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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이 IFEA에서 주관하는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시상식,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 기자말

지구상 작은 마을 화천이 세계 축제도시로 선정됐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정갑철 화천군수.
 지구상 작은 마을 화천이 세계 축제도시로 선정됐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정갑철 화천군수.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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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EA의 58년 역사상 2만5천명의 인구를 보유한 도시가 '세계 축제도시'에 선정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9월16일 정오(한국시간 17일 오전 2시), 미국 피츠버그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2013세계 축제도시 선정' 행사에서 IFEA(세계축제협회) 스티븐 우드 슈메이더 회장은 대한민국 강원도 화천군이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되었음을 발표했다. 참석한 1천여명의 관객들은 수상을 위해 연단에 올라선 화천군수(정갑철)를 향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2만5천명의 주민이 사는 지구촌 작은 마을 화천이 세계의 글로벌 도시들과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반, 놀라움 반의 표현인 듯 했다.  

수상의 영광을 안은 시드니(호주)시를 비롯한 오타와(캐나다), 니스(프랑스), 살바도르(브라질), 로토루와(뉴질랜드), 보스톤(미국)시의 관계자들은 앞 다투어 정갑철 화천군수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세계축제도시 선정. 58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다.
 세계축제도시 선정. 58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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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축제도시 선정은 매년 9월 IFEA에서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축제의 지역발전 기여도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 ▲인근 도시에 미치는 영향 등 50여개의 항목에 대해 위원들의 엄격한 심사에 의해 결정된다. 화천의 경우 2003년부터 추진해온 산천어축제, 쪽배축제, 토마토축제의 수직적인 인기도 상승, 지역경제 유발효과 등 관광객들의 만족도를 크게 인정했다는 평가다.

특히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4년 연속 최우수축제로 지정하는 등 2012년 CNN에서 '세계7대 불가사의'로 선정했다. 또 중국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 삿포르 눈축제, 케나다 퀘백 윈터카니발과 더불어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등극하면서 일약 국제적 축제로 발전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축제도시로의 선정 배경은?

IFEA(세계축제협회) 스티븐 우드 슈메이더 회장은 화천에서 조성한 평화의 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IFEA(세계축제협회) 스티븐 우드 슈메이더 회장은 화천에서 조성한 평화의 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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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의 면적은 909㎢. 서울(606㎢)의 면적보다 1.5배나 넓다.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 물 6%, 농경지 또한 6%에 불과하다. 인구는 6만 명. 이 중 군인 3만5천명을 빼면 주민 수는 고작 2만5천명이다. 화천으로의 진입로 또한 전국적으로 유일무이하게 2차선 국도나 지방도가 전부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도 없다. (적은 농지이기 때문에)농업으로 승부를 할 수 있는 여건도 못된다.

"축제를 열자. 지역을 알리는 효과 외에 축제를 산업화로 연계해 나간다면 가능성은 있다."

2002년 제35대 화천군수로 당선된 정갑철씨는 청정을 매개로한 축제를 구상했다. 그때에 만들어진 축제가 지금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산천어축제와 여름철 대표축제인 쪽배축제, 토마토 축제이다.

화천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 산천어는 바닷가와 인접한 강원도 양양이나 인제 등지의 깊은 계곡에 산다. 그런데 전국의 많은 사람들은 화천하면 산천어를 떠올린다.

산천어축제장 항공촬영 모습.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산천어 낚시를 즐긴다.
 산천어축제장 항공촬영 모습. 수만 명의 사람들이 산천어 낚시를 즐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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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고등어가 삽니까. 그런데 안동 간고등어가 유명하잖아요."

브랜드가 중요하다. 화천은 군사지역이다. 개발을 할라치면 북한강 최상류에 위치했다는 이유와 군사시설, 하천보호구역이란 이유로 크게 제약을 받았다. 주민들은 불만도 많았다. 중앙정부에 건의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보존된 것이 자원이 됐다.

청정을 자원화 할 뭔가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해 탄생한 것이 산천어축제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축제. 11년째 접어든 지금 축제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천500억 원에 이른다. 순수하게 축제장에서 팔리는 농산물만 10억 원이 넘는다. 6%밖에 되지 않은 소규모 농가들은 이젠 실리적인 농법을 계획한다.

과거 육로가 없던 시절 화천사람들이 쪽배에 장작을 싣고 수백리길 한양 마포나루까지 나가 소금이나 옷가지 등을 바꾸어 오곤 했다. 여기에 접목해 여름철 대도시 피서객들을 강과 계곡으로 유혹하는데 중점을 두고 만든 것이 쪽배축제이다.

매년 8월이면 '하늘 가르기'도 만들고 '강수영장', '수상바이크', '레저카약' 등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처음 축제를 열었을 땐 축제기간 10여 일 동안 고작 몇 천 명이 모이는데 불과했다.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산천어가 사는 동네,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임을 내세웠다. 매년 8월이면 10만여 명의 알뜰 피서객들이 화천을 찾는다.

쪽배축제는 화천의 여름철 대표 축제이다.
 쪽배축제는 화천의 여름철 대표 축제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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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미시피강, 나일강, 황화강 등지의 지자체 관계자를 초청, 북한강을 중심으로 한 '강문화 세계포럼'을 열었다. 북한강에 녹아있는 화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참여한 나라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상호발전 방안을 만들었다. 매년 세계 강문화 포럼은 화천에서 열린다.

화천 토마토축제 황금반지 찾기 행사 장면
 화천 토마토축제 황금반지 찾기 행사 장면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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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축제는 시작부터 갈등이 있었다. "그 시기면 한창 일이 바쁠 텐데 '우리 더러 일을 하지 말고 축제장에 나오라고?'" 80여호의 토마토 재배농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림으로 그 효과가 더 클 거다'라는 말에도 농민들은 시큰둥 했다. 어쨌든 축제를 열었다. 2003년 당시 축제라는 말은 산골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단어다.

관광객들 간의 토마토 전쟁. 스페인 뷰놀을 모델로 삼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토마토를 던졌다. 행인들은 화를 냈다. 문화적인 차이라 여겼다. 토마토에 금반지를 넣어 뿌렸다. 예감은 적중했다.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성공을 거둔 거다. 축제기간 이틀 동안 무려 1억5천억 원의 토마토가 팔렸다. 스페인 뷰놀에 버금가는 축제로 평가 받기 시작했다.

세계 축제도시 선정, 정갑철 화천군수와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에게 물었다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 배재대 정강환 교수(왼쪽), 정갑철 화천군수(오른쪽)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 배재대 정강환 교수(왼쪽), 정갑철 화천군수(오른쪽)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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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축제도시 선정됐다. 소감을 말해 달라.
"3선 군수 마지막까지 이제 9개월 정도 남았다. 아쉽지만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 왔던 사업 마무리에 주력해왔다. 소감이라면 취임 초 축제 발전을 위해 축제를 시작하고 이렇게 뜻 깊고 멋지게 마감을 할 수 있다는 게 감회가 남다르다."

- 많은 사람들이 세계축제도시 선정에 관심이 많을 듯하다. 그 성공의 비결을 말해 달라.
"축제는 자치단체장의 공적이 아니다. 많은 지자체장들은 성과를 의식해 축제를 만들어 낸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수천 개의 축제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연속성이 결여된 축제도 많다. 처음부터 지역산업과의 연계성을 두고 축제를 기획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이번 수상, 나름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보나.
"차이점은 있다. 다른 나라는 철저하게 시민들의 참여를 우선시 한다. 축제를 위한 재단도 주민들이 만든다. 자립도의 문제겠지만 우린 상당부분 중앙정부에 의존적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축제가 필요하다. 물론 행정의 측면지원은 필요하다. 단지 측면 지원일 뿐이다."

- 이번 축제평가항목을 보면 지역 산업화와 연계된 부분이 많다.
"축제는 단기성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인기 연예인을 동원해 관광객들을 유입하는 축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축제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지자체장은 임기기간 자신의 평가를 위한 축제를 만드는 게 문제다. 그러다보니 관광객 숫자도 멋대로 부풀린다. 산천어축제는 (화천에 산천어가 살지 않지만) 우리 지역이 전국 최고의 청정지역임을 알리기 위해 도입한 콘셉트다. 청정을 배경으로 적은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비싸게 팔리길 바랐다.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산천어 생산기반 구축도 지역주민들의 소득과 연계해 나갈 계획이다."

- 이번 세계축제도시 선정에 배재대학교 교수인 정강환 위원의 역할이 컸다고 들었다.
"(정 교수는) 산천어축제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조언과 발전 방안을 제시해 준 사람이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정 교수가 했다. (화천군의) 이번 세계축제도시 선정에 정 교수의 역할이 컸다."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 정강한 배재대 교수

- 화천의 축제도시 선정, 한국의 위상에 놀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대단했다. 그들은 겨울상품을 들고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쳤다. 그러나 체계적인 홍보가 아닌 자신들의 주장에 불과했다.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인지 그들은 축제의 세계화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삿포르 눈 축제 관계자도 참여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아마 매년 바뀌는 위원회 구성원 등 또 영어표현의 한계 때문인 듯 보여졌다. 한국은 다르다. 특히 화천은 (물론 CNN 보도의 영향도 있겠지만) 세계인들이 주목했다.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는 말이다."

- 화천의 세계축제도시로 선정, 중앙정부의 지원은 없었다는 생각이다.
"한류 글로벌화. 중앙정부는 영화나 연극 쪽에서만 관심을 갖는 추세다. 지역별 축제를 이용한 해외 마케팅에 인색한 면이 있다. 한국적인 것은 다수의 지역축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 매년 IFEA에서 이와 같은 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의 의의는 무엇인가.
"브릿지(다리)다. 많은 다른 나라와의 소통이다. 세계축제협회는 그 역할을 하는 게 주 목적이다. 지구상에 산재한 축제를 묶어 민간차원의 소통과 교류 역할을 한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우리만의 구호였다. 다른 나라의 참여를 유도하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동참할 때 상호 문화를 교류 할수 있는 것 아니겠나."

- IFEA 스티븐 우드 슈메이더 회장이 내년 화천 산천어축제 방문을 희망한다고 들었다.
"(내년 1월) 그 시기엔 두바이 쇼핑축제를 관람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내게 일정을 단축해 산천어축제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작은 도시가 축제도시로 선정된 것에 대한 특별한 관심 때문으로 보인다."

- 마지막으로 화천의 축제도시 선정으로 인한 효과는 어떻게 분석할 수 있겠나.
"먼저 화천군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거다. 또 IFEA에 등록이 되었다는 것도 큰 성과다. 국제 마케팅도 한결 수월해졌다.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화천을 기억한다는 것 또한 매우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IFEA, #세계축제도시, #화천군, #정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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