 이용객 감소로 중단되었던 노선이었다. 이 배는 목포 오전 8시 30분에 출항해서 몇몇 섬을 들른 다음, 10시 20분 정도에 백야도에 도착한다.

바닷가의 우물  섬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물이다.
바닷가의 우물 섬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물이다. ⓒ 이재언

필자는 정기선이 취항한 사실을 모르고 개인 탐사선을 가지고 2012년에 봄에 백야도를 찾았다. 나름대로 지름길로 온답시고 섬 근처에 다가갔다가 섬주민의 핀잔을 듣고 말았다. 어장이 설치되어 먼 바다쪽으로 돌아서 와야 하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안쪽으로 오다가 "부표가 떠 있으면 돌아오든지 해야지" 하는 한 마디였다. 부표가 떠 있는 바다 속에는 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정치망들이 있는데, 그곳을 지나오다 배의 스크류라도 걸리면 낭패를 당하기에 섬주민으로서는 노여웠을 것이다.

22년 전쯤에도 부표 근방을 운항하다 혼이 난 적이 있었다. 청산도를 다녀오다가 소안도 부상리 앞바다에 쳐놓은 난장망 그물에 걸려서 어렵게 그물을 잘라내고 서행으로 노화도로 건너왔던 것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그물의 주인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물값으로 당시에 80만 원을 달라고 하여 60만 원을 물어준 일이 있다. 당시에는 거금이었다. 백야도에는 현재 3가구에 9명이 살고 있다.

목포항만청 관계자는 "섬사람의 손과 발의 역할을 하고자 뱃길중단 15년 만에 여객선을 투입했다"면서 "차량과 여객을 함께 실을 수 있는 여객선이 기항해 주민들의 생활이 훨씬 윤택해지게 됐다"고 한다.

외로운 섬생활

소를 키우는 아주머니의 집  마당에는 바다에서 채취한 해조류가 널려있다.
소를 키우는 아주머니의 집 마당에는 바다에서 채취한 해조류가 널려있다. ⓒ 이재언

백야도는 남쪽에 있는 섬 입구에 차도선을 대면 마을로 차도 들어올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잘 되어 있다. 그러나 선착장은 별달리 특별한 것이 없다. 마을 표지석 하나 없고 그렇다고 도로명 주소 표시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3, 4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면 마을 입구가 나온다. 주민등록 상에는 5가구가 살지만, 실제로는 3가구 5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빈 집들이며 10여 가구가 조금 넘는 집들이 양지 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를 중심으로 집과 밭이 나뉜다. 마을 어귀,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고사리가 널려 있다. 장독대와 생활도구 등이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긴다. 반면에, 그 뒤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허름한 폐가들이 보인다. 백야도에는 폐가가 절반 이상이나 된다. 너무 섬이 작다보니 신안군의 이주정책에 따라 이주하기 위해 나간 사람도 있다.

"전기가 들어오고 농토가 있으니 살 만한테, 교통도 불편하고 너무 외로워서 살지 못하겠어요. 이주비도 준다니까 이제 곧 나가 살아야지요."

60대 섬주민은 이 섬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어딘가 체념이 섞인 듯 들렸다. 이곳은 자기네 부부 말고 두 주민이 더 있다고 했다. 불편함보다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 하니, 역시 사람은 서로 모여서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야 하는 존재인 모양이다.

소들이 자적하는 섬

숲속에 갇힌 폐교 해수욕장 바로 위에 있는 분교 모습
숲속에 갇힌 폐교해수욕장 바로 위에 있는 분교 모습 ⓒ 이재언

방목된 살찐 소들  주인은 이 소들만 보면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방목된 살찐 소들 주인은 이 소들만 보면 골치가 아프다고 한다. ⓒ 이재언

북쪽으로 더 가면 언덕바지에 초소로 사용되었을 붉은 벽돌집이 있다. 섬의 최고 높이가 불과 50m에 불과하다. 이곳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 뒤로 길이 갈리는데, 직진하면 바다로 이어지는 길이다. 내리막길로 물에 잠긴 시멘트길. 이 길이 방파제 겸 경사제를 겸하고 있었다.

바른 쪽 길을 택하니, 산길이다. 초지가 펼쳐지는데 그런 대로 소를 방목하기에 별 문제가 없는 공간이다. 초지는 대부분 척박한 밭이라 잡초가 있는 공간은 별로 없다. 섬 전체면적 중 임야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그 다음이 밭이며 약간의 논이 자리하고 있다. 섬의 북쪽은 낮은 구릉지로 방목하기에 좋을 만한 지형이다. 밭과 밭 사이를 통과하며 북쪽으로 계속 가면 동쪽 지점 초지 가운데에 물을 가두어둔 저수지가 보인다.

소들의 양식 볏짚  소들은 키울수록 손해인데 비싼 사료가 가득하다.
소들의 양식 볏짚 소들은 키울수록 손해인데 비싼 사료가 가득하다. ⓒ 이재언

이 초지에는 일군의 소들이 제법 방목되고 있었다. 이곳에는 소들이 제법 많은 편이다. 학교 뒤로도 저수지가 하나 더 있었고, 그 주변에 흩어져 풀을 뜯는 소들이 한적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놀랐던 것은, 반대편 해안에 위치한 학교 운동장이었던 곳이 초지로 바뀌어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학교 부속건물이었던 건물들은 소의 움막으로 변해버렸다. 분교 건물 부근에 전기가 통하는 울타리를 장치해두었고, 그 안쪽으로 10마리 정도의 소가 한가로이 운동장 안 풀밭에서 자적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곳은 이제 소들의 놀이터가 되고 말았다. 그마나 교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앞에 있는 책 읽는 소녀상, 반공소녀 이승복 상만이 이곳이 예전에 학교였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학교정문은 모래밭 앞으로 나 있었다. 해변에 있는 아담한 학교였는데, 기막히게 아름다운 학교였는데…….

아담한 모래해변 해수욕장

아름다운 해수욕장  장산면의 유일한 해수욕장 전경
아름다운 해수욕장 장산면의 유일한 해수욕장 전경 ⓒ 이재언

소들의 학교가 돼버린 운동장을 한 바퀴 돈 후 바닷가로 나오면 모래밭. 이 섬에도 모래밭이 제법 많은 편이다. 모섬인 장산도에는 모래밭이 드물지만 이곳에는 네 곳의 모래밭이 있다. 북쪽 해안에 한 개, 동쪽 해안에 두 개 그리고 남쪽인 이곳에 한 개가 더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알려진 곳은 폐교와 가까이 있는 모래해안이다.

이곳은 장산면에서 가장 빼어난 해수욕장으로 치는 곳이라 여름 휴양지로서 안성맞춤이다. 한번쯤 여행해볼 만한 곳이라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최적의 위치, 아름다운 정경을 갖고 있는 폐교를 소들의 학교로 만들 것이 아니라, 폐교를 야영지나 숙박할 수 있는 관광지 또는 체험학습장 등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이곳 해수욕장의 모래해변을 따라 계속 산책하면, 모래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갯바위 해변이 나타난다. 낚시하기 좋은 곳이다. 농어, 돔 낚시가 잘되어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백야도 관련 정보
 - 지리적 개요
백야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장산면에 딸린 섬으로 동경 126°11′, 북위 34°36′에 위치하며 면적 0.24㎢, 해안선 길이 4.2㎞, 인구는 22명(2001년)이다.
목포와의 거리는 33.4km, 장산도 0,8km 이다.

- 지명유래
섬의 생김새가 백구(갈매기) 같다 하여 백야도, 새우가 많이 잡힌다 하여 백야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온다.

- 특산물
굴, 낙지, 새우 등이다.

- 백야도 가는 길
목포 오전 8시 30분 출항, 10시 20분에 백야도에 도착한다.
목포 오후 3시에 출항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1년 동안 한반도의 유인도 446개를 배타고 두 번 순회하였다. 이 글은 전남일보에도 연재됩니다.



#백야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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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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