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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사랑재에서 만나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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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이 열렸지만 출구 찾기에 실패한 대치 정국이 추석 연휴 이후 2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나 여야 모두 대치 정국을 해소할 뚜렷한 카드가 없어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민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로 맞불을 놨다.

강경한 청와대, 보조 맞추는 새누리당

3자회담 결렬 이후 청와대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야당과의 직접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정무라인의 대야 접촉도 모두 끊긴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야당에서 장외투쟁을 고집하면서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 "야당이 대통령을 상대로 정책이나 현안을 끌고 나아가려는 모습에서 벗어나 국회로 돌아와 여당과 모든 것을 논의하기 바란다"는 강경한 발언들로 야당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대야 관계의 가이드 라인을 정한 이상 그만큼 청와대 정무라인의 운신 폭도 그만큼 좁아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 이후 "야당의 파트너는 여당인 새누리당"이라면서 여야가 논의해야 할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야당의 장외 투쟁을 '반민생'으로 규정하고 국민 여론에 직접 호소하면서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생을 챙기라는 게 추석 민심"이라며 야당 압박에 나섰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모든 현안을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풀겠다고 하는 것은 여당을 무시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빨리 정기국회를 정상화해 세제개편·부동산 대책·경제민주화 등 민생 현안을 처리하고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과의 물밑 접촉도 이어나가기로 했다. 정기국회 파행 장기화는 결국 박 대통령의 하반기 최우선 국정 목표인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 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전면 복귀에 대한 명분을 원내지도부로서도 많이 고민하고 민주당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국정원 (자체) 개혁안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에 국회로 넘어올 텐데 그것이 (민주당 국회 복귀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 원내외 병행 투쟁 가닥... '야당 매운 맛 보여줄 것'

장외투쟁 50일을 넘긴 민주당은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내에서는 성과 없이 끝난 3자회담 이후 장외 투쟁 수위를 더 높이자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지만 원내에서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통해 복지공약 수정 등 '박근혜 정부 7개월'의 실패를 파고 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원내외 병행 투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2일 이 같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심 보고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박 대통령의 침묵, 그 속마음을 국민에게 분명하게 드러내게 했다는 것"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현실과 괴리가 있는 인식에 대해 평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앞으로 갈 바에 대해서 연휴 기간에 천막을 찾아준 의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체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일치한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확인된 이상 원내외 투쟁 양쪽을 모두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내 임기동안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 한 마디를 끝내 듣지 못하고 회담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22일째 노숙농성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7일 서울광장 천막 농성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내 임기동안 민주주의 하나는 확실하게 바로 세우겠다는 말을 제일 듣고 싶었는데, 결국 그 한 마디를 끝내 듣지 못하고 회담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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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하기보다 원내에서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법안 및 예산 심사를 통해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원내외 병행 투쟁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주중에는 원내 활동에 주력하고 주말에는 대규모 장외 집회 등을 통해 대국민 여론전을 벌이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 문제와 정부·여당이 목을 매고 있는 법안과 예산 처리를 연계해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선진화법이 있을 때 당 대표를 해보지 않아 (야당 협조의 절실함을) 모른다"며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야당 협조 없이는 참 어렵구나라는 것을 대통령이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이 앉아 있는 한 여당 혼자 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국회에) 안들어가면 새누리당 단독 처리 명분만 만들어 준다. 국회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향후 행보는 23일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은 추석 민심을 수렴하고 향후 투쟁 방향과 방법,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가 내놓은 원내외 병행 투쟁이라는 큰 틀의 투쟁 전략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 여야 모두 추석 이후 민심에 촉각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민심의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국 정상화의 키를 쥐고 있는 박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가 우호적인 여론의 흐름을 등에 업고 있는 이상, 박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민심의 변화뿐이라는 것이다. 수도권의 민심과 지방의 민심이 한데 섞였다 흩어지는 추석 연휴 이후 민심의 변화에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단 3자회담 결렬 이후 추석 민심은 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60.9%(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같은 조사(69.5%)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도 박 대통령 지지율은 66%(전국 성인남녀 1000명 조사, 표준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지난 11일 72.7%보다 6.7%포인트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가 추석 연휴가 끝난 후에도 계속될 경우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양보의 정치 등 전략 수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국민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에 대해 평가를 유보한 것인데 이게 마치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커다란 실책과 실패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대로 계속가면 결국 참았던 민심이 곪아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청와대, #박근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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