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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김충환 전 의원과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이 정립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며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건네주고 있다.
▲ 홍보물 돌리는 '친일·독재미화' 논란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김충환 전 의원과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이 정립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며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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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전날인 17일 오후 3시, 서울역 귀성객들의 손에 들린 '바른역사'라는 유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 여럿과 일부 중년 남성들이 서울역 입구에서 이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유인물엔 최근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아래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향인 대구행 기차를 타려던 김보민(27)씨는 이 유인물을 받아보더니 곧바로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김씨는 "바른역사라 적혀있어 유인물을 받았는데 바르지 않는 내용이 담겨 있어 화가났다"며 유인물을 버린 이유를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은 역사전공자가 아닌 내가 봐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러한 내용으로 배운 청소년들은 객관적인 역사인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 교과서의 저자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바른역사국민연합'이라는 단체가 17일 오후 3시 서울역 입구에서 "교과서 왜곡의 진실"이란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했다.

'바른역사'라는 제목 아래 A4용지 크기의 신문형태(4면)로 된 이 유인물엔 이명희 교수가 "역사교과서 전쟁이 시작됐다"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 형식의 글이 실렸다. 유인물 사이엔 "교학사 교과서는 종북세력이 살해, 방화 협박을 퍼붓고 있는 명품교과서"라고 적힌 속지도 들어 있었다.

이날 유인물을 직접 배포한 이 교수는 "이번 역사교과서 문제가 교과서를 쓴 몇몇 학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문제"라며 "충고와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모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객관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8개 문제 수정?...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안 만들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바른역사국민연합 창립 준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바른역사국민연합 "교학사 교과서는 명품 교과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바른역사국민연합 창립 준비위원회 회원들과 함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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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앞에 선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를 공격하는 진영에서 지적하는 298개 문제를 면밀히 교과서에 수정·반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7일 교육부의 수정·보완 방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학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에서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이자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다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수정 대신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거론했다.

권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298개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단체 중 '백년전쟁'이라는 동영상을 만든 민족문제 연구소가 있다"며 "그런 지적을 수용할 생각은 없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교과서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과서 필진은 민중사학을 주장하는 한국 국사학계에 속하는 사람들이다"며 "현행 교과서가 현대사 부분에서 노골적으로, 은밀하게 친북·친소·친공산주의·반미·반일·반자유민주주의적 역사의식에 바탕해 서술됐다"고 주장했다.

유인물 10만여 장 인쇄, 18일 오전까지 배포

오응환 바른역사국민연대 조직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서울역 근처 3곳에서 100여 명의 인원이 유인물 배포에 나섰다. 인쇄된 유인물은 총 10만여 장이다. 배포는 다음날인 18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배포된 유인물 1면엔 "오늘부터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시작", "올해 추석에는 보름달 볼 수 있을 듯"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막 유인물을 받아봤을 땐 교학서 교과서와 관련된 유인물이란 것을 알기 어려운 내용이다.

유인물을 펼치자 비로소 교학사 교과서 관련 내용이 나온다. 2면에는 김춘규 바른역사국민연합 상임대표의 말이, 3면에는 이명희 교수의 말과 함께 교학사 교과서와 'C출판사'라고 쓴 타 출판사와의 비교표가 담겨 있다. 마지막 4면엔 27일 예정된 바른역사국민연합의 창립총회 안내문이 광고 형태로 실려 있다.

유인물 통해 김 상임대표는 "좌편향 역사교육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우리 아이들과 이미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알고 있는 세대들에게 진실된 역사를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기존 교과서를 보면 박정희 정부의 안 좋은 점만을 기술하고 당시 북한 주도의 사건들은 아예 기술하지 않거나 축소하여 역사적 사실이 왜곡될 소지가 있다"며 "해방 이후와 박정희 정부 시절에 남북한의 체제 경쟁에 대해 경제적 관점을 포함하여 단순 사상경쟁 관점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에는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를 "기본적으로 체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발동한 조치(326쪽)"라고 평가한 내용이 담겨 있어 독재 정권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역사 바로잡자" 기자회견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왼쪽)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김충환 전 의원과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이 정립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며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건네주고 있다.
▲ 홍보물 돌리는 '친일·독재미화' 논란 교학사 교과서 저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교수(왼쪽)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김충환 전 의원과 함께 "올바른 역사교육이 정립되기 위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져다 달라"며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객들에게 홍보물을 건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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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역사국민연대는 이날 유인물 배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역사 바로잡자"고 외치기도 했다.

이들은 '역사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최근 들어 대한민국에는 사상과 이념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역사교과서 문제가 이슈화 됐고, 이에 올바른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목적으로 바른역사국민연합을 창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난 60여년 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했고, 교육과 문화의 수준을 한껏 끌어 올린 현대사를 갖게 됐다"며 "그런데 우리 역사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좌파 역사학자들은 7, 80년대 이후 '3민 운동'의 일환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보급했고 이런 내용으로 80년대 대학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의식화 교육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태그:#교학사, #한국사, #이명희, #권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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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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