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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추석전 장날 풍경
 충남 예산 추석전 장날 풍경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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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일교차가 심해서 아침에는 쌀쌀한데 낮에는 늦여름 날씨를 방불케 하는 계절입니다. 15일, 추석을 4일 앞두고 추석 대목장인 예산 오일장이 열렸습니다. 충남의 전통 재래시장인 예산 오일장에는 예산지역에서 생산한 각종 과일과 채소 등 추석 차례상에 올라갈 농산물들이 선보여 가을의 풍요로움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추석장에 나온 밤, 대추, 단호박
 추석장에 나온 밤, 대추,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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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충분한 일조량과 적당히 내린 비로 밤, 대추, 사과가 풍년이라고 하네요. 올해는 고추도 풍년이라 마른고추 한 근에 8000원에서 1만 원으로 거래되었습니다. 어떤 손님은 마른고추를 시장에서 구입한 후에 시장 한모퉁이에 앉아서 손질을 한 다음 시장 내에 있는 고추방앗간에서 직접 고춧가루로 빻아 갑니다. 고춧값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서 해마다 가을에 고추 사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이 외에도 토종 마늘도 연중 판매합니다.

"예산사과 맛 좀 보고 가세요."

올해는 다행히 태풍이 없는 바람에 낙과한 과일이 없어서 과일도 풍년이라고 합니다. 사과가 작년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거래되네요. 꿀이 꼭꼭 박힌 예산 사과 맛보고 가라고 합니다. 예산 오일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덤으로 주는 인심에 한 번 놀라고 구수하게 오가는 입담에 또 한 번 놀랍니다. 서민의 잔잔한 정이 서린 재래시장의 멋과 운치에 반하게 된답니다.

예산국수 만드는 집
 예산국수 만드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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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별미 쫄깃쫄깃한 예산국수를 직접 만들어 말리는 진풍경도 보게 됩니다. 예산에는 60년 전통 예산국수집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더러 있습니다.

살아있는 꽃게
 살아있는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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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서해가 가까워 각종 신선한 해산물도 있어요. 맛있는 꽃게장으로 밥도둑이 될 싱싱한 살아 있는 꽃게가 1만5천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집게발을 퍼덕이는 꽃게를 담는 아주머니, 저울도 넉넉히 인심 후하게 줍니다.

집에서 만든 도토리묵, 손두부 파는 아주머니가 손님에게 줄 잔돈을 세는 손길이 바쁩니다. 환절기에 입맛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이번 추석에는 손두부 넉넉히 으깨 넣은 김치만두를 만들어드릴까 합니다.

추석 때 손녀에게 줄 양말을 고르는 아주머니를 보니, 어린 시절 1970년대에 할머니께서 매년 추석이면 양말을 장에서 사다가 몰래 장롱 속에 감춰 놓고 추석날 아침에 새 양말 한 켤레씩을 손녀들에게 나누어 주던 일이 생각납니다. 가슴이 시큰해지며 할머니가 보고 싶네요.

추석장에는 밤, 대추, 햇땅콩, 잡곡 ,들기름이 있고, 아주머니가 손님을 기다리며 손수 껍질을 벗겨 다듬은 쪽파도 있어요. 예산 오일장에는 집에서 수확한 먹거리들을 장에 갖고 나와서 파는 사람들도 더러 보입니다.

장날이면 생활용품을 팔러 다니는 아저씨의 작은 수레에는 바늘, 고무줄, 실타래 등 없을 것은 없고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저도 늘어진 일복 바지 고무줄도 수선할 겸 고무줄을 한 다발 사봅니다.

예산추석장날 풍경
 예산추석장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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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가 귀찮아지고 자신감을 잃을 때 재래시장을 가보면 부지런히 사는 시장 사람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연로한 노인들이 하루에 두 번 마을에 들어가는 버스를 타고 작은 보따리를 이고 나와 노상에 앉아 팔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겸손해집니다.

서민들의 애환과 덤이 오가는 곳, 훈훈한 인심이 묻어나는 예산 오일장 한 바퀴를 돌고 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옛 고향을 다녀온 듯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족발과 순대를 파는 곳에는 오랜만에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에 회포를 풀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객들도 보이고, 오후를 넘기는 시간에 50년 전통 소머리 장터국밥집에는 손님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예산시장에는 도라지, 수세미, 단호박 등 올해 수확한 농산물이 가득합니다. 각종 산야초와 약재도 구할 수가 있어요. 시장을 한 바퀴 돌아 고추 방앗간에 가기 전까지 길에는, 재래시장의 상인이 아닌 예산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 앉아 있습니다.

이분들은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집에서 농사지은 농산물을 갖고 나온다고 하네요. 작은 손수레를 갖고 있고 물건은 조금씩 앞에 놓고 있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도 계시는데요, 쪽파, 도라지 등을 손수 다듬어서 팝니다.

지역농산물을 파는 할머니
 지역농산물을 파는 할머니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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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릇에 담아 놓고 파는 지역농가들의 햇땅콩, 도라지, 고구마, 호박들과 채소가 있습니다. 저도 귀촌하여 이곳에 살면서 충남 예산 여인들의 억척스러움과 부지런함에 놀라곤 합니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집안 농사일 하고도 아침 먹고 이웃 농장이나 회사에 일하러 가고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집안 농사일을 한답니다.

명절을 앞두고 농산물을 이렇게 가져와서 노상에 앉아서 파는 이곳 사람들을 보면 참 존경 스럽고, 먹거리를 귀중히 여기고 나눔 하는 이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됩니다. 이곳에 살면 덩달아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부자가 됩니다. 예산 오일장에는 이 지역 농산물 외에도 서산마늘, 서해의 해산물과 공주 밤도 있습니다. 오늘 공주밤 5kg에 1만 원, 마른고추 한 근에 8천 원씩 10근 샀습니다.


태그:#예산추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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