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최근 5년동안 특정 대기업들에 사업비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기업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받아왔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 사업에 대기업보다 참여 회사가 많았지만 금액은 크게 못미쳤다.
이같은 사실은 민병주 의원(새누리당)이 24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업 규모별 참여현황' 자료를 통해 나타났다.
우선 작년 한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 예산은 16조244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5조 9064억 원. 정부 예산이 14조1218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연구개발사업비의 경우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된다. 작년에도 이들 연구소와 대학에 예산의 63.8%가 투입됐다. 이외 기업과 국공립연구소의 연구개발 등에 36.2%가 지원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연구개발비가 크게 늘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금액으로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8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원 금액이 각각 9627억원(전체 지원금의 8.8%)과 1조1787억원(10.7%) 였다. 작년에는 대기업은 1조4397억원, 중소기업은 2조956억원으로 각각 9.1%와 13.2%를 차지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다. 작년에 대기업에 지원된 1조4397억 원을 333개 기업이 나눠 가졌다. 한 회사당 평균 43억2000만 원이다. 반면 작년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6528개사였다. 평균 3억2000만 원꼴의 연구비를 받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약 13.5배나 많은 돈을 받은 셈이다.
특히 최근 5년동안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비 상위 10위를 추려보니 18개 대기업이 사실상 독점해 왔다. 이들 기업 가운데 상위 5개 회사는 한화가 486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자동차 2560억 원, 삼성에스디에스 2426억 원, 엘아지(LIG)넥스원 2265억 원, 효성 1353억 원 등 이었다.
18개 기업을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테크윈·전기·SDS 등 4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두산그룹이 3개사(두산DST·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 범 현대 계열이 3개사(현대로템·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였다. 이밖에 LG전자·LIG넥스원·SK에너지·대우조선해양·코오롱·포스코·한화·효성 등이 지원받았다.
민병주 의원은 "국가연구개발사업 가운데 민간영역에서 대기업 편중이 심하면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이어 "중소기업도 연구개발사업 수행을 통해 좀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참여비중을 늘리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