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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둥둥섬 2섬에서는 10월 6일까지 한강의 다리를 담은 사진진이 열리고 있다.
 세빛둥둥섬 2섬에서는 10월 6일까지 한강의 다리를 담은 사진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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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한강의 오리알', '세금둥둥섬'….

한강 세빛둥둥섬을 일컫는 이름은 여럿이다. 그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는 이야기다.

"한강에 뭔가 있었으면…. 시민들도 외국인들도 한강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것 말야. 그래, 물에 둥둥 떠 있는 섬을 만들면 어떨까?"

2006년 11월 시민 김은성씨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서울시민 아이디어뱅크인 '천만상상 오아시스'에 '물에 둥둥 떠 있는 섬'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김은성씨가 제안한 아이디어는 그 해 11월 21일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 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떠다니는 섬 조성 추진 지시'를 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바뀐 2007년 6월 28일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추진상황 보고회의(10차)에서 재차 '떠다니는 섬' 조성을 지시하면서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상징이 되었다. 사업타당성 조사와 사업협약 체결 등의 절차를 거친 다음 2009년 9월 30일 세빛둥둥섬 조성을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2011년 5월 21일 세빛둥둥섬은 전망공간 개장식과 함께 서울시민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세빛둥둥섬 운영정상화 합의서 체결

한강둔치와 섬을 연결하는 도교가 지난 8월 완공되었다. 1섬에서는 60~70년대 한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강둔치와 섬을 연결하는 도교가 지난 8월 완공되었다. 1섬에서는 60~70년대 한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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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플로팅 건축물', '색다른 수변문화 체험', '새롭게 한강을 조망' 등의 미사여구와 함께 개장식을 한 세빛둥둥섬은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동반했다. 2011년 6월 2일 모피패션쇼를 개최하면서 시민적인 반대에 직면했고, 운영사인 CR101이 부도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그 해 홍수가 나면서 둔치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도교)가 파손되어 세빛둥둥섬은 개장식은 했으나 개장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세빛둥둥섬은 급하게 한강 둔치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도교) 보강공사에 들어가 2011년 9월 30일 공식 완공을 선포한다. 그러나 이때의 완공은 말로만의 완공이었을 뿐, 고정식으로 설치된 다리(도교)에 대한 국토부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 사이 서울시와 감사원의 감사가 실시되었고, 시민단체들의 오세훈 시장에 대한 구상권 청구 운동이 벌어졌다. 특히 올 2월에는 대한변협 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가 세빛둥둥섬 조성 사업을 대표적인 세금·재정 낭비 사례로 지목하고 오세훈 전 시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까지 했다.

적지 않은 논란 속에서 올 봄 세빛둥둥섬을 잇는 도교 공사가 재개되어 지난 8월 완공되었다. 도교가 완공되면서 세빛둥둥섬의 운영정상화 논의가 힘을 얻은 결과 9월 12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세빛둥둥섬 시행사인 (주)플로섬의 최대 출자사인 효성그룹의 이상운 대표이사가 '세빛둥둥섬 운영 정상화 합의서'에 서명하기에 이른다.

서울시와 (주)플로섬의 운영정상화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주)플로섬의 무상사용 기간이 30년에서 20년으로 주는 대신 (주)플로섬이 무상사용 기간이 끝난 다음 10년 동안 유상으로 세빛둥둥섬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완공 이후 2년 동안 운영이 지연됨에 따라 서울시가 (주)플로섬에 부과키로 했던 지체보상금 92억 원은 섬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전액 재투자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주)플로섬의 이번 합의는 완공된 건물을 방치해 둘 수만은 없다는 현실인식과 민간자본에 대한 특혜를 줄이고 공유수면인 한강의 공공성을 살리자는 문제의식이 절충된 결과물이다.

조중동의 악의적인 합의 보도

1섬 전시장에서 시민들이 한강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1섬 전시장에서 시민들이 한강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 전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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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주)플로섬의 운영정상화 합의를 전후하여 조중동은 하나같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공격을 날을 세웠다. 이들 신문은 그동안 세빛둥둥섬이 표류한 주된 원인이 박원순 시장의 몽니 부리기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도하였다.

"박원순 시장 임기 개시 후 특별감사 결과 규정 위반, 특혜 등 각종 절차적 시비가 불거지면서 한강의 애물단지가 됐다."(<조선일보> 9월 5일자, '애물단지 세빛둥둥섬, 보물단지 되나')

"박원순 현 시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전임 시장 지우기' 논란이 그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 대부분을 중지시켰다. 사업성과 추진 과정을 꼼꼼히 살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이유였다. 세빛둥둥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서울시에선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결론 내렸다."(<중앙일보> 9월 16일자, 세빛둥둥섬의 잃어버린 2년)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 특별감사에 착수해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낙인찍었다. 미운털이 박히자 구조물은 2년 4개월간 방치돼 도시의 흉물로 변해 갔다."(<동아일보> 9월 14일자 기사 '세빛둥둥섬의 부활')

조중동은 하나 같이 박원순 시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시가 2012년 1월부터 5월 사이 실시한 세빛둥둥섬 특별감사를 문제 삼는다. 이때 실시된 서울시의 특별감사는 '전임 시장 지우기' 일환이 아니라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 의혹' 때문이었다. 세빛둥둥섬의 특별감사를 실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1년 12월 한강사업본부가 (주)플로섬과 두 번째 협약변경을 통해 무상사용 기간을 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해 주고, 총투자비를 964억 원에서 1390억 원으로 증액했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런데도 조중동은 전후 맥락은 살피지 않고 세빛둥둥섬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기사를 쓴 것이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전임 시장의 업적 지우기를 하다가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지지 어쩔 수 없이 합의에 나섰다'는 식의 이들 신문의 보도는 무책임하고도 악의적이다.

세빛둥둥섬 정상화, 장마와 접근성의 악재 넘어야 가능

잠수교 남단의 버스 정류장. 현재 시내버스 노선은 1개 뿐이다.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면 더많은 버스노선이 신설되어야 할 것이다.
 잠수교 남단의 버스 정류장. 현재 시내버스 노선은 1개 뿐이다.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려면 더많은 버스노선이 신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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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정상화 합의서와 함께 9월 13일부터 10월 6일까지 세빛둥둥섬이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한강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의 한강사진전이 1섬과 2섬에서 열리고 있다. 100여 점이 전시된 이번 사진전은 1섬에서는 60~70년대의 옛사진이 전시되고 있고, 2섬에서는 현재 한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한강사진전을 관람하기 위해 지난 주말(9월 14일) 찾은 세빛둥둥섬은 한산했다. 아쉽게도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은 1섬과 2섬 1층 전시실에 불과했고, 3섬과 미디어아트 갤러리는 여전히 접근 불허였다. 현장 관계자에게 앞으로 계속 개방될 것이냐고 물으니 전시회 이후에는 어찌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었다.

이날 세빛둥둥섬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세빛둥둥섬이 애물단지의 오명을 벗기가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세빛둥둥섬이 정상화되려면 가장 먼저 운영사가 선정되어야 한다. 운영사를 선정하려면 경제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가 간단치가 않다. 운영정상화를 위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두 가지의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에 따른 것이고, 둘째는 접근성의 문제다.

먼저 장마, 태풍 등 자연재해의 문제를 살펴보자. 세빛둥둥섬이 위치한 반포지구는 한강의 둔치 중 가장 낮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장마철이나 태풍 등의 홍수가 나면 한강 둔치 중 가장 먼저 물에 잠긴다. 이럴 경우 세빛둥둥섬의 운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점점 장마가 길어지고 있는 추세이고, 국지성 집중호우도 빈발하여 한강 수위가 급격하게 불어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장마철인 6월 말에서 7월까지 세빛둥둥섬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세빛둥둥섬에 접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승용차가 없는 경우 세빛둥둥섬으로 가는 길은 꽤나 멀다. 잠수교를 지나는 버스 노선은 740번 하나밖에 없다.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고속버스터미널역이나 반포역에서 내려 3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장마 등의 자연재해로 1년에 한 달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고, 접근성 마저 떨어지니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를 할 경우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세빛둥둥섬에 고급 레스토랑이나 고급 요트 선착장, 호화 결혼식장, 나이트클럽을 개설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이럴 경우 시민이 누리고 이용해야 할 공유수면인 한강과 시민들의 혈세로 만든 시설물을 부유층 일부만을 이용하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사정 때문에 세빛둥둥섬의 정상화는 낙관하기 어렵다. 그래서 박원순 시장이 9월 12일 운영정상화 합의 때 말한 "세빛둥둥섬이 수상 스포츠와 레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대표적 문화관광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이 실현되려면 보다 전향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태그:#세빛둥둥섬, #박원순 시장, #(주)플로섬, #한강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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