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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가 좌편향의 가치관을 갖고 현대사를 왜곡하며 청소년들에게 친북ㆍ반미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 어버이연합 "친북ㆍ반미 이념 주입하는 전교조 해체하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가 좌편향의 가치관을 갖고 현대사를 왜곡하며 청소년들에게 친북ㆍ반미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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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같은 것들, 전교조 전부 빨갱이 XX들이야."
"이 XX들 북한에나 가지. 다 잡아 죽여!"

23일 오후 2시 50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무실 앞에 몰려온 100여 명의 노인들 가운데 일부가 욕설을 퍼부었다. 4절까지 연주된 애국가 가락도 욕설 중간 중간에 들렸다. 이날 오전 11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 설립 취소'를 통보한 지 4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집회 주도 인사 "설립 취소 때문에 오늘 급하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보수국민연합, 남침용땅굴을찾는사람들 소속 노인들은 전교조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교조를 해산시키고 종북교육 세력을 척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사회를 본 박찬성 보수국민연합 대표는 집회 도중 기자와 만나 "집회를 오늘 급하게 잡았다, 전교조 설립 취소 통보 때문에…"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라면 소집명령 서너 시간 만에 100여 명의 노인들이 모인 셈이다.

연단 앞에 선 노인들은 '친북-반미 이념 주입시키는 전교조 즉각 해체하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30여 명의 노인들은 '종북교육자 몰아내자!', '종북 사학교과서 온 국민이 척결!', '전교조 즉각 해체! 온 국민이 촉구한다'는 손 팻말도 들었다.

대형 트럭에 싣고 온 확성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박 대표의 발언이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는 지금 종북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일 김정은 세습독재를 추종하는 세력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참석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북한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고 따르는 전교조 입장에서 교학사의 교과서는 눈에 가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라면서 "세습 독재권력을 옹호하고 그 하수인 노릇을 하는 전교조는 종북 독재집단에 광분하는 정신이상자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3시 30분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종로에 가야 한다"면서 자리를 떴다. 확성기에서는 "내일 전교조가 오전 11시에 설립 취소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데 그곳에 집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쪽의 충돌이 우려되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 소리를 들은 전교조 관계자는 "어버이연합의 정보력이 대단하다, 한 시간 전에 결정한 전교조 기자회견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 언론사 중견기자는 어버이연합 집회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보수정권의 움직임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몇몇 보수단체들의 동선을 추적해보면 될 듯하다"면서 "이른바 '이석기 사건'이 터지기 전인 올 8·15 때 보수단체들이 성남에서 대규모 종북세력 규탄 시위를 벌였고 채동욱 혼외아들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보수단체들이 검찰청 앞에서 채동욱 규탄 시위를 벌였다"고 적었다.

실제로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오는 26일 오후 '전교조 교육 거부 결의대회'를 서울교총 강당에서 연다고 밝혔다.

설립 취소 움직임에 전교조 "공안세력에 이어 우익단체들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가 좌편향의 가치관을 갖고 현대사를 왜곡하며 청소년들에게 친북ㆍ반미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 어버이연합 "친북ㆍ반미 이념 주입하는 전교조 해체하라"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가 좌편향의 가치관을 갖고 현대사를 왜곡하며 청소년들에게 친북ㆍ반미 이념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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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문현 공공노사정책관을 단장으로 한 고용노동부 직원 4명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전교조를 방문해 전교조에 대한 설립 취소를 알리는 공문을 전달했다.

고용노동부는 공문에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가입·활동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시정요구 하니 10월 23일까지 시정결과를 제출해 달라"면서 "기한까지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전교조 설립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노동부가 전교조와 사전 조정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노조결격사유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공안정국을 확대하기 위한 정권차원의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공안세력과 함께 보수우익단체들도 전교조 해체를 요구하는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전교조 설립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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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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