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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추석선물.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추석 선물로 잣, 찹쌀, 육표로 구성된 세트를 사회 각계각층 9000여명에게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추석선물.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추석 선물로 잣, 찹쌀, 육표로 구성된 세트를 사회 각계각층 9000여명에게 보냈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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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명절이 돌아오면 대통령은 사회 각계 인사들에게 보낼 선물 준비에 공을 들인다. 너무 비싸도, 너무 값어치가 없어 보여도 안되고, 선물에 당시 정치·사회 상황에 맞는 의미까지 담아야하기 때문에 청와대는 선물을 최종 낙점하기까지 심사숙고를 거듭한다.

군사정권 시절만해도 명절 선물은 '떡값'으로 불리는 거액의 현금이 대세였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역대 대통령들은 명절 선물에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의미를 담아 전국 각 지역의 특산품을 고루 섞어 구성한 선물세트를 주로 보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한 이번 추석 선물로 잣, 찹쌀, 육표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보냈다. 잣은 경기 가평산이고 육포는 전남 장흥산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의 특산품인 유가찹쌀이 포함된 게 눈에 띈다. 불교계 인사들에게는 육포 대신 호두를 넣었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는 외국어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학학습기를 보냈다.

선물을 받는 대상자는 9000여 명으로 제2연평해전·천안함·연평도 포격 희생자 유가족 등이 포함됐다.

추석 선물 놓고 충돌한 여당 대표와 청와대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시대상황과 대통령의 정치절학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띄었다. 역대 대통령 중 명절 선물과 관련해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 취임 첫 해였던 2003년 추석 선물을 놓고 여당 대표와 청와대가 정면충돌했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보내기를 낡은 정치문화로 봤던 노 대통령을 당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공개 비판한 것이다. 정 대표는 "선물은 한국문화인데 노 대통령은 전혀 선물이 없어  자칫 정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지리산 복분자주와 경남 합천의 한과를 한묶음으로 한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호남과 영남 특산품을 합친 국민통합형 선물"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이후 노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지역 특산 민속주에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고루 배치하는 '지역화합형'이 대세를 이뤘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명절 선물과 관련해 몇 차례 구설에 올랐다. 2008년 추석에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의 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를 선물로 보냈는데, 황태가 러시아산이라 논란이 일었다. 황태 덕장은 강원도 인제였지만 원재료가 러시아산이었던 것이다.

또 황태·멸치가 담긴 선물세트를 불교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불상사'가 생길 뻔하기도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불교계에 보낼 선물은 차·다기 세트로 교체됐다. 명절 선물에 술을 배제하는 것도 기독교인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특징이었다.

'노태우 떡값'은 고스톱 판돈으로 둔갑

민주화 이후 대통령의 선물은 지역 특산품 등 소박해지고 선물을 받는 대상도 사회 각계각층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군사독재 정권 시절 대통령의 선물은 품목도 잘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물을 보내는 대상도 관리가 필요한 대통령의 측근과 사회 저명인사들에게만 보내져 대통령의 명절 선물을 받는 것 자체가 특권으로 인식됐다.

군사정권 시절의 대통령 선물 내역을 공개한 것은 2003년 당시 정대철 민주당 대표였다. 정 대표는 역대 대통령의 선물과 비교하면서 추석 선물을 꺼려하던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봉황문양이 새겨진 인삼과 수삼, 전두환 전 대통령 역시 봉황문양이 새겨진 인삼,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0만~200만원을 돌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물은 부친이 잡아올린 멸치였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이 여당 국회의원에게 귀향활동비 명목으로 보낸 현금을 놓고 일부 의원들은 너무 적다며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몇몇 의원들은 아예 '한사람에게 몰아주자'며 의원회관 내에서 대통령의 떡값을 판돈으로 고스톱을 쳐 비난을 샀다.

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물에 대해서는 "시시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로 보냈던 선물은 김과 한과였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당시 정 대표의 발언에 '그럼 노태우 정권 시절처럼 떡값을 바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 선물 가격은 4만원 선... 지자체 경쟁 치열

대통령 선물의 선정과 배송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총괄한다. 현지 직거래나 농협을 통해 지역 특산품을 조달한다. 가격은 4만~5만원 선이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로 선정되면 제품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지자체들이 홍보효과를 위해서 사전에 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다른 제품으로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한 지역 언론에 한 지자체의 제품이 대통령 선물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결국 그 제품은 제외됐다. 또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선물에 선정됐다는 점을 이용한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또 선물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소외감을 고려해 선물 대상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태그:#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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